[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청년 세대에게 미안하지 않은 나라, 말 아닌 행동으로 증명해야
아주경제 입력 2026-06-2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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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청년 세대의 소외감을 정부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 호황과 코스피 지수의 고공행진 등 눈부신 거시경제 성과를 얘기하면서도, 그 이면에 짙게 드리운 자산 양극화 심화에 주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역대급 성과급이나 코스피 지수도 나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라는 청년들의 소외감을 정부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대목은 현 정권이 청년 잔혹사의 냉혹한 현실을 얼마나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국가 경제의 지표는 화려할지언정, 정작 그 성장의 과실에서 철저히 소외된 채 고용 한파와 자산 격차의 이중고를 겪는 청년 세대에게 국가가 진심 어린 사과와 책임감을 전한 셈이다.
지금 우리 청년 세대가 마주한 현실은 심각함을 넘어 절망적이다. 취업의 문턱은 나날이 높아져 안정적인 소득원을 확보하는 것조차 매우 어렵고, 천정부지로 솟구친 주거 비용 탓에 내 집 마련은커녕 번듯한 월세방 하나 구하기도 벅찬 실정이다. 안정된 일자리와 주거라는 삶의 기초 체력이 부실하니, 자연스레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N포 세대’의 악순환은 고착화하고 있다. 자산 형성의 기회조차 박탈당한 청년들에게 거시 지표의 호황은 외려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만 키우는 독소로 작용할 뿐이다. 기성세대가 구축한 공고한 사회 구조 속에서 청년들은 출발선에서부터 밀려나고 있다는 좌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이 느끼는 소외감은 단순히 감정의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질병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청년들의 깊은 불신과 불만은 얼마 전 치러진 6.3 지방선거 이후에서도 심각하게 나타난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정부에 대한 청년 세대의 불신이 커진 가운데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정책 방안도 서둘러야 한다. 특히 정치권이 선거 때만 되면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해 감언이설을 쏟아내지만, 막상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구태를 보며 청년들은 정치와 정부를 향해 마음의 문을 닫아건다.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주의 이면에는 기대를 걸었다가 상처받기를 반복한 청년들의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으로 청년들의 마음을 돌리고 이들이 미래를 꿈꾸게 하려면, 가르치려 들거나 일시적인 시혜성 대책으로 환심을 사려는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 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의 위로가 아니라, 무너진 사회적 신뢰를 복원하고 실제로 작동하는 삶의 안전망을 보여주는 정부의 확실한 실천력이다.
물론 정부가 손만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야심 차게 내놓은 ‘청년미래적금’에 대한 가입 신청자가 폭주하자 "추가 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조건을 충족한 청년은 모두 받아주라"고 지시한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즉각적인 예산 대응 의지를 보인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자산 형성이 불가능했던 청년들에게 정부가 재정을 매칭해 확실한 종잣돈을 마련해 주겠다는 의지는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올바른 방향이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 경제 구조가 첨단산업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고용 유발 효과가 줄어든 만큼, 정부는 예산 편성의 과감한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청년 기술 창업과 신산업 진출을 위한 다양한 정책 관련 지원금을 획기적으로 대폭 인상해야 한다. 일시적인 단기 알바식 일자리가 아니라,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든든한 창업 생태계와 주거 안정을 위한 재정 투입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초과 세수 등 가용한 모든 정부 재원을 청년의 미래에 투자하는 유인책으로 과감하게 돌려야 할 때다.
청년 세대의 고통을 해소할 마법 같은 ‘왕도’는 없다. 이 대통령의 언급대로 정책 전반에 걸쳐 기회의 사다리를 세심하고 꾸준하게 복원하는 길뿐이다. 청년들이 정부의 정책적 움직임을 체감하고 미래를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수 있도록 정부는 주거와 고용, 자산 형성을 아우르는 종합 대책을 속도감 있게 집행해야 한다. 정부가 청년들의 절망에 진정으로 응답하고 행동으로 증명할 때, 청년들의 정치적 불신도 서서히 누그러질 것이다.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미안하지 않은 나라를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이재명 정부가 마주한 가장 시급하고 본질적인 시대적 과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