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청년이 체감하지 못하는 수출·증시 호황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지난달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4만명 감소했다고 국가데이터처가 어제(11일) 발표했다. 취업자 수가 줄어든 건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처음이다. 제조업 취업자는 14만명 줄어 7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무엇보다 15~29세 청년 취업자가 25만5000명 급감했다는 대목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 경제가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반도체 수출은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코스피는 연일 고점을 높여가고 있고 기업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성장률 전망치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그런데 청년들의 현실은 정반대다. 경제는 좋아진다는데 취업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성장의 온기가 청년들에게만 전달되지 않는 이상한 풍경이다.

정부는 중동발 전쟁 장기화와 고유가를 주요 원인으로 설명한다. 물론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지금의 청년 고용 위기는 경기 문제가 아니라 구조 문제에 가깝다.


한국 경제는 이미 소수 첨단산업이 성장을 이끄는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국가 경제를 먹여 살리는 핵심 산업이지만 일자리를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산업은 아니다. 수십조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져도 자동화된 생산시설과 AI 시스템이 대부분의 역할을 수행한다. 생산은 늘어도 고용은 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성장의 과실이 집중되는 속도보다 일자리 감소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이다. 반도체 기업은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 증시는 호황을 누리는데 제조업 일자리는 줄고 청년 취업자는 사라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기 순환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성장 공식이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은 노동시장 구조에서도 비롯된다. 기업들은 공개채용 대신 수시채용과 경력직 채용을 선호한다. 경력을 가진 사람은 더 좋은 기회를 얻지만 사회에 처음 진입하는 청년들은 출발선조차 밟기 어려워졌다. 노동시장 내부에 있는 사람은 보호받지만 노동시장 밖에 있는 청년은 보호받지 못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청년 지원금이나 단기 일자리 사업이 아니다. 정부는 청년 고용을 별도 정책 영역으로 다루는 접근에서 벗어나 노동시장 전체의 구조를 들여다봐야 한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기존 일자리 보호에 집중해 왔다. 정규직 보호, 연공 중심 임금체계, 경직된 고용 구조는 노동시장 내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안정성을 제공했지만 그 비용은 상당 부분 청년들이 부담했다. 신규 채용이 줄어들 때 가장 먼저 기회를 잃는 계층도 청년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청년 고용을 걱정한다면 "얼마나 많은 청년 지원 예산을 편성했는가"보다 "청년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얼마나 넓혔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화든, 임금체계 개편이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 해소든 이제는 청년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업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AI와 자동화로 생산성을 높여 얻은 이익을 주주와 임직원 성과급으로만 배분할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 채용에도 투자해야 한다. 단기 효율성만 추구하는 경력직 채용 확대는 결국 기업 스스로 인재 육성 기반을 허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청년 취업자 감소는 단순한 고용지표 악화가 아니다.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청년이 일하지 못하는 사회는 소비도, 결혼도, 출산도 줄어든다. 결국 성장 잠재력 자체가 무너진다.

반도체 수출이 아무리 늘어도, 증시가 아무리 올라도 청년들이 희망을 잃고 있다면 그것은 성공한 경제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장의 성과를 자랑하는 일이 아니라 성장의 그늘에 방치된 청년들을 바라보는 일이다.

청년 없는 성장에는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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