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가 끝나고 '취사병 전설이 되다'가 맞물려서 시작됐어요. 대본을 보면서도 너무 재밌었고요. 박지훈이라는 사람은 요리와 거리가 멀고, 요리의 '요' 자도 모르는 사람이잖아요. 그런 사람이 요리를 하는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요리에 대한 취미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알게 모르게 있었는데, 실상은 거리가 더 멀어졌습니다. 하나 늘어난 건 칼질이에요. 대본을 보면서는 판타지적인 부분, 성재가 가진 스킬들이 특별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요리 장면을 단순히 현실적으로만 보여주지 않는다. 맛을 표현하는 장면, 성재가 가진 특별한 능력, 그 주변을 채우는 CG와 리액션은 작품의 코미디와 판타지를 함께 만든다. 박지훈 역시 대본만 보고 모든 장면을 완성해두기보다 현장에서 구체적인 움직임과 시선 처리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본을 보고 생각을 많이 하지는 않았어요. 현장에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어디에 서 있고, 어디를 봐야겠다는 건 현장에서 만든 거였거든요. 감독님이 원하는 위치나 시선이 있었고, 저도 스스로 현장에서 시뮬레이션을 했어요. 시청자들이 보기에 누군가와 대화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심심하지 않게 눈동자를 굴린다거나 귀여운 표정을 가져가려고 노력했습니다. 기본적으로 후시녹음을 하면서 만들어간 부분도 있는데, 시뮬레이션한 만큼 잘 담겨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판타지적 설정이 많은 만큼 배우가 현장에서 받아들여야 할 장면도 많았다. 미역을 입고 와이어를 타고 내려오는 장면처럼 낯설고 우스꽝스러울 수 있는 상황도 있었지만 박지훈은 현장의 분위기와 선배 배우들과의 호흡 덕분에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감독님이 원하시는 대로 하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그런 신들이 베테랑 선배님들과 호흡을 하다 보니까 현장에서 어떻게 됐든 어려움 없이, 스스럼없이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미역을 입고 와이어를 타고 내려오는 것도 스스럼없이 재밌게 잘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박지훈에게 새롭게 주어진 과제는 코미디였다. 그는 웃음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과하게 밀어붙이기보다, 장면 안에서 자연스럽게 붙는 리듬과 현장의 분위기를 믿었다. 실제로 촬영장에서는 대본에 없던 움직임과 리액션이 더해지는 경우도 많았다.
"오버페이스로 연기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웃겼다고 생각해요. 현장 분위기도 좋았고요. 대본에 없었던 게 많아요. 현장에서 하나하나 생각하면서 대본에 살이 추가되는 부분이 엄청 많았습니다."
웃음을 참기 어려운 순간도 많았다. 특히 닭장 장면처럼 현장에서 리허설을 하다 만들어진 장면들은 배우들에게도 예상 밖의 재미를 줬다. 박지훈은 코미디를 능숙하게 풀어내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매번 참기 힘들었어요. 현장에서 추가된 게 많아서요. 닭장 신에서 부여잡는 것도 리허설하다가 만들어진 건데, 현타가 없었던 건 촬영 현장 분위기가 너무 재밌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경호 선배, 정웅인 선배님이 코미디를 너무 잘하시더라고요. 많이 배웠습니다. 선배님들도 저렇게 열심히 하시는데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동명의 웹소설과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지만 박지훈은 원작보다 대본을 중심에 두고 강성재를 만들어갔다. 자대 배치 이후의 흐름에서 웹툰을 일부 접하긴 했지만 최종적으로 연기의 기준은 자신이 받은 대본이었다.
"제가 본 대본이랑은 많이 다르다고 느낀 부분이 있었어요. 웹툰을 끝까지 보지는 않았고요. 자대 배치를 받고 들어왔을 때 웹툰을 보기보다는 대본 위주로 봤습니다. 대본을 중심으로 봤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서 준비했던 것 같아요."
'왕과 사는 남자'가 큰 사랑을 받은 뒤 곧바로 또 다른 흥행작을 만났지만 박지훈은 자신 안의 큰 변화는 없다고 털어놨다.
"제 안의 변화는 없어요. 감사한 마음이 크죠. 좋은 선배님들을 얻었다는 생각이 있고요. 최근에 '워너원고'를 태안에서 촬영했는데 어르신들께서 많이 알아봐주시더라고요. 영화가 잘 되어서 알아봐주시는 것 같았어요. 너무 예뻐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흥행 이후의 태도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웠다. 작품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고, 수많은 사람이 함께 만든 결과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작품이 잘됐다는 이유로 자신이 달라져 보이는 일을 경계한다고 말했다.
"으스대는 걸 보기 싫어요. 그게 혐오스러워요. 작품이 잘돼서 그러는 게 본인이 잘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수많은 사람이 다 같이 하는 거잖아요."
'취사병 전설이 되다'에는 웃기지만 동시에 슬픈 장면도 있다. 관철(강하경 분)의 과거와 변화가 드러나는 장면에서 박지훈은 관철의 할머니를 직접 연기했다. 방송으로 보면 재미있는 장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상대 배우의 감정선이 걸려 있는 조심스러운 장면이었다.
"방송으로 보면 재밌는 신인데 고민이 많은 신이었어요. 하경 형에게는 감정 신이었거든요. 햄버거에 대한 할머니의 서사가 담겨 있는 감정 신이어서 그 신을 찍기 전에 감독님께서 할머니를 할 수 있겠냐고 하셨어요. '제가요?' 싶었죠. 할 수는 있는데 대본에도 관철이 울고 그런다고 되어 있으니까 제 생각에는 내 얼굴을 보고 울 수 있나 싶었어요. 조심스러운 신이었습니다. 촬영장에서 정색하고 있었어요. 감정 신이니까 몰입해서 에너지를 드리려고 노력한 신입니다. 실제로도 고맙다고 너 때문에 눈물 났다고 해주셨어요. 조심스럽고 감사했던 신이에요. 웃기지만 또 어떻게 파고들면 슬픈 신이거든요. 그래서 조용히 얌전하게 있었습니다."
박지훈은 올해 팬들과 직접 눈을 맞추는 시간도 늘리고 있다. 7년 만의 팬미팅을 준비하는 그는 공백이 길었던 만큼 팬들과 만나는 시간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고 했다. 무대 위에서 먼저 알려진 사람으로서 그 시간을 그리워한 건 팬들만이 아니었다.
"내년에 입대를 하게 될 거 같아요. 해병대에 가고 싶은데 나이 제한이 있어서 내년까지는 꼭 입대를 해야하더라고요.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떠나야 하는 사람으로서 시기가 아깝지는 않아요. 공백기가 너무 길었기 때문에 올해는 팬들과 눈 맞춤하는 시간들을 많이 가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무대에 서 있던 모습을 저도 그리워했고, 무대 위의 얼굴로 먼저 알려진 사람으로서 그걸 바라는 팬들도 있으니까요. 저도 그리워했던 것 같습니다."
작품이든 무대든,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일은 박지훈에게 계속 남아 있는 과제다. 그는 그것을 부담이라기보다 자신이 해야 할 일에 가까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건 우리의 일이니까요. 아이돌이든 스크린이든 늘 가지고 있는 퀘스트 같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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