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 82주년 기념식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카트린 보트랭 프랑스 국방장관과 만나 유럽 대륙의 재래식 방위에서 나토 동맹국들이 주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숀 파넬 미 국방부 수석대변인은 양측이 나토 동맹국들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로 늘리고 방위산업 기반 생산을 확대하는 한편, 실제 전투 수행이 가능한 신뢰성 있는 전력을 배치해 유럽 대륙의 재래식 방위에 대한 주된 책임을 맡아야 할 긴급한 필요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측이 나토가 의존국들의 동맹이 아니라 실질적 파트너들의 동맹인 ‘나토 3.0’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이어 "평화는 오직 힘을 통해서만 확보된다"며 "그 힘은 대서양 양쪽 모두에 있어야 하며, 대비태세와 공동의 군사 역량, 흔들림 없는 정치적 의지로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서방 안보를 계속 주도하겠지만 역량 있는 동맹국들도 중요한 순간에는 미국과 어깨를 맞대고 함께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이 함께 피를 흘렸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예로 들며, 유럽 국가들이 더 이상 미국에 의존하지 말고 유럽 재래식 방위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란과의 전쟁에서 유럽 동맹국들이 미국과 보조를 맞추지 않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불만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달 말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도 "우리의 집단 방위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서 제 역할을 다하기를 거부하는 동맹국들은 우리가 일하는 방식의 분명한 변화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유럽 주둔 미군과 주요 재래식 전력 축소 방침을 시사해왔다. 유럽 동맹국들이 대이란 전쟁 지원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나토 탈퇴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안보 불안에 EU 문 두드리는 유럽
미국의 안보 우산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유럽에서는 EU 가입을 다시 검토하거나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현재 EU 가입을 추진 중인 정식 후보국은 우크라이나, 몰도바, 몬테네그로, 알바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북마케도니아, 세르비아, 조지아, 튀르키예 등 9개국이다.
여기에 그동안 경제적 수준이 EU 평균보다 높고 어업권 문제 등으로 EU 합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던 북유럽 국가들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013년 EU 가입 협상을 동결했던 아이슬란드는 오는 8월 29일 EU 가입 협상 재개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1972년과 1994년 두 차례 EU 가입 국민투표가 부결됐던 북극권 부국 노르웨이에서도 EU 가입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노르웨이 주요 야당인 보수당의 이네 에릭센 쇠레이데 대표는 지난 3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위협과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할 때 "EU의 정식 회원이 되는 게 노르웨이에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여당 내부에서도 EU 가입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6년 국민투표로 유럽연합을 탈퇴한 영국에서도 최근 EU 재가입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브렉시트 이후 경제적 손실과 국제적 영향력 약화를 체감하는 여론이 커지면서다.
집권 노동당이 지방선거 참패 후폭풍에 휩싸인 가운데 웨스 스트리팅 전 보건장관은 당 대표 경선 출마 의향을 밝히며 다음 총선에서 노동당이 EU 재가입을 공약으로 내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브렉시트를 "재앙적 실수"라고 부르며 이로 인해 영국이 "산업혁명 이후 가장 약해지고 가난해졌으며 통제력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현재 노동당 정부는 EU 재가입이나 단일시장·관세동맹 복귀에는 선을 긋고 있다. 대신 EU와의 협력 관계를 더 긴밀히 하는 방식으로 브렉시트 이후 관계 재정립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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