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상반기 히트상품은 '호르무즈 쇼크'와 포켓몬… 고물가가 바꾼 소비 풍경

  • 포테이토칩 포장도 흑백으로… 생활 파고든 공급망 충격

  • 저가 외식·노트북 주목… '가성비 소비' 확산

지난 달 미국 시카고의 필드 자연사 박물관에서 첫 전시회를 가진 포켓몬 화석 박물관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 달 미국 시카고의 필드 자연사 박물관에서 첫 전시회를 가진 포켓몬 화석 박물관[사진=로이터·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일본 소비시장을 관통한 키워드는 고물가와 가성비였다. 원유와 나프타 조달난이 포장재 가격까지 밀어올리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비싼 상품보다 적은 비용으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에 지갑을 열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026년 상반기 닛케이MJ 히트상품 순위에서 '호르무즈 쇼크'와 '포켓몬 30주년'을 나란히 최상위에 올렸다고 3일 보도했다. 이 순위는 일본 스모의 순위표 형식을 빌려 상반기 소비시장에서 화제성과 파급력이 컸던 상품과 현상을 평가하는 기획이다.

순위 최상위에 상품이 아닌 지정학적 리스크가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중동 정세 불안이 그만큼 일본인의 일상 소비에까지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이란이 해상 수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일본에서는 원유와 나프타 조달 불안이 커졌다.

나프타는 플라스틱·포장재와 인쇄잉크의 원료여서, 조달난은 포장 비용 부담으로 번졌다. 실제로 일본 과자업체 가루비(Calbee)는 포테이토칩 등 주력 제품의 포장을 컬러에서 흑백으로 바꿨다. 중동발 공급망 충격이 기름값에 그치지 않고 과자 봉지 색깔까지 바꿔놓았다.

물가 부담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생활방어 심리도 강해졌다. 닛케이는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상품과 서비스가 상반기 히트 상품에 다수 포함됐다고 전했다. 애플의 노트북 '맥북 네오'는 가격이 10만 엔을 밑돌며 화제를 모았고, 이탈리안 레스토랑 체인 사이제리야가 일부 점포에서 시작한 '아침 사이제'는 음료 바가 포함된 아침 메뉴를 300엔대부터 제공해 주목받았다.

포켓몬 30주년은 특정 상품 하나가 아니라 신작 게임과 기념 소비가 맞물린 포켓몬 열풍을 가리킨다. 1996년 첫 게임 출시 이후 30년을 맞은 포켓몬은 어린 시절 게임을 즐긴 세대가 부모가 된 뒤에도 자녀 세대와 함께 소비하는 장수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닌텐도 스위치2용 신작 게임 '포코 아 포켓몬'은 올해 3월 출시 이후 5주 만에 400만 장이 팔리며 포켓몬의 여전한 흥행력을 보여줬다.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순간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스포츠 이벤트도 인기를 끌었다. 2월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는 피겨스케이팅 페어인 미우라 리쿠-기하라 류이치, 이른바 '리쿠류' 조가 일본인 최초로 금메달을 따냈다. 복싱에서는 무패 선수 간 대결로 주목받은 '이노우에 나오야 대 나카타니 준토' 경기가 유료 온라인 중계에서 약 100만 건의 시청 수를 기록했다.

닛케이는 높은 물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상품과 기간 한정 이벤트에 소비가 몰리는 경향이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저가 외식과 보급형 노트북, 신작 게임, 스포츠 중계가 나란히 히트상품에 오른 것은 지출 부담을 줄이면서도 즐길 거리를 찾으려는 일본 소비의 단면을 보여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