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대양의 뜨거운 태양 아래, 녹슬고 얼룩진 원양어선의 갑판 위는 피비린내 나는 학살의 현장이다. 몸부림치는 상어의 등과 배에서 날카로운 칼날이 지느러미를 도려낸다. 지느러미가 잘려 나간 상어는 숨이 붙은 채 다시 검푸른 바다 밑바닥으로 내던져진다. 포식자는 헤엄치지 못하고 서서히 심해로 가라앉는다.
이 비극적인 장면은 우발적 사고가 아니다. 연간 5억 달러에 달하는 해상 공급망의 기점이자, 전 세계 해양 생태계의 포식자가 겪고 있는 다층적 수난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다. 1970년 이후 상어 개체수는 이미 70% 이상 감소했으며, 전체 상어 및 가오리 종의 3분의 1 이상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샤크 피닝’과 인권 유린=매년 약 8000만~1억 마리의 상어가 인간의 손에 목숨을 잃는다. 학살의 가장 큰 원인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샥스핀 요리 및 전통 약재 수요다. 이에 대응해 미국을 비롯한 90여개 국가에서 상어 포획 시 “지느러미가 몸통에 자연스럽게 붙어 있는 상태(Fins Naturally Attached)”로 하역하도록 법률로 강제한다. 지느러미만 챙기고 몸통은 바다에 버리는 ‘샤크 피닝(Shark Finning)’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세계 최대 원양어선단을 보유한 중국은 이 기준을 비켜간다. 중국은 하역 시 상어 전체 무게의 일정 비율(5%정도)을 넘지 않으면 지느러미 분리 소지를 허용하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미국 생물다양성센터는 이 규정을 “실질적인 단속을 무력화하는 숫자 맞추기 게임”이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일단 지느러미가 잘려 나가면 항구에서 그것이 멸종위기종의 것인지, 몸통을 불법 유기했는지 판별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2021년 홍콩으로 수입된 지느러미의 DNA를 분석한 결과, CITES(멸종위기 야생동식물종 국제거래협약) 보호종인 홍살귀상어, 귀상어 등의 존재가 무더기로 확인되었다.
이 잔인한 비즈니스는 인간에 대한 착취와도 단단히 결착되어 있다. 국제 NGO 환경정의재단(EJF)의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인도양 등지의 중국 원양어선단에 탑승한 이주 노동자의 80%가 상어 지느러미 채취 활동에 강제로 동원되었다. 이들은 육지와 단절된 채 수개월에서 수년 감금되어 강제 노동, 임금 체불, 신체적 구타에 노출되었다.
■인구학적 파산=직시해야 할 냉혹한 사실은 현재의 포획 수준이 상어라는 생물종의 복구 한계를 완전히 초과했다는 점이다. 학계의 권위 있는 연구(Worm et al. 2013)에 따르면 매년 살상되는 약 1억 마리 상어는 전 세계 상어 총체량(Biomass)의 약 6.4~7.9%에 해당한다. 얼핏 한 자릿수 비율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느리게 성장하고 늦게 성숙하며 번식력이 작은 상어의 생태학적 특성을 고려하면 이 수치는 사형 선고와 다름없다.
상어 개체군이 스스로 회복력을 유지할 수 있는 ‘최대 지속가능한 임계 어획률’은 평균 4.9% 수준이다. 심해 상어나 백상아리 같은 대형 상어류에서는 이 한계선이 2~4% 수준으로 떨어진다. 즉, 인류는 매년 상어의 재생산 한계선보다 30~60% 이상 초과하여 남획하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상어의 누적 인구학적 적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 적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기하급수적인 개체수 붕괴를 초래하여 스스로 개체군을 복구할 수 없는 ‘수학적 소멸 단계’로 상어를 빠르게 밀어 넣고 있다.
■정치가 삼켜버린 보호 장치=상어가 마주한 또 다른 거대한 벽은 정치적 편의주의다. 환경 보존을 위해 수십 년 쌓아 올린 법적 제도가 국가적 이익과 정세 변화 앞에서 무력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은 환경 진영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지난 3월 더그 버검 내무장관이 이끄는 미국 ‘멸종위기종위원회’는 멕시코만의 석유 및 가스 시추 활동을 ‘멸종위기종법(ESA)’ 준수 의무에서 면제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결정은 특정 생물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어 ‘신의 스쿼드(God Squad)’라 불리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에 의해 전격 단행되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중동 정세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미군의 작전 수행과 에너지 자립을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제시하며 예외 적용을 강력히 요청한 결과였다.
이 전례 없는 결정으로 멕시코만에 단 50마리 안팎의 개체만 남은 극한의 위기종 라이스고래를 비롯해, 바다거북, 상어, 쥐가오리 등 이 해역의 멸종위기 해양 생물들이 시추 오염 위험에 노출되었다. 환경단체들은 즉각 면제 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전면전에 돌입했다.
동시에 미국의 환경단체들은 중국의 불법 어업과도 맞서고 있다. 생물다양성센터는 지느러미 부착 규정 미준수를 이유로 중국을 유예보호법(Moratorium Protection Act) 위반 국가로 지정해 줄 것을 미국 국립해양수산청에 요청했다. 만약 미국 정부가 이 요청을 받아들여 중국을 위반 국가로 최종 지정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간 15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해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보복 제재를 가할 수 있다. 환경 보존 이슈가 미·중 패권 경쟁 및 관세 장벽의 새로운 카드로 부상한 셈이다.
■투계판의 칼날이 된 톱상어의 이빨=해양 생물을 향한 도구적 착취는 거대 자본과 국가 정치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남미 일부 지역의 투계장에서는 전통문화라는 이름 아래 기상천외한 잔혹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페루와 에콰도르 등지의 전통 닭싸움 경기장에서는 수탉의 전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리에 박차라 불리는 인공 칼날을 부착하는데, 이 박차의 주원료로 국제적 극극위기종(CR)인 톱상어의 주둥이 이빨이 사용되고 있다.
인간의 유희를 위한 이 잔인한 순환 고리는 톱상어의 무자비한 포획에서 시작된다. 어부들이 잡은 톱상어의 주둥이에서 돌기 형태의 이빨을 강제로 뜯어내면, 이것이 암시장을 통해 유통된다. 이빨 한 개당 최대 250달러라는 고가에 거래되는데, 현지 소규모 어민의 수개월 치 수입과 맞먹는다. 페루 정부가 2020년 톱상어 포획과 거래를 법으로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백년 이어온 전통과 막대한 암시장 이윤이 결합해 밀렵을 부추기고 있다.
■기후의 덫=인간의 직접적인 포획을 피한다 해도 상어 앞에는 지구 온난화라는 거대한 재앙이 기다리고 있다.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국제 공동 연구팀의 보고서(2026년 4월 16일 온라인 게재)는 온혈 동물처럼 높은 체온을 유지하는 일부 대형 상어(백상아리 등)와 참치류의 생리적 메커니즘이 온난화 상황에서는 스스로를 파멸로 이끄는 독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 변온 어류와 달리, 백상아리와 참다랑어는 특수한 혈관 구조를 통해 체온을 주변 수온보다 5~10℃ 높게 유지한다. 이 뜨거운 피는 사냥 등에서 근육 출력을 극대화해 거대한 바다를 초고속으로 누비는 능력을 부여했지만, 그 대가로 일반 변온 어류보다 약 4배에 달하는 대사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여기에 온도계수인 Q10 수치가 치명타를 입힌다. 수온 변화에 따른 대사 속도 민감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Q10은 대부분의 대형 해양 어류에서 10℃를 기준으로 2.0~2.5에 달한다. 이 표준 공식에 대입하면, 기후 변화로 발생하는 1.5~3℃의 수온 상승으로 이들의 대사율은 15~30% 급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안 그래도 연료 소모가 많은 고출력 엔진을 돌리는 온혈 상어에게 수온 상승이 추가로 파멸적인 엔진 과부하를 유발하는 셈이다. 늘어난 대사량을 감당하기 위해 평소보다 훨씬 많은 먹이를 사냥해야 하지만, 바다는 남획과 오염으로 텅 비어가고 있다. 즉, 체온을 유지하는 비용은 폭증하는 반면 영양 공급원은 차단되는 이중 위험의 덫에 걸려들고 있다.
■17℃의 벽=더 심각한 문제는 몸집이 클수록 열 방출 속도가 열 생성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체내에 열이 가두어지는 과열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몸무게가 1톤에 달하는 대형 온혈 상어는 수온이 17℃를 넘어서는 해역에 진입하면 체온 조절 능력을 상실하고 치명적인 신체 장기 손상을 입는다. 온난화로 뜨거워진 바다 표층을 피해 냉수역이나 차가운 심해로 대피하지 못하면 이들은 체내에서 생성된 열에 스스로 삶아져 그대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 현상은 과거 지구 역사상 최강의 포식자였던 고대 거대 상어 메갈로돈(Otodus megalodon)의 멸종 원인과도 일치한다. 메갈로돈 역시 거대한 덩치를 유지하기 위한 막대한 대사 에너지를 감당하다가, 해양 기후가 격변하던 시기 체온 조절과 먹이 수급에 동시에 실패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묵시록=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해양 먹이사슬의 정점에 서 있는 이 포식자가 21세기 중반에 이르러 지구상에서 지워질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과학적 예측 시나리오는 크게 세 단계의 연쇄적 종말 시간표를 경고하고 있다.
첫 단계는 2030년대 중반에 마주할 ‘기능적 멸종(Functional Extinction)’이다. 상어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이라도 개체수가 임계점 미만으로 떨어지면 최상위 포식자로서 생태학적 통제력을 잃는다. 그 결과 차상위 포식자인 가오리류 등이 폭증하여 해저의 조개류와 필터 생물을 무차별적으로 포식하게 된다. 해수 정화 능력 상실과 대규모 독성 녹조 현상으로 이어져 연안 생태계를 순식간에 파괴하는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두 번째 단계는 2048년에 다다를 ‘대붕괴(The Grand Collapse)’다. 학계의 보리스 웜 교수가 경고한 글로벌 수산 자원 완전 고갈 시나리오와 맞물린다. 남획과 기후 위기로 전 세계 상업적 수산 자원이 역사적 전성기 대비 10% 미만으로 무너지면서, 상어의 먹이 공급망 역시 원천적으로 소멸한다. 결국 상어들은 극심한 기아 상태에 직면하게 된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2050년 이후에 도달할 온난화에 따른 열의 감옥 유폐다. 지구 해수온도 상승이 생리적 임계점을 초과함에 따라 온혈 상어의 생존 안전지대인 17℃선이 남·북극 주변부로 비정상적으로 급격히 수축한다. 서식지가 50% 이상 급격히 줄어든 상태에서 극도로 좁아진 한랭 해역으로 밀려난 상어들은 혼획 극대화와 대사 과열이라는 이중의 덫에 걸려 영구 사멸하는 파국적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전망은 과학계에서 제기된 여러 시나리오 가운데서도 비교적 극단적인 경로를 상정한 것이다. 현실은 이보다 덜 파국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 추세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시간만 늦춰질 뿐 해양 생태계의 대규모 붕괴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상어는 지구상에서 4억년 이상 생존하며 공룡의 멸종을 지켜본 생명의 경이이자 역사다. 이 장엄한 생명체가 단 몇십 년 진행된 인간의 남획과 온난화로 지워지려 하고 있다. 상어가 사라진 바다는 통제 불능의 생태계 혼란을 겪게 될 것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류에게 돌아온다. 우리가 상어에게 가하고 있는 이 잔인한 압박은 결국 우리가 바다를 얼마나 깊이 착취하고 파괴했는지를 정직하게 보여주는 거울이다. 그 거울 속에서 우리는 상어의 종말 너머, 인류 자신의 위태로운 초상을 마주하고 있다.
안치용 필자 주요 이력
△ESG연구소 소장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전 경향신문 사회책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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