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우유 남아돌고 수입우유 공세도… 위기감 커진 유업계, 외식·수출 키운다

  • 지난해 흰우유 소비 9.5% 급감, 80년대 이후 최저

  • 시장 외면한 의무매입 쿼터제, 업계 개편 요구 고조

  • 美·EU 무관세 공세 속 외식·수출로 실적 방어 나서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저출생과 식문화 변화, 대체 음료 확산 등이 맞물리며 국내 흰우유 소비가 빠르게 줄고 있다. 본업인 유가공 사업의 성장세가 꺾이자 유업계는 외식·가공식품·해외 수출 등으로 활로를 찾는 모습이다.
 
31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흰우유 소비량은 22.9㎏으로 전년(25.3㎏)보다 9.5% 줄었다. 1980년대 후반 이후 최저 수준이다. 우유 소비량은 2001년 이후 해마다 감소세를 이어왔지만 1년 만에 10% 가까이 급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유 가격 부담은 다소 완화됐다. 낙농진흥회가 올해 원유 가격 협상을 진행하지 않기로 하면서 음용유용 원유 가격은 ℓ당 1084원으로 3년 연속 동결됐다. 그러나 소비 감소에도 원유를 일정 물량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구조는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 있다.
 
배경에는 2002년 도입된 원유 의무매입 쿼터제가 있다. 유업체가 일정 물량의 원유를 반드시 구매하도록 한 제도다. 문제는 소비 구조가 바뀌었음에도 원유 배분이 여전히 흰우유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현재 원유 쿼터는 음용유 88.5%, 가공유 5% 수준이다. 반면 시장에서는 발효유, 치즈, 컵커피, 단백질 음료 등 가공유 수요가 늘고 있다. 실제 지난해 흰우유 소비량이 감소한 반면 가공유 소비량은 1인당 6.4㎏으로 전년 대비 33.3%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소비 트렌드 변화에 맞춰 쿼터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입 우유의 공세도 부담이다. 올해 1월부터 미국산 우유가 무관세로 들어오기 시작한 데 이어 오는 7월에는 유럽연합(EU)산 우유 관세도 전면 철폐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멸균우유 수입량은 5만800t으로, 2021년(2만3000t)과 비교해 2배 이상 급증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수입 우유가 카페와 베이커리 등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유업체들은 외식과 수출,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대응 중이다. 매일홀딩스의 지난해 유가공 부문 매출은 1조977억원으로 전년(1조909억원)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지만, 폴바셋과 크리스탈제이드 등을 운영하는 외식 부문 매출은 2136억원으로 작년 보다 77억원 증가했다.
 
빙그레는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냉장 제품 내수 매출은 감소했지만 수출은 728억원으로 전년(711억원)보다 늘었다. 미국·중국·베트남에서 메로나와 바나나맛우유 판매를 확대하고 있는 빙그레는 지난해 12월 호주 법인도 설립했다. 남양유업은 제품 다변화로 지난해 매출 9141억원, 영업이익 51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초코에몽과 테이크핏 등 기타 부문 매출 비중을 25.6%까지 확대한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흰우유 소비 감소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라며 “소비 흐름에 맞춰 원유 수급 구조와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을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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