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대통령 경고에도 꿈쩍 않는 숙박 바가지, 해법은 '관광진흥법' 개정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 뮤직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 뮤직]

 

오는 6월 12~13일 부산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BTS) 콘서트를 앞두고 빚어진 숙박 바가지요금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 세계 이목이 쏠리는 메가 이벤트를 유치해 놓고도 일부 숙박업소들이 평소의 수십 배에 달하는 요금을 요구하며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기존 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웃돈을 얹어 다시 매물을 내놓는 상도덕 밖의 행태마저 속출했다. 이에 실망한 국내외 팬덤은 지역 상권에서 지갑을 닫거나 무박 당일치기로 일정을 바꾸는 이른바 '당일치기 챌린지'로 맞서고 있다. 대규모 행사가 열릴 때마다 반복되는 고질적인 병폐가 국가 브랜드는 물론 어렵게 살아나는 K-관광 불씨까지 꺼뜨릴 위기다.

가장 답답한 대목은 정부의 거듭된 엄단 방침에도 현장에서는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바가지요금 등 관광 저해 요인을 뿌리 뽑으라고 강도 높게 지시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부산시가 부랴부랴 1박 1만350원짜리 청소년수련원 시설을 개방하고, 지역 사찰들이 8만500원이라는 실비 수준으로 템플스테이를 제공하며 수습에 나섰을 정도다. 공공자원과 종교계까지 동원해 일부 민간 숙박업소의 탐욕을 메우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격 꼼수 대신 품격 있는 테마 마케팅으로 정면 승부하는 주요 특급호텔들의 호스피탈리티와도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처럼 대통령의 경고와 지자체의 합동 단속이 변죽만 울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현행법상 행정 관청이 요금 인상을 직접 통제할 수단을 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다수 모텔이나 여관, 비즈니스호텔 등 일반 숙박업소는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관광진흥법'이 아니라 보건복지부 소관의 '공중위생관리법' 적용을 받는다. 철저히 자율요금제로 운영되다 보니 지자체 단속반이 현장에 나가도 위생 상태를 점검하거나 과도한 요금 책정을 자제해 달라고 권고하는 수준에 그친다. 폭리를 취해도 강력하게 제재할 법적 장치가 사실상 전무하다 보니 업주들도 행정 당국의 눈치조차 보지 않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K-관광의 질적 도약을 목표로 '관광 새마을운동'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제도의 커다란 구멍을 그대로 둔 채 캠페인과 계도에만 의존해서는 결코 시장의 빗나간 상혼을 바로잡을 수 없다. 관광객 불만의 최우선인 숙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 어떤 관광 활성화 대책도 공염불에 불과하다.

결국 문제 해결의 열쇠는 국회와 정부의 제도 개선 의지에 달려 있다. 메가 이벤트 개최 등 특수한 상황에서는 한시적으로 숙박 요금 상한제를 적용하거나 부당 요금 청구 시 명확하고 강력한 행정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조속히 관광진흥법 등 관련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K-컬처를 즐기러 왔다가 얄팍한 상술에 혀를 내두르고 발길을 돌린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경제와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 관광객의 지갑을 열게 하는 기본은 쾌적하고 합리적인 호스피탈리티 인프라다. 실효성 있는 법적 테두리를 마련하는 것만이 반복되는 바가지 논란을 끊어낼 유일한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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