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윤의 증시 라운지] 코인판을 닮아가는 증시 : '삼전닉스 2배 레버리지' 출시에 즈음하여…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네덜란드를 뒤흔든 튤립 광풍은 1630년대에 있었다. 현대 경제학에서 ‘버블’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사건이다. 당시 희귀한 튤립 구근(알뿌리) 가격은 노동자 연봉의 수배에서 많게는 집 한 채 값에 이를 정도로 치솟았다. 급등하는 가격과 “누군가 떼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사람들을 투기로 끌어들였다.

하지만 광기에 가까웠던 열풍은 오래가지 못했다. 불과 몇 주 만에 가격이 90% 넘게 폭락했고, 전 재산을 털어 투자한 이들은 큰 손실을 떠안았다. 400여년 전 튤립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이유는 최근 한국 증시 때문이다. 코스피와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한 투자 열기는 당시의 광풍과 묘하게 닮은 점이 있다.

가장 유사한 점은 단기간에 투자열기가 고조된 데 있다. 튤립 광풍은 2~3년 사이에 나라를 들끓게 했다. 증시 열기도 이에 못지 않다. 지난해 코스피 상승률은 75.63%. 주요국 증시 가운데 압도적인 1위였다. 단순 지수 추종 ETF에 투자했더라도 짧은 기간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던 장세다.

투자열풍의 이면에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자리한 것도 유사점이다. 남들은 돈을 버는데 나만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투자 열기로 이어졌다. 증시 신용거래 잔고가 사상 최고인 26조원을 넘어선 게 이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지수가 하락할 때마다 대규모 순매수에 나섰고, ‘이번엔 다르다’는 기대는 시장의 열기를 더욱 키웠다.

물론 지금 증시를 단순히 튤립 광풍과 동일시하는 것은 무리다. 가장 큰 차이는 실체의 존재다. 튤립 버블은 본질가치와 무관한 투기적 기대가 가격을 끌어올렸지만, 현재 한국 증시는 AI와 반도체 산업이라는 성장 서사를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기대는 실제 이익과 산업 경쟁력에 기반한다. 일정 수준의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정당화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버블' 혹은 '오버슈팅'의 위험은 한번쯤 살펴봐야 한다. 아니, 경계해야 한다. 

시장에서 버블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 가운데 하나는 속도다. 아주 짧은 기간에,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특정 섹터로 자금이 일제히 쏠리면 버블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 기준대로라면 지금 증시 상승곡선의 기울기가 너무 가파르다. 작년 12월 30일 코스피 종가는 4214.17이었다. 26일 현재 코스피 지수는 8060선이다. 5개월 만에 거의 두 배가 뛰었다.
 
변동성도 버블 여부를 가늠해볼 포인트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게 주식시장인지 코인시장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코스피 시장의 변동성은 극에 달했다. 지난 3월 초에는 코스피가 하루 만에 약 12% 급락한 뒤 다음 날 10% 가까이 반등하는 일도 있었다. 현기증 나는 장세임에도 ‘대박’의 기운을 느끼며 증시로 향하는 돈의 흐름은 계속 된다. 지수가 하락할 때마다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가 2조원 넘게 이어지는 걸 보면, 과거 한국영화 속 “묻고 따블로 가!”란 대사가 생각날 정도다.

역사적으로 봐도 최근 장세는 ‘상궤'에서 벗어난 흐름이다. 코스피는 과거 47개 연도 가운데 32번 상승했고 15번 하락했다. 장기적으로 상승한 시간이 더 길었다는 뜻이다. 변동폭은 어땠을까. 1980~2000년대까지 등락폭이 꽤 컸던 코스피는 2010년대와 2020년대에는 변동성이 다소 줄었다. 2010년대의 경우 연간 상승폭은 ±20% 안팎이었다. 2020년대에도 이런 흐름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박스피’가 오랜 기간 유지된 결과다.

최근 코스피 상황과 가장 유사한 때는 1999년이다. 그해 코스피 연간 상승률은 82.78%로, 역대 최고치였다. 외환위기 충격 이후 회복 과정에서 전 세계적인 IT 붐과 유동성 확대가 맞물리며 폭발적인 상승세가 나타났다. 반대로 가장 큰 폭의 하락은 2000년(-50.92%)이었다. IT 버블 붕괴의 충격으로 증시가 급락했다. 단 두 해 사이에 역사상 최고 급등과 최악의 급락을 맛본 것이다. 

이 때 이후 역사적으로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게 작년, 즉 2025년의 75.63%다. 어쩌면 올해 연간 기준으로는 이 기록을 뛰어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1999년과 2000년과 같은 급등락이 이번에도 반복될 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질문도 바로 이것일 게다.

작금의 증시 대호황에 불을 지필 또 하나의 '불쏘시개'가 27일 나온다. 이른바 ‘삼전·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인버스 ETF’다.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주가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이 상품의 매력 포인트는 단연 “따블”이다. 주가가 오르면 2배 이익을 챙길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도 2배다. 

흡사 ‘야바위판’을 연상케하는 상품이다. 오랜 기간 이런 구조의 상품 판매를 불허했던 정부(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가 태세를 바꾼 건 올해 초다. 서학개미가 원화를 달러로 바꿔 막대한 자금을 미국 증시에 투자해 환율이 급등하니, 우리도 고수익·고위험 상품을 허용해 해외로 나갈 돈을 국내에 묶어두자는 게 이 상품의 도입 취지 중 하나다.

코인판 혹은 도박판을 닮아가는 한국 증시의 변동성에 '삼전닉스 2배 레버리지·인버스'가 어떤 작용을 할 지 궁금해진다. 지수 추가상승의 촉매제가 될 지, 변동성을 극대화할 기폭제가 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 

웃기는 건, 이 상품 출시를 앞두고 금융당국이 내놓는 경고다. 금융당국은 상품 출시가 임박하자 위험성이 높은 상품이니 마케팅도 하지 말고, 투자 독려도 하지 말라고 금융회사들에 경고했다. ‘야바위판’을 허용해 놓고선, 이제 와서 현란한 야바위꾼의 손놀림에 속아 넘어갈 투자자를 걱정해주겠다는 건가? 이해못할 행태다.

어찌됐든 주가는 연일 오르고, 증시엔 돈이 넘쳐난다. 8000피 시대도 열렸다. 이렇게 좋은데 무슨 '버블' 같은 소리냐는 얘기를 듣기 딱 좋을 시기다. 버블의 시대는 달콤하다. 1980년대 엔저 호황기의 일본을 소개하는 영상엔 젖과 꿀이 넘쳐 흐른다. 그러나 버블이 터졌을 때 고통은 지옥과도 같다. 

1630년대 네덜란드 사람들도 튤립이 그렇게 끝날 줄은 몰랐을 것이다. 2026년 대한민국에선 버블이 터지지 않길 바란다. 그러기엔 증시에 쏟아부은 개미들의 자산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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