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OTT 연합', 3년째 감감 무소식

  • 3년 간 시장 경쟁 구도 달라져

  • 쿠팡플레이 2위 사업자 올라

  • OTT 시장 경쟁 방식 자체도 변화

  • 라이브콘텐츠·멤버십 전략 등 새로운 경쟁 요소 부각

사진티빙 웨이브
[사진=티빙, 웨이브]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논의가 3년째 장기 표류하고 있다. 양측이 지난 2023년 말 '토종 OTT 연합' 구축을 목표로 합병 추진을 공식화했지만, 지배구조와 투자, 수익성 등을 둘러싼 이해관계에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OTT 시장에서 티빙과 웨이브의 가입자 수도 급감해 목표였던 '규모의 경제 확보'도 이미 늦은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 간 합병 논의는 최근까지도 뚜렷한 진전 없이 답보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그간 최대 변수로 꼽혀온 KT 측 의사결정이 새 경영진 출범 이후 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지만, 미디어 사업 방향성에 대한 검토가 길어지면서 논의 역시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는 "여러 가지 상황을 보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넷플릭스 중심으로 재편되는 OTT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됐다. 콘텐츠 투자 비용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가입자 규모 확대, 공동 투자 등을 통한 규모의 경제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두 회사는 지난 2023년 12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합병 추진을 공식화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 2025년 6월, 올해 말까지 양사의 요금 인상 금지 등의 조건을 내걸며 합병을 승인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서장호 CJ ENM 콘텐츠유통사업본부장을 콘텐츠웨이브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경영 일원화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본계약 단계에서 내부 이해관계 조율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티빙 지분 13.5%를 보유한 2대 주주 KT 측이 합병 이후 지분 가치 희석, 스튜디오지니의 콘텐츠 영향력 축소 가능성, IPTV 가입자 감소 등을 우려하며 논의가 멈춰섰다. 

합병 논의가 장기화하는 사이 시장 경쟁 구도도 달라졌다. 당초에는 넷플릭스 대항마 구축이 핵심 과제였다면, 최근에는 쿠팡플레이가 스포츠·라이브 콘텐츠를 앞세워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OTT 시장의 경쟁 축 자체가 변화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플레이는 지난해 2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 기준 티빙을 제치고 국내 OTT 2위에 올라섰다. 이후 양측은 엎치락뒤치락하며 경쟁을 이어갔다. 쿠팡플레이는 지난 3월 MAU 900만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4월 역시 쿠팡플레이 MAU는 910만명, 티빙은 770만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SBS가 지난 2024년 12월 넷플릭스와 콘텐츠 공급 관련 협약을 체결한 뒤 웨이브의 MAU도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웨이브 MAU는 SBS 콘텐츠 공급 종료 이전인 지난해 6월 약 430만명 수준을 유지했지만, 올해 3월 약 384만명, 4월에는 약 389만명으로 약 40만명 감소했다.

OTT 시장의 경쟁 방식 자체도 변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에는 단순 가입자 확보와 콘텐츠 물량 경쟁이 핵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라이브 콘텐츠, 광고형 요금제(AVOD), 멤버십 결합 전략 등이 새로운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격을 낮추고 독점 콘텐츠를 많이 만드는 것 만으로는 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워졌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넷플릭스 이용자의 53.3%, 티빙 이용자의 44.9%가 광고형 요금제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준석 KISDI 연구원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유통망 확보와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콘텐츠 수급 능력에서 큰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격차가 향후 더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 미디어 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국내 사업자 간 전략적 제휴나 통합을 통한 '메가 플랫폼'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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