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격변의 시대에 외교는 단순한 국가 간 관계를 넘어 국가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 국민의힘 김건 의원은 이런 현실을 누구보다 깊게 체감해온 인물이다. 외교부에서 35년간 활동하며 북핵 협상과 대미 외교 현장을 누볐고, 지금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로 활동하며 외교·안보 현안을 다루고 있다. 그는 “외교의 본질은 결국 국익”이라고 단언한다. 감정이 아니라 냉정한 판단, 정치적 유불리가 아니라 국가 생존을 기준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최근 한미 정보 협력 문제와 대북 억지력, 미중 갈등, 중동 사태까지 폭넓은 외교 현안을 두고 정부 대응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동시에 그는 “외교는 힘과 신뢰를 동시에 갖춰야 한다”며 “한미동맹이라는 기둥 위에서 주변국과 조화롭게 관계를 맺는 전략이 대한민국 외교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김 의원은 외교관과 정치인의 차이, 한미동맹의 현재, 정보와 첩보의 차이, 실용 외교 논란, 미중 기술 패권 경쟁, 그리고 대한민국 리더십의 방향까지 깊이 있는 견해를 밝혔다.
“외교는 머리로, 정치는 머릿수로 한다”
― 외교관에서 정치인으로 역할이 바뀌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무엇입니까.
“외교는 머리로 하는 건데 정치는 머릿수로 하는 거더라고요. 국회는 결국 300명 중 150명을 확보하면 원하는 입법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의 지지를 얻는 게 핵심입니다. 반면 외교는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상대방을 설득할 논리를 찾아야 하고, 국익을 위해 가장 유리한 해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 외교 경험이 정치 활동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까.
“적응이 쉽지는 않습니다. 외교는 ‘내가 열심히 하면 언젠가 국민이 알아주겠지’라는 자세로 합니다. 그런데 정치권은 대중이 알아주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행동 양식 자체가 다르죠.”
― 의원님이 정의하는 외교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외교의 본질은 국익을 수호하는 것입니다.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 외교는 힘입니까, 신뢰입니까.
“둘 다 필요합니다. 힘이 없으면 외교를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혼자 움직이는 구조가 아닙니다. 신뢰를 얻어 협력 관계를 만들면 혼자보다 훨씬 큰 힘을 낼 수 있습니다. 결국 힘과 신뢰를 균형 있게 가져가야 합니다.”
― 대한민국 외교는 어디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까.
“동맹과 자강입니다. 한미동맹을 튼튼히 하면서 동시에 우리 스스로 강해져야 합니다.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입니다.”
“외교는 말 한마디로 전쟁을 부를 수도 있다”
― 외교에서 말의 무게는 어느 정도입니까.
“엄청 중요합니다. 과거 왕정 시대에는 왕들의 말이 전쟁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국가 지도자의 발언이 국민 감정 충돌로 이어지면 국가 관계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 정부 책임자들의 발언 기준은 더 엄격해야겠군요.
“당연합니다. 외교적 수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내부 협상 내용을 그대로 공개하면 국민 감정 충돌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순화된 표현과 전략적 설명이 필요합니다.”
― 의원님은 첩보와 정보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첩보는 언론 기사나 소문, 전문가 의견처럼 시중에 떠도는 모든 이야기입니다. 정보는 그 첩보를 검증해 정책 근거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가 된 상태입니다. 정부 정책은 첩보가 아니라 정보에 기반해야 합니다.”
― 요즘은 SNS 정치 시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방식은 굉장히 독특합니다. 외교 경험자로서는 위험성이 크다고 봅니다. 첩보 수준 이야기를 지도자가 직접 공개하면 국민은 그것을 정보라고 믿게 됩니다. 나중에 사실이 아니면 정부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한미동맹은 살얼음판 상황”
― 현재 한미동맹 상태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미국에는 동맹을 거래적으로 보는 대통령이 있고, 한국 내부에도 미국 중심 질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흐름이 일부 존재합니다. 이런 상황이 동맹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 정보 공유 제한 문제는 심각합니까.
“매우 심각합니다. 북한 핵 위협 상황에서는 한미 간 정보 공유가 억지력의 핵심입니다. 양국 정보가 결합돼야 북한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습니다. 틈이 생기면 북한은 시험하려 들 수 있습니다.”
― 대한민국 안보의 최대 리스크는 역시 북한입니까.
“그렇습니다. 핵전쟁 가능성은 낮아도 연평도 포격이나 천안함 같은 국지 도발 가능성은 언제든 있습니다. 그런 도발까지 억제하려면 압도적인 대비 태세가 필요합니다.”
― 외교의 실수가 안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한미 관계에 틈이 생겼다는 신호만 보여도 주변국은 시험하려 들 수 있습니다. 동맹 간 이견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 최근 정부 외교를 두고 ‘실언 외교’라는 표현을 쓰셨습니다.
“처음에는 실용 외교 방향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한일 관계도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이 보였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대통령과 일부 장관들의 발언이 문제를 만들고 있습니다.”
― 어떤 점이 가장 우려스럽습니까.
“외교는 표현 하나가 국제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관련 발언이나 북한 핵 관련 표현처럼 상대국 입장과 충돌할 수 있는 발언은 신중해야 합니다.”
“한일 협력은 시대적 필요”
― 한일 관계 흐름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십니까.
“그렇습니다. 지금 국제질서에서는 한일 협력이 필수입니다. 미중 갈등 속에서 한일이 협력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결국 지도자는 국익을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중 갈등의 핵심은 기술 패권”
― 세계 질서는 어떻게 재편되고 있습니까.
“핵심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입니다. AI와 반도체, 첨단기술을 둘러싼 경쟁이 국제질서를 흔들고 있습니다.”
― 한국은 그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맞습니다. 미국은 수출 통제를 하고 중국은 희토류를 무기화합니다. 우리는 중국에서 원재료를 들여와 미국 시장에 수출하는 구조입니다. 결국 양쪽 압력을 동시에 받게 됩니다.”
― 과거에는 ‘안미경중’ 전략이 거론됐습니다.
“지금은 안보와 경제가 하나가 됐습니다. 미국 안보, 중국 경제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입니까.
“한미동맹을 기본으로 하되 중국과의 경제 관계도 관리해야 합니다. 거의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게 한국 외교의 숙명입니다.”
“중동 사태, 한국은 균형을 지켜야”
― 중동 사태 대응은 어떻습니까.
“비교적 잘 대응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원유의 70%를 중동에 의존합니다. 호르무즈 해협 안정이 핵심 국익입니다. 동시에 미국 동맹도 관리해야 하고, 그렇다고 전쟁에 휘말려선 안 됩니다.”
― 이란과 관계 회복 가능성도 봅니까.
“충분히 있습니다. 이란은 한국에 우호적 감정이 강한 나라입니다. 국제사회 복귀가 이뤄지면 한국에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양극화입니다. 강성 지지층 정치가 사회 분열을 키우고 있습니다. 결국 통합과 화합의 정치로 가야 국가가 강해질 수 있습니다.”
“한미동맹은 대한민국 외교의 기둥”
― 의원님 외교 철학을 설명해 주신다면.
“제가 만든 표현이 있습니다. ‘입주화주(立柱和周)’입니다. 기둥을 세우고 주변과 화합한다는 뜻입니다. 대한민국 외교의 기둥은 한미동맹입니다. 그 기둥 위에서 일본·중국·러시아·아세안과 조화롭게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 왜 한미동맹이 핵심입니까.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늘 강대국 충돌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한미동맹은 외부 균형자를 끌어들여 이 지역 전쟁을 억제한 가장 성공적인 전략 중 하나였습니다.”
― 외교에서 가장 피해야 할 실수는 무엇입니까.
“냉정을 잃는 겁니다.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순간 국익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한국은 주변이 모두 강대국이기 때문에 외교 실수가 곧 국가 손실로 이어집니다.”
― 정치 철학은 무엇입니까.
“메시지는 강해야 하지만 표현은 절제돼야 합니다. 정치가 감정 과잉으로 흐르면 국민은 오히려 피로감을 느낍니다.”
― 미래 리더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대한민국은 해양세력과 대륙세력 사이 완충국가입니다. 국제 정세를 읽지 못하면 나라를 잃을 수도 있는 지정학적 운명을 갖고 있습니다. 미래 지도자는 국제 감각과 글로벌 마인드를 반드시 가져야 합니다.”
: 김건 의원 :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외교부에서 35년간 활동한 정통 외교관 출신 정치인이다. 북핵 문제와 대미 외교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으며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을 지냈다. 현재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로 활동하며 외교·안보 현안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는 외교의 핵심 원칙으로 ‘국익’을 강조한다. 한미동맹을 대한민국 외교의 기둥으로 규정하면서도 주변국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함께 추구해야 한다는 ‘입주화주(立柱和周)’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김 의원은 특히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북한 핵 위협이 동시에 진행되는 현실 속에서 대한민국이 더욱 정교한 전략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국제 감각 없는 국가는 미래도 없다”며 “대한민국 리더는 세계 질서를 읽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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