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한국 증시 랠리, 반도체만 아니다"… 법률 주도 지배구조 개혁 주목

  • 닛케이 "코스피 상승률, 日·美 압도"… 골드만삭스는 9000 전망

  • 거래소 '요청' 의존한 일본식 개혁 한계론도 부각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증시 랠리를 바라보는 일본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한때 일본식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모델로 삼았던 한국이 이제는 법률을 앞세운 개혁으로 일본 자본시장의 추가 변화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반도체 호황뿐 아니라 이사의 주주 책임 강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제도 변화가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주식 선호를 뒷받침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한국 주식시장의 상승세에 대해 “2024년 말 이후 주가 상승률이 일본과 미국을 압도한다”며 “글로벌 반도체 호황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20일 보도했다. 기업지배구조 개혁 등 시장 개혁이 한국 증시 재평가의 또 다른 축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의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티모시 모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 주식전략가 등은 5월 보고서에서 코스피 목표치를 9000으로 제시했다. 현재보다 약 190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관련주의 실적 개선, 낮은 주가수익비율(PER), 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한국 증시 추가 상승의 근거로 들었다.

닛케이가 특히 주목한 대목은 상법 개정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 상법이 세 차례 개정되면서, 이사가 회사뿐 아니라 주주의 이익에도 책임을 지도록 하는 이른바 ‘충실의무’가 명문화됐다고 전했다.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경영에 반영하기 쉽게 하는 집중투표제 정비와 자사주 소각 의무화도 주요 변화로 꼽았다.

닛케이는 개별 제도보다 개혁의 방식에 주목했다. 기업가치 제고 방안의 의무 공시와 모자회사의 동시 상장 제한, 인수합병(M&A) 규칙 정비까지 논의가 넓어지면서, 법률과 제도로 기업 행동을 직접 바꾸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것이다. 거래소의 요청과 기업지배구조 코드 등 자율 규범에 기대온 일본과 달리, 한국은 법적 의무와 제재를 앞세워 개혁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 여론 변화


한국식 개혁의 배경으로는 개인투자자 여론의 변화를 꼽았다. 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자가 급증하고 미국 주식 투자 경험이 확산되면서, 한국 증시의 낮은 평가와 미흡한 주주환원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투자자 압력이 전 정부의 자본시장 개혁 착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제도 변화가 주주 행동주의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올해 한국 주주총회에 제출된 주주제안은 전년 57건에서 91건으로 늘었고, 이 가운데 17개 안건이 가결됐다. 올해 5개 안건을 통과시킨 한국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이창환 대표는 “개혁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닛케이는 이 같은 분위기를 일본에서 기업지배구조 코드가 도입되던 초기의 열기에 비유했다.

반면 일본에서는 기업지배구조 개혁이 시작된 지 10여 년이 지나면서, 기업의 자율적 변화를 유도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닛케이는 일본 기업 이사들 가운데 여전히 "주주를 위해 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공언하는 경우가 놀라울 만큼 많다고 지적했다. 일본 회사법에 비춰보면 이런 인식을 무리한 주장이라고만 보기도 어려운 만큼, 이사가 누구를 위해 일하는 존재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 범위가 일본 기업으로까지 넓어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봤다. 일례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일본 전자부품업체 삼영전자에 자산 효율 개선 등을 요구하는 한편, 대주주인 일본 케미콘과의 대화도 촉구하고 있다. 차파트너스 측은 6월 일본 케미콘 주주총회에도 참석할 계획이라고 신문에 밝혔다.

한국 행동주의 투자자들에게 일본은 더 이상 일방적인 개혁 모델이 아니라는 게 닛케이의 결론이다. 일본이 먼저 기업지배구조 개혁에 나섰지만, 한국이 법률을 앞세워 제도 변화를 밀어붙이면서 이제는 일본 시장에 추가 개혁을 요구하는 흐름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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