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AI 시대의 법과 경제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헌법학)]
   
 
AI의 시작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AI의 존재감은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을 통해 대중에게 드러났고, 2022년 챗GPT의 등장 이후 AI가 대중적으로 이용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챗GPT의 등장 이후 불과 4년이 지났을 뿐인데, 이제는 인간의 미래를 예측하거나 설계할 때 AI를 빼놓고 생각하기 어렵게 되었다.

AI(Artificial Intelligence)는 한때 인공지능이라는 번역어로 사용되었지만, 최근에는 인공지능이라는 표현보다 AI라고 지칭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단지 인공지능이라는 말에 담기 어려운 복합적 의미가 이미 AI에 부여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워즈 등의 SF(공상과학) 영화나 소설을 통해 강한 인상을 남겼던 미래의 과학기술에 대해서 종래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보다 발달된 ‘도구’ 정도로 생각했지만, 오늘날 AI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이미 도구를 넘어서 ‘조언자’나 ‘인도자’의 역할까지 기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더욱이 AI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AI시대에 어떤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것이며, 어떤 위험성이 잠복하고 있을 것인지도 초미의 관심사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AI를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AI의 파급효과는 달라질 것이며, 인류의 미래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AI로 인하여 바뀔 인류의 미래 중에서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법과 경제를 들 수 있다.

인간의 삶의 영역을 정치, 경제, 사회, 문화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법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국가’ 내의 삶을 결정하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으며, 경제는 국가의 차원과 무관하게 재화의 생산, 분배 및 교환을 결정하는 시스템으로서 인간의 삶에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미 법과 경제의 의미와 비중은 널리 인정되고 있으며, AI의 발달로 인하여 그 비중 자체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러나 AI의 활용이 확대되면서 법과 경제의 실현구조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있다.

AI가 인간을 대신하여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들을 대신 결정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따라서 AI의 판단이 법을 대체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없어야 한다. 법과 법치의 근간은 인류의 보편가치인 인권을 위한 것이며, 결코 포기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치의 기본을 무너뜨릴 수 없는 것과는 달리, 법 실현의 기술과 방법은 AI의 활용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미 법학과 법실무에서는 AI를 이용한 자료 조사뿐만 아니라 각종 관련 통계의 분석, 판례의 비교⋅검토 등이 행해지고 있으며, 변호사들 중에는 이러한 AI 활용을 통해 시간과 노력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그뿐인가. 당장은 몰라도 AI가 이런 속도로 발전한다면, 조만간에 간단한 사건들은 판사 대신에 AI가 재판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비록 모든 사건에 대해 AI가 재판을 하는 것은, 더욱이 기존의 판례와는 달리 전혀 새로운 사건에 대해 재판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지만, 약식 재판 등에서는 조만간에 AI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일이지만, 최근 대중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AI에게 법에 관한 전문적 질문을 할 경우에는 엉뚱한 답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인터넷에서 딥러닝을 통해 공부하는 AI는, 인터넷 자료들 중에서 부정확한 것들이 적지 않은 만큼 부정확한 답을 제시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있다.

분명한 것은 AI의 적절한 활용이 법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크게 절감시킬 수 있다는 점이며, AI에 법적 판단을 맡기는 것은 곤란하다고 하더라도, AI의 판단을 참고하는 것은 현재로서도 충분히 가능하고, 유용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계속된다면, 10년 또는 20년 후의 법실무는 오늘날과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법의 영역 이상으로 AI의 적극적 활용이 경쟁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영역이 경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경제 영역에서는 시장 경쟁이 불가피하며, 특히 글로벌 무한경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AI를 적절하게 활용하여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업종에 따라서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AI를 활용하여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갖는 장점에 못지않게, 그 부작용도 심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제1차 산업혁명으로 인하여 농업생산에 주로 의존하던 경제가 공장에서의 산업생산에 더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공장노동자들의 삶의 질 저하, 자본에 의한 노동의 착취 등의 부작용을 겪었던 것처럼, AI 활용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많이 우려되고 있는 것의 하나가 80 대 20, 혹은 90 대 10의 사회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동안 공장 자동화 등이 그러했듯이 AI 활용으로 기업 생산성은 높아지지만, 현장 노동자들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며, 부의 불균형이 더욱 심각해지면서 부의 총량은 증가해도 빈곤층이 오히려 늘어나는 등의 부작용이 사회의 안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AI 시대의 빈부 격차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안전망을 어떻게 내실화할 것인지 등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공감대를 통해서만 새로운 형태의 부의 재분배를 시도할 수도 있고,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혹자는 이런 문제의 해결까지도 AI에게 맡기자는 의견을 제시하지만, AI가 만능해결사는 아니다. 오히려 AI의 적절한 활용 및 그 한계에 대해서는 핵(核)이나 생명공학처럼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 다양한 활용 가능성 측면에서 AI는 핵이나 생명공학보다 훨씬 유용할 수 있지만, 이를 잘못 이용할 경우의 위험성은 결코 핵 등에 못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AI도 핵이나 생명공학처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천사가 될 수도 있고 악마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고, 그 부작용 및 오남용에 대해서도 계속 대비해야 할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비상임위원 ▷경찰청 인권위원회 위원장 ▷전 국회 개헌특위·정개특위 등 자문위원 ▷전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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