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의 어부바] 양도세 끝나자 강남마저 올랐다…세금이 매물 잠갔다

  • 세금이 매물을 끌어낼 도구에서 잠그는 장치로 바뀐 순간

사진ChatGPT
[사진=ChatGPT]
부동산시장은 읽기 어렵습니다. 내 집 마련 역시 어렵습니다.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어’려운 ’부’동산 ’바’로보기는 거기서 출발합니다.

이재명 정부의 집값 안정 전략도 강남에서 출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집값 안정을 국정 전면에 내세웠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고 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대출 총량 관리,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개까지 겹겹이 틀어막았다. 강남이 타깃이었다. 서울 집값의 상징이자 규제 효과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강남이었기 때문이다.

2월 3일엔 강남 3구 매물이 늘었다는 기사를 직접 SNS에 공유하며 “효과가 없다거나 매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엉터리 보도”라고 적었다. 실제로 2월 3주차 이후 강남 3구 아파트값은 약세로 돌아섰고, 강남구도 12주 동안 하락·보합권에 머물렀다. 중첩된 규제가 강남권을 붙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정부는 다르다”는 말도 나오면서 정책이 통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시장은 다른 방식으로 답했다.

지난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끝났다. 그리고 5월 둘째 주, 강남구 아파트값은 0.19% 상승 전환했다. 정책이 통하고 있다는 믿음은 흔들렸다. 세금이 매물을 끌어내 강남을 누를 것이라는 기대도 함께 흔들렸다.

물론 한 주의 상승만으로 정책의 성패를 단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상승률 자체가 아니다. 강남이 왜 하필 양도세 중과 유예가 끝난 직후 다시 움직였느냐는 점이다. 그 시점 자체가 정책의 역설을 말해준다.
 
자료한국부동산원 아실
[자료=한국부동산원, 아실]
세금이 매물을 잠그는 순간

세금은 매도자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준다. 지금 팔아 세금을 내거나, 팔지 않고 버티는 것이다. 세율이 감당 가능한 수준이면 세금은 매도를 재촉한다. 보유 부담이 커지기 전에 처분하려는 매물이 시장에 나온다. 정책 설계가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기대한 것도 이 효과였다.

그러나 최고 세율이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82.5%에 이르면 계산은 달라진다. 팔아서 남는 게 없다고 느끼는 순간, 세금은 매도를 압박하는 장치가 아니라 매도를 포기하게 만드는 장치가 된다. 세금이 무거워질수록 매물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매물이 잠기는 역설이 생긴다.

유예 종료 전 나왔던 급매물은 빠르게 소화됐다. 그러나 유예 종료 이후 남은 집주인들은 달랐다. 이들은 매물을 거뒀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 집계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유예 종료 후 일주일 새 6,800건 넘게 사라졌다. 구로구(-16.6%), 강북구(-15.2%), 성북구(-14.1%) 등 비강남권을 중심으로 감소 속도가 빨랐다. 시장에 나와 있던 물건이 줄자, 매수자는 더 적은 선택지를 놓고 움직이게 됐다.

수요가 남아 있는 시장에서 공급이 줄면 가격 하방은 단단해진다. 부동산 시장에서 공급은 새 아파트 입주 물량만 뜻하지 않는다. 기존 주택 매물도 시장의 공급이다. 세금이 매도자를 움직이지 못하고 매물을 잠그는 순간, 시장 공급은 줄어든다. 정부는 수요를 누르려 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공급 감소가 먼저 나타났다.

세금이 매도를 압박하는 선을 넘으면, 그때부터 세금은 매물을 잠그는 장치가 된다. 이번 강남 반등은 그 경계가 어디였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다.

이 역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도 이 회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수요를 누르려는 규제가 거래를 줄이고, 거래 감소가 희소성을 키우는 장면은 여러 차례 반복됐다. 규제가 강해질수록 매도자가 버티기를 택할 유인은 커진다. 세금과 대출 규제가 수요를 없애는 대신 시장 밖으로 밀어내면, 그 수요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잠복한다. 작은 균열이 생기는 순간 다시 가격으로 돌아온다. 이번 강남 반등도 그 익숙한 회로 위에서 벌어졌다.
 
자료한국부동산원 아실
[자료=한국부동산원, 아실]
강남은 선도가 아니라 마지노선이었다

강남이 올랐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강남이 마지막이었다는 점이다.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강남은 오랫동안 선도 지표였다. 강남이 먼저 오르고, 그다음 마포·용산·성동이 따라붙고, 이후 서울 외곽과 수도권으로 온기가 번지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순서가 달랐다. 서울이 먼저 움직였고, 강남은 마지막으로 합류했다.

한국부동산원 권역 기준으로도 강남권 11개 구 평균 상승률 0.24%를 강북권 14개 구 평균 0.32%가 앞질렀다. 성북구는 0.54%, 종로구는 0.36%로 2012년 집계 이래 주간 최고치를 찍었다. 강남구의 0.19% 상승은 눈에 띄지만,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은 강북과 비강남권의 속도다. 강남구가 12주 동안 하락·보합권에 머무는 사이, 강서구와 성북구, 관악구 등 비강남권은 서울 평균을 웃도는 상승세를 먼저 쌓았다. 강남은 묶었지만, 서울 전반의 상승 압력까지 묶지는 못했다.

강남이 무너졌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적어도 이번 국면에서 강남은 상승의 출발점이 아니라 마지막 방어선이었다. 강남까지 다시 움직였다는 것은 정부 규제가 마지막으로 붙잡고 있던 상징적 가격대가 흔들렸다는 뜻이다.

전세 시장이 먼저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아실 기준 성북구 전세 매물은 5월 14일 174건으로, 1년 전 1027건의 6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전세 매물이 줄면 세입자의 선택지는 좁아진다. 더 비싼 전세를 감당하거나, 월세로 밀려나거나, 매수로 돌아서는 것이다.

이 압력은 매매 시장에도 옮겨붙었다. 성북구에서는 길음뉴타운9단지 전용 84㎡가 올해 신고가를 거듭 경신하는 등 비강남권 매수세도 먼저 달아올랐다. 올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월 둘째 주까지 2.89% 올랐고, 6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매매만의 문제가 아니라 거주비 전반의 문제다. 강남이 올랐다는 소식은 뒤늦게 헤드라인을 채웠지만, 시장은 전세난과 비강남권 상승 압력 위에서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강남 수요는 단순 투자 수요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학군, 직주근접, 재건축 기대가 결합된 구조적 수요다. 이런 수요는 세제로 누른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거래 밖에 머물다 가격 균열이 생기면 다시 시장으로 돌아온다. 강남을 겨냥한 규제가 거래 가능한 매물을 줄이면, 강남의 희소성은 오히려 커진다. 사려는 사람은 남고, 팔려는 사람은 줄어드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공급 우려도 겹친다. 부동산R114 기준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1만7000가구 안팎에서 2028년 8000가구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세제 변화가 강남 반등의 직접 계기였다면, 전세난과 공급 부족은 이미 시장을 밀어 올리고 있던 구조적 압력이었다.
 
5월 강남 반등이 남긴 경고

5월 강남 반등은 단순한 한 주의 가격 변화가 아니다. 세금이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준 신호다. 정부는 세금을 통해 매물을 끌어내려 했지만, 유예 종료 이후 시장에서는 오히려 매물이 줄었다. 세금이 매도자의 행동을 바꾸는 데 실패하면, 규제는 수요를 누르기보다 공급을 잠그는 결과를 낳는다.

다음 변수는 7월 세제 개편이다. 비거주 1주택자를 겨냥한 보유세 강화와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가 거론된다. 그러나 이번 양도세 국면이 보여준 기준은 분명하다. 세금을 더 세게 매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매물이 나오게 하느냐다. 매도자의 계산이 다시 ‘팔기보다 버티기’로 기울면, 시장은 같은 방식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세금은 집값을 누르는 도구일 수 있다. 그러나 매물을 잠그는 순간부터는 가격을 받치는 장치가 된다. 5월 강남 반등이 남긴 경고는 여기에 있다. 시장을 가르는 것은 세금의 강도가 아니라, 그 세금이 매도자를 시장 안으로 끌어내느냐, 시장 밖에 붙잡아두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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