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교생실습' 김민하 감독 "소녀들은 죽지 않는다…'이긴다'는 마음 지키고 싶었죠"

교생실습 김민하 감독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교생실습' 김민하 감독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단편 '빨간마스크 KF94' '버거송 챌린지'부터 영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과 '교생실습'까지. 김민하 감독은 익숙한 현실을 기묘한 상상력과 코미디 감각으로 비틀어온 창작자다. 장편에 이르러서는 공포의 문법 위에 소녀들의 우정과 시대의 불안을 겹쳐내며 자신만의 취향을 더 분명하게 드러냈다. "영화 평점이 1점 아니면 10점"이라고 농담처럼 말했지만 그만큼 분명한 지지를 보내는 관객들이 어쩌고 했다는 의미다. 

"1점을 준 관객들과 10점을 준 관객들이 서로를 바이럴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제는 관객들이 뭘 원하는지 조금 알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개봉하고 나면 더 많은 피드백이 오겠지만, 시사회 반응들을 보면서 '이분들이 뭘 보고 싶어 하는지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승부수를 띄워야겠다는 마음도 생겼고요. 기본적으로 이런 마이웨이 영화를 하면서 모두에게 인정받으려고 하면 오히려 불행해지는 것 같아요. 그 울타리를 무너뜨리면 제가 가지고 있는 것까지 같이 무너질 수 있으니까요. 지금은 제 영화를 좋아해주는 관객들을 놓치지 않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교생실습 김민하 감독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교생실습' 김민하 감독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신작 '교생실습'은 수능 귀신에 맞서 죽음의 모의고사를 치르게 된 열혈 MZ 교생 은경과 흑마술 동아리 소녀들의 하이스쿨 호러블리 코미디다. 전작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의 흐름을 잇는 작품이지만 제작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전작이 3만 관객을 기록하며 팬층을 만들었지만, 시장의 잣대에서는 여전히 냉정한 평가를 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은 당초 시리즈로 기획되어있었어요. '개교기념일' '교생실습' 등 부제만 바꿔서 시리즈화 시키려고 했죠. 그런데 '개교기념일'이 3만 관객을 기록하면서 시리즈에 대한 기대가 떨어졌죠. 3만명이라는 숫자가 정말 감사하기도 하지만 냉정한 시장의 잣대로 보면 흥행에 성공한 영화라고 보기는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시리즈 제목을 이어가는 대신 '교생실습'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하게 됐어요."

제작 환경도 크게 달라졌다. 애초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예산보다 훨씬 적은 규모로 영화를 완성해야 했다. 그럼에도 전작부터 함께해온 스태프들은 대부분 다시 현장에 남았다. 김 감독에게 그 시간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생존의 과정이기도 했다.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예산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으로 찍게 됐어요. 스태프의 95%가 전작과 같았는데 다들 영화에 애정이 있어서 함께해준 분들이었거든요. 시작할 때 스태프들을 모아놓고 '제작비가 이렇게 됐다. 원래 시작하려던 예산의 절반도 안 된다. 그러니 떠나도 좋다. 아무도 원망하지 않겠다'고 말했어요. 그래도 아무도 안 떠났습니다. 다들 남아준 거죠. 그렇게 가능한 것들을 줄이고 또 줄이면서 영화를 찍었습니다. 배우들도 정말 고생이 많았고요. 빠듯하게 찍어내고 편집도 제가 해서 영화제까지 올려놓았는데 완전히 번아웃이 오더라고요."
 
영화 교생실습 스틸컷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영화 '교생실습' 스틸컷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전환점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찾아왔다.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공개되며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얻게 된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걸스 나잇 영화'로 불리며 또 한 번의 가능성을 엿 볼 수 있게 됐다.

"작년 9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이 OTT에서 공개된 뒤 '붐업'이 됐어요. '걸스 나잇 영화'로 불리며 입소문을 탄 거죠. 영화를 지지해주는 관객이 있으니 다시 한 번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교생실습' 제작까지 이어지게 됐어요. 혼자 울컥하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이 영화는 소녀들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가 '걸스 나잇 영화'로 '붐업'이 되더니…. '걸스 나잇'도 여자친구들끼리 모여 우정을 나누는 시간이잖아요? 결국 소녀들의 우정과 웃음이 이 영화를 살려준 것만 같았어요. 그래서 후기들을 보면서 많이 울기도 했고요."

전작을 향한 팬들의 애정은 속편을 만드는 김민하 감독에게도 중요한 기준이 됐다. 그는 관객들이 사랑한 시리즈의 태도는 지키되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했다. '소녀들은 이긴다'는 마음은 이어가면서도, 이번에는 교권과 공교육의 문제를 통해 지금 시대의 슬픔을 담아내려 했다.

"시리즈로서 지켜가고 싶었던 건 '소녀들은 죽지 않는다, 소녀들은 이긴다'는 마음이었어요. 그건 계속 가져가고 싶었습니다. 다르게 가고 싶었던 건, 저는 코미디 안에는 그 시대의 슬픔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전작에는 경쟁에 대한 슬픔이 있었다면, 이번 작품에는 교권에 대한 슬픔, 사라진 서당에 대한 슬픔, 비대해진 사교육에 대한 슬픔을 담으려고 했어요. 그래서 전작과 똑같이 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교권 문제를 본격적으로 생각하게 된 계기는 단편 '버거송 챌린지'가 2023년 교육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면서였다. 폐막식이 열린 날은 서이초 교사 사망 49재이자 '공교육 멈춤의 날'이었다. 검은 옷을 입고 객석을 채운 교사들이 영화를 목격한 뒤 김 감독은 무너진 교권의 현실을 이전과는 다른 무게로 체감했다고 했다.

"2023년 교육영화제가 열렸는데 제 단편 '버거송 챌린지'가 폐막작으로 선정됐어요. 폐막식 날은 서이초 교사 사망 49재가 있는 날이었고 '공교육 멈춤의 날'이기도 했습니다. 선생님들이 다들 검은색 옷을 입고 영화를 관람하셨고 제 영화를 보면서 위로를 받았다는 말을 해주셨어요. 무너진 교권이라는 문제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구나 싶었죠. 그때부터 무너진 교권에 대한 슬픔을 다룬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영화 교생실습 스틸컷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영화 '교생실습' 스틸컷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그 경험은 '교생실습'의 방향에도 영향을 미쳤다. 김 감독은 교권 문제가 단순히 보도로 접하는 사회 이슈가 아니라 지금 시대가 안고 있는 슬픔처럼 다가왔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사라진 배움의 자리와 공교육의 흔들림, 커져가는 사교육 시장에 대한 감각이 영화 안으로 들어왔다.

"교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일이라는 걸 체감하게 됐어요. 단순한 사회 이슈가 아니라 이 시대의 슬픔처럼 느껴졌죠. 그래서 '교생실습'에는 교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을 미덕처럼 배우던 사람들이잖아요. 그런데 그 마음이 어떻게 사라졌을까 궁금해졌어요. 그 과정에서 서당이 사라진 배경까지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서당이 근대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 안에도 역사와 슬픔이 있더라고요. 그런 감정들이 맞물리면서 공교육의 흔들림과 비대해진 사교육의 현실까지 함께 생각하게 됐어요.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사교육은 계속 커지는 상황도 이상하고 슬펐고요. 결국 그 모든 것이 지금 시대의 슬픔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교생실습'이 이 문제에 답을 내리는 영화는 아니다. 김 감독 역시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관객이 한 번쯤 곱씹어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웃고 즐기는 장르 안에 시대의 슬픔을 함께 담는 것이 그가 생각한 코미디의 방식이었다.

"이 영화가 어떤 해답을 내리는 작품은 아니에요. 다만 교권이라는 문제, 사라진 서당이라는 역사, 비대해진 사교육이라는 현실을 한 번쯤 곱씹는 시간이 될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웃고 즐기는 영화 안에 그런 시대의 슬픔을 함께 담고 싶었어요."

한선화의 캐스팅도 같은 맥락 위에 있었다. 대중적인 얼굴을 세우는 선택이기도 했지만 김 감독이 중요하게 본 것은 코미디와 슬픔 사이의 균형이었다. 웃기지만 우습지 않게, 가볍지만 가볍게 소비되지 않게. 한선화 역시 그 지점에 공감하며 작품의 중심을 잡아줬다고 했다.

"한선화 배우와는 진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이 슬픔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 웃기지만 우습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선화 배우가 영화의 중심을 잘 잡아줬습니다. 본인도 코미디나 웃음을 위한 부분은 차순위였고, 가장 우선에 둔 건 교권의 슬픔이었어요. 이 슬픔에 공감해주신 거죠. 선화 배우를 기대하고 오신 팬분들도 이번 작품에서는 배우의 또 다른 모습과 역량을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생실습 김민하 감독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교생실습' 김민하 감독 [사진=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전작을 아껴준 관객들에게서 받은 마음을 이야기했다. 호불호가 선명한 영화였지만, 그 안에서 자신의 취향과 태도를 정확히 읽어준 관객들의 반응은 오래 남았다. 특히 "정답을 알기에 오답을 택한다"는 한 리뷰는 김 감독에게 이 시리즈가 지켜야 할 방향처럼 다가왔다.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때 나온 리뷰 중에 제가 정말 감동받았던 문장이 있어요. '정답을 알기에 오답을 택한다'는 말이었어요. 이런 장르 영화에는 어느 정도 정답처럼 여겨지는 길이 있잖아요. 그런데 '아메바'는 계속 엇나가고, 오프로드로 뛰쳐나가는 영화라고 봐주신 거죠. '아, 앞으로 이 시리즈를 만들 때 잊어서는 안 될 말이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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