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자의 여현덕 이야기 | 인간·문화·자연] 여현덕 교수의 『AI 경영: 소년병과 아인슈타인』

  • 인간의 지혜와 인공지능의 힘을 함께 묻는 북콘서트

인공지능은 이제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경영의 문제이고, 인간의 문제이며, 문명의 문제다. 기업이 AI를 얼마나 빨리 도입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이 AI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바로 그 물음 앞에서 여현덕 KAIST G-School 원장이자 인공지능경영자 과정 책임 교수가 새 책 『AI 경영: 소년병과 아인슈타인』을 펴내고 독자들과 만난다.


여 교수는 5월 16일 서울 영풍문고 종각 본점에서 북콘서트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영풍문고와 드러커마인드가 함께 마련한 자리로, 저서의 핵심 내용을 바탕으로 AI 시대의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과 리더십, 인간의 사유 능력에 대해 독자들과 대화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행사에는 기업인, 교수, 대사, 문화계 인사,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유연철 사무총장, CTS 기독교TV 안기석 부회장, 행가래운동본부 김선래 이사장 등 각계 리더들이 함께했다는 점에서도 이번 북콘서트는 단순한 출판 행사를 넘어 AI 시대의 경영과 인간의 미래를 함께 묻는 공론장의 성격을 띤다.


『AI 경영: 소년병과  아인슈타인』이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AI를 단순한 도구로 보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 기업과 조직은 AI를 전략 자원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AI에 압도되어 인간의 판단력과 통찰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 여 교수는 AI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과 AI가 함께 일하는 협업 지능, 즉 CQ에 있다고 강조한다.
 
AI 경영 소년병과 아인슈타인 사진드러커마인드
AI 경영: 소년병과 아인슈타인 [사진=드러커마인드]

책 제목도 상징적이다. ‘소년병’은 준비되지 않은 채 전장으로 내몰린 인간의 불안과 취약성을 떠올리게 한다. 반면 ‘아인슈타인’은 사유와 통찰, 창조적 지성의 상징이다. AI 시대의 경영자는 이 두 존재 사이에 서 있다. 한편으로는 기술 변화의 전장에 내몰린 소년병처럼 불안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아인슈타인적 사유를 회복해야 한다.


여 교수는 특히 명료한 문제 정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AI가 아무리 강력해도 잘못된 질문 앞에서는 좋은 답을 낼 수 없다. 결국 AI 경영의 출발점은 기술이 아니라 질문이다. 무엇을 해결할 것인가, 누구의 고통을 덜어줄 것인가, 어떤 인간적 가치를 지킬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그는 인간의 통점, 곧 페인 포인트를 아는 것이 AI 경영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기업이 고객의 불편과 조직의 병목, 사회의 결핍을 정확히 읽지 못한다면 AI는 화려한 장식에 그칠 뿐이다.


반대로 인간의 고통과 필요를 정확히 읽는 조직은 AI를 통해 더 빠르고 깊은 해결책을 만들 수 있다.


여현덕 교수는 오래전부터 AI와 경영, 인간과 기술의 접점을 탐구해 온 인물이다. KAIST G-School 원장으로서 기술과 경영, 글로벌 전략을 연결해 왔고, 인공지능경영자 과정 책임 교수로서 경영자들에게 AI 시대의 사고방식과 조직 운영 전략을 전파해 왔다. 주최 측에 따르면 여 교수는 KAIST-NYU 석좌교수이기도 하며, KAIST의 글로벌 교육 프로젝트와 뉴욕·중동권을 잇는 지식 네트워크에서도 활발히 활동해 왔다.


이번 저서는 그러한 여정의 한 결실이다. 단순한 AI 활용 매뉴얼이 아니라, 경영자가 AI 시대에 어떤 철학과 판단력을 가져야 하는지 묻는 책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최신 연구와 글로벌 비즈니스 사례를 인용하며, AI가 창의적 혁신에는 기여할 수 있지만 구체적 비즈니스 문제 해결 과정에서는 오히려 성과를 저해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담고 있다.


이는 중요한 지적이다. AI는 만능이 아니다. AI는 인간이 만든 데이터를 먹고, 인간이 설정한 목표 안에서 움직인다. 따라서 목표가 흐리면 결과도 흐리고, 질문이 틀리면 답도 틀린다. AI 시대의 리더는 기계를 잘 다루는 사람을 넘어, 문제를 바르게 정의하고 인간적 가치를 끝까지 붙드는 사람이어야 한다.


여 교수는 AI 시대 의사결정의 여러 유형도 제시한다. 완전 자동화, 인간 주도, 기술 활용, 인간 점검형 의사결정 등 조직의 상황에 따라 AI와 인간의 역할 배분은 달라져야 한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AI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은 AI가 맡고 어떤 일은 인간이 최종 판단해야 하는지 구분하는 능력이다.


앞으로 기업 경영은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의 시대를 맞게 된다. 에이전틱 AI는 단순히 답을 주는 AI가 아니라 목표를 이해하고 스스로 과정을 설계하며 업무를 수행하는 AI다. 피지컬 AI는 로봇과 제조, 물류, 의료, 도시 인프라 속으로 들어가 현실 세계를 직접 움직이는 AI다. 이 두 흐름은 기업의 일하는 방식과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인간이다. 보이지 않는 인간의 지식, 곧 암묵지는 여전히 조직의 핵심 자산이다. 문서화된 명시적 데이터만으로는 기업의 생명력을 설명할 수 없다. 오랜 경험, 현장의 감각, 고객을 대하는 태도, 위기 때의 판단력은 숫자로만 환원되지 않는다. 여 교수가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인간의 암묵지와 AI의 명시적 데이터가 제대로 결합할 때 조직은 진정한 성과를 낼 수 있다.


결국 AI 경영의 바른 길은 기술 숭배가 아니다. 인간 배제도 아니다. 인간이 더 인간다워지고, 기술은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쓰여야 한다. 『AI 경영: 소년병과 아인슈타인』은 바로 그 균형을 묻는 책이다.


이번 북콘서트가 의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책 한 권을 소개하는 자리를 넘어, AI 시대 한국 경영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묻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기술은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사유와 윤리, 조직의 지혜가 함께 가지 못하면 그 속도는 오히려 위험이 될 수 있다.


AI 시대의 승자는 AI를 가장 먼저 도입한 기업이 아니다. AI를 가장 깊이 이해하고, 인간과 기술의 역할을 가장 지혜롭게 조합하는 조직이다. 여현덕 교수의 새 책과 북콘서트는 한국 기업과 리더들에게 바로 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AI를 어떻게 쓸 것인가. 그리고 AI와 함께 어떤 인간으로 남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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