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자의 미·중 정상회담 이야기-부문별 분석5]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북한 문제 논의… 한반도에 평화의 봄은 올 수 있을까

2026년 5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단순한 양국 정상의 외교 이벤트가 아니었다. 세계 최대 전략 경쟁국인 미국과 중국이 충돌과 협력의 경계선 위에서 다시 한번 세계 질서의 향방을 조율한 자리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여전히 북한 문제가 놓여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담 직후 “시진핑 주석과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고 직접 밝혔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국제 외교가는 즉각 반응했다. 그것은 북한 문제가 다시 미중 전략 게임의 핵심 테이블로 올라왔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실 북한 문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동북아 국제질서의 가장 위험한 화약고 가운데 하나였다. 미국에는 핵 위협의 문제였고, 중국에는 체제 안정과 완충지대의 문제였으며, 한국에는 전쟁과 평화가 걸린 생존의 문제였다. 일본에는 안보 불안의 문제였고, 러시아에는 극동 전략과 연결된 지정학의 문제였다.
 
최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평양 방문은 이런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국 외교수장이 6년 7개월 만에 평양을 찾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거대한 정치적 메시지였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중 관계는 이전과 다른 긴장 속에 놓여 있었다. 북한은 러시아와 급속히 가까워졌고, 중국은 다소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는 군사동맹 수준으로 빠르게 밀착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상회담을 통해 전략적 협력을 강화했고,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과 군수 물자를 지원한 것으로 서방 정보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반대로 러시아는 북한에 군사 기술과 에너지, 식량 지원 등을 제공하며 관계를 강화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러시아가 국제 제재 국면에서 숨통을 틔워주는 전략적 우군이 된 셈이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에서 북한이라는 군사적 공급망을 필요로 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 북한의 지나친 러시아 밀착은 결코 달갑지 않은 시나리오였다. 북한은 중국의 전통적 영향권에 속한 전략 공간이다. 중국은 한반도 급변 사태를 원치 않으며, 북한 체제가 완전히 러시아 쪽으로 기우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결국 왕이 부장의 방북은 북중 관계 복원과 영향력 재확인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흥미로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관계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반복해서 강조한다. 싱가포르 회담과 판문점 회동 당시 두 정상은 세계를 놀라게 할 정도의 파격 외교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 관계는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졌다.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미국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미국 내부 정치와 대중 압박 전략 속에서 북한 문제를 후순위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의 임기 중 북한 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 문제를 해결한 미국 대통령으로 기록되기를 원하고 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북한 문제 해결은 단순한 외교 성과를 넘어 노벨평화상급 상징성을 갖기 때문이다. 미국 역사에서도 북한 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대통령은 아직 없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동결이나 단계적 비핵화, 그리고 평화체제 구축의 실질적 진전을 이끌어낸다면 그것은 냉전 이후 최대 외교 업적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북한의 현실이다. 최근 북한은 핵무기 체계와 방위산업 구조를 빠른 속도로 고도화하고 있다. 단순한 핵 개발 단계를 넘어 전술핵 체계,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극초음속 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다층적 핵전력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이는 과거와 질적으로 다르다. 북한은 이제 핵 보유를 협상 카드가 아니라 체제 생존의 절대 조건으로 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김정은 체제는 핵무력을 헌법적 수준의 국가 전략으로 격상시키고 있으며, 군수산업 역시 국가 경제의 핵심 축으로 재편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 확대는 북한 방위산업 현대화에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군사 기술 교류와 위성 기술 협력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북한은 이를 통해 미국의 군사 압박을 견딜 수 있는 비대칭 전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남북 간 긴장 완화와 단계적 평화 로드맵 구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 협력과 군사적 긴장 완화, 인도적 교류를 병행하며 대화를 복원해야 한다는 접근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는 한반도 문제를 단순한 이념 대결이 아니라 생존과 경제의 문제로 접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전쟁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 외국인 투자 심리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일본 역시 방위비 확대와 장거리 타격 능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대로 북한과 러시아, 그리고 부분적으로 중국이 전략적으로 가까워지면서 동북아에는 새로운 냉전 구도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이미 동북아에서 사실상의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사한 집단안보 구조가 동북아에서도 부분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동북아는 유럽과 다르다. 역사와 민족, 경제가 훨씬 더 복잡하게 얽혀 있다. 중국과 미국은 싸우면서도 서로 최대 무역 상대국이고, 한국 역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깊이 연결돼 있다. 북한 문제 역시 단순한 군사 문제가 아니라 체제와 역사, 경제와 민족의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중국 고전 ‘도덕경(道德經)’에는 이런 말이 있다. “큰 나라는 낮은 곳에 머물러야 한다(大國者下流).” 강한 나라일수록 힘을 앞세우기보다 스스로를 낮추며 질서를 품어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의 미중 관계와 한반도 문제에도 깊은 시사점을 던지는 대목이다.
 
또 ‘논어(論語)’에는 “군자는 화합하되 같아지려 하지 않고, 소인은 같아지려 하지만 화합하지 못한다(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는 구절이 나온다. 서로 체제와 이념이 달라도 공존과 조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동아시아 문명의 오래된 지혜다.
 
불교의 ‘법구경(法句經)’ 또한 말한다. “원한은 원한으로 풀리지 않고, 오직 자비로써 풀린다.”수천 년 전의 이 가르침은 오늘날 핵과 미사일, 군사동맹과 패권 경쟁 속에서도 인간 문명의 마지막 희망이 무엇인지를 다시 묻고 있다.
 
결국 평화의 길은 쉽지 않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지금처럼 긴장이 높을 때일수록 대화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핵과 미사일, 군사동맹과 전략 경쟁만으로는 한반도의 미래를 영원히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북한 문제 논의는 어쩌면 그런 현실을 다시 확인한 장면인지도 모른다. 강대국들은 결국 충돌 직전에서 협상의 필요성을 다시 발견한다.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 역시 대결과 협상의 반복 속에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봄은 하루아침에 오지 않는다. 그러나 긴 겨울 끝에서도 인간은 늘 봄을 기다려왔다. 한반도의 평화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동북아는 거대한 지정학의 먹구름 속에 서 있지만, 그 속에서도 대화와 절제, 그리고 상호 공존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외교의 시작일 것이다.
 
사진AP연합뉴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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