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베이징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단순한 양국 관계 조율을 넘어, 중동과 세계 에너지 질서의 향방까지 흔드는 중대한 외교 무대가 됐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세계가 주목한 핵심 의제는 이란 핵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였다.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원칙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 에너지 공급을 위해 반드시 개방된 상태로 유지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시진핑 주석 역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원하고 있으며, 이란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의사가 있다”고 강조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이는 상당한 외교적 진전처럼 보인다. 그러나 회담 이후 미국과 중국이 내놓은 메시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실은 훨씬 복잡하고 미묘하다. 미국은 “이란 핵 불용”과 “호르무즈 해협 완전 개방”을 강하게 부각했지만, 중국은 매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중국 외교부는 중동 문제가 정상회담 의제 가운데 하나였다는 점만 확인했을 뿐, 미국이 강조한 ‘이란 핵무기 불용’ 표현은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 역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는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다.
이 미묘한 온도 차는 결국 미·중 양국이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서도 서로 전혀 다른 전략 계산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에게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한 중동 해협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미국이 기대하는 핵심 변수는 바로 중국의 대(對)이란 영향력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수준의 원유 수입국이며, 이란산 원유의 핵심 구매국이다. 미국은 중국이 이란에 일정한 압력을 행사해 호르무즈 해협 긴장을 완화하도록 만들기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미국산 원유와 LNG 수입 확대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거래 차원이 아니다.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를 분산시키는 동시에 미국과의 경제 협상 카드도 확보하려 하고 있다.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는 미·중 무역 갈등 완화의 하나의 안전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이 원하는 수준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아직 높지 않다. 왜냐하면 중국과 이란의 관계는 단순한 원유 거래를 넘어선 전략적 동반자 관계이기 때문이다. 양국의 관계는 역사적으로도 매우 깊다. 고대 실크로드 시대부터 중국과 페르시아는 문명과 상업, 종교와 문화가 교차하는 거대한 유라시아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었다. 장안에서 중앙아시아를 지나 페르시아로 이어졌던 실크로드는 단순한 교역로가 아니라 문명의 동맥이었다. 오늘날 중국은 이를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그리고 이란은 그 핵심 축 가운데 하나다. 지리적으로 이란은 중동과 중앙아시아, 러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전략적 관문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 해군 중심의 해상 통제망 의존도를 줄이고 육상 공급망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이란은 반드시 필요한 전략 파트너다.
특히 양국은 2021년 체결한 25년 장기 전략협력 협정을 통해 에너지·인프라·금융·군사 분야 협력을 대폭 강화했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사실상 최대 고객이며, 이란은 중국의 기술과 자본을 통해 미국 제재 속에서도 경제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서방 자본이 빠져나간 공간을 중국이 상당 부분 메우고 있는 셈이다.
에너지 협력은 특히 중요하다. 중국 경제는 막대한 원유와 LNG 소비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현재 중국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은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중심 통로가 바로 호르무즈 해협이다. 다시 말해 호르무즈 해협은 중국 산업경제의 생명선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중국 역시 호르무즈 해협의 전면 봉쇄를 원하지 않는다. 문제는 ‘어떤 방식의 개방’을 원하느냐이다. 미국은 국제법에 따른 완전한 자유 항행 체제를 원한다. 반면 이란은 자신들의 안보 통제 아래에서 제한적이고 선별적인 통항을 허용하려 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이란은 중국 등 일부 우호국 선박에 대해서는 일정한 조건 아래 통행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해상 통제가 아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새로운 지정학적 영향력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즉 미국·이스라엘과 연결된 선박에는 압박을 가하고, 중국이나 일부 우호국에는 제한적 통행을 허용함으로써 국제 질서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재편하려는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도 이런 구조가 완전히 불리하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미국 중심의 중동 질서가 약화될 경우, 중국은 상대적으로 전략적 공간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시진핑 정부는 미국과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동시에 이란과의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복합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발표와 달리 실제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여전히 선박 공격과 나포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인도 화물선이 공격받아 침몰했고, UAE 인근에서는 선박 나포 사건도 발생했다. 국제 해운업계는 극도의 긴장 상태에 들어갔으며, 보험료와 운임도 급등하고 있다.
세계 에너지 시장 역시 불안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핵심 통로다. 만약 현재의 긴장이 장기화되거나 군사 충돌로 확대될 경우 국제유가는 다시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다시 자극할 수 있으며, 한국·중국·일본 같은 아시아 제조업 국가들의 성장에도 심각한 부담이 된다.
그렇다면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은 가능할까. 현재로서는 제한적 휴전이나 부분적 긴장 완화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러나 완전한 관계 정상화까지 가기에는 장애물이 너무 많다. 이란은 이미 이번 전쟁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강력한 전략 카드를 확보했다. 반면 미국은 중동 안정을 원하지만 동시에 이란의 핵 개발과 지역 패권 확대를 용인할 수도 없다. 결국 앞으로의 중동 질서는 미국·중국·이란·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러시아까지 얽힌 다층적 힘의 균형 속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은 그 거대한 지정학적 체스판 위에서 양국이 일단 정면충돌보다는 관리 가능한 긴장을 선택하려 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의지는 있었지만 신뢰는 아직 없다. 그리고 국제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바로 그 두 가지 사이의 간극이 점점 커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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