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의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트랜스포밍 에너지' 전시 전경. 이 전시는 사진 촬영 등 스마트폰 사용이 금지다. [사진=Matteo de Fina,lissongallery 누리집]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찾은 이탈리아 베네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 한켠에서는 세르비아 출신 퍼포먼스 아트 거장 마리나 아브라모비치(80)의 개인전 '트랜스포밍 에너지(Transforming Energy)'가 열리고 있었다. 아브라모비치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2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이 미술관에서 전시를 선보인 최초의 생존 여성 작가란 수식어를 얻게 됐다.
'트랜스포밍 에너지'는 찜질방의 자수정방과 닮았다. 커다란 귀마개를 착용한 관람객들은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명상에 잠기거나 눈을 붙였다. 벽면에 설치된 미네랄 오브제에 이마를 기대고 휴식을 취하거나, 나무 침대에 누워 미네랄에서 뿜어 나오는 에너지를 받았다. 아브라모비치의 새까만 긴 머리카락을 연상시키는 오브제들은 흔들흔들거리며 관람객의 머리와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잠이 스르르왔다. 전시장에서 나올 때는 찜질방에서 땀을 빼고 한숨 자고 일어난 듯, 개운했다.
아카데미아 미술관 전시 전경. 아브라모비치의 피에타와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피에타가 마주보고 있다. [사진=윤주혜 기자]
미술관 전시실 곳곳에도 아브라모비치의 작품들이 배치돼, 르네상스 걸작들과 신구조화를 이뤄냈다. 특히 아브라모비치의 작품 '피에타(Pieta)'(1983/2002) 바로 맞은편에 성모 마리아가 죽은 예수 그리스도를 안은 장면을 그린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걸작 '피에타'(1575~1576)가 걸려 있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아브라모비치의 피에타는 1983년 아브라모비치와 그의 파트너 울라이(Ulay)가 선보인 12분짜리 퍼포먼스를 사진으로 기록한 작품이다. 두 작품의 만남을 통해 희생, 사랑 등 시대를 뛰어넘는 인간 보편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