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이 흔들리면 코스피도 흔들렸다. 중국 경기가 꺾이면 한국도 팔렸다.
올해는 다르다. 중동 전쟁도, 미·중 패권 경쟁도 시장을 꺾지 못하고 있다. 이번 주 핵심 변수는 미·중 정상회담이어야 했다.
그러나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향한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미 올해 80% 가까이 상승하며 전 세계 주요 지수 최고 성과를 기록 중이다. 한국은 영국을 제치고 세계 8위 주식시장(4조 400억 달러)에 올랐다. 올해 세계 10대 증시 가운데 6개가 아시아에 있다. 시장은 지정학보다 AI를 더 크게 보기 시작했다.
챗GPT의 답변 하나도 GPU와 메모리, 전력망과 데이터센터를 거쳐야 작동한다. AI는 소프트웨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대한 하드웨어 공급망 위에서 돌아간다. 그 공급망의 심장부가 아시아다.
대만은 파운드리를 장악했다. TSMC 없이는 AI도 없다. 세계 최첨단 칩 생산의 90% 이상이 이곳을 거친다. 2026년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356억 달러, 순이익은 58% 급증했다. 올해 설비투자 가이던스는 최대 560억 달러로 전년 대비 40% 늘었다. TSMC 고객사들이 2028년까지 데이터센터에 집행할 Capex 합계는 1조 2천억 달러를 넘는다.
한국은 메모리 병목을 장악했다. AI 시대에 HBM은 범용 부품이 아니라 연산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인프라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처음으로 삼성을 제치고 영업이익 1위(47조 2천억 원)에 올랐고, 주가는 210% 상승했다. HBM 시장 점유율 57~62%, 2026년 생산 물량은 이미 완판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를 "1990년대식 메모리 슈퍼사이클"로 규정한다.
이 열기는 반도체를 넘어 전력기기·변압기·조선·배터리로 확산됐다. HD Hyundai Electric, LS ELECTRIC의 수주 잔고가 수년치로 꽉 찬 이유다.
일본은 칩을 만드는 장비를 공급한다. 도쿄일렉트론·어드반테스트·레이저텍은 TSMC와 SK하이닉스가 증설할 때마다 수혜를 입는다. 닛케이225는 올해 4월 사상 처음 6만 선을 돌파했다. 골든위크 후 재개장 첫날 5.58% 폭등, 소프트뱅크(+18%)가 이끌었다. JP모건의 연말 목표치는 7만이다.
중국·홍콩은 독자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엔비디아 첨단 칩 수입이 막힌 중국은 딥시크 R1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항셍지수는 2025년 28% 올랐다. 알리바바는 3년간 520억 달러의 AI 인프라 투자를 선언했다. 항셍테크의 PER은 24배로 나스닥100(25~31배)보다 낮다. 미국이 선도 모델을 만들었다면, 중국은 그 주변에 병렬 생태계를 쌓고 있다.
구조적 논리는 단순하다. 소프트웨어는 미국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그것을 움직이는 공급망은 아시아에 있다. 한때 아시아는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세계의 공장’이었다. 이제는 세계 AI 시스템을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의 중심축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금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단순한 기술 랠리가 아니다. 한 세대에 한 번 있을 산업 가치의 대이동이다. 그리고 그 흐름의 한가운데에 코스피가 서 있다. 거품 논란 속에서도 시장이 쉽게 꺾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투자자들은 단기 유행이 아니라 산업 질서의 재편을 사고 있는 것이다.
지성은 캘리포니아에서 탄생했다. 그러나 그 지성을 현실 세계에서 작동시키는 전력과 메모리, 반도체와 공장의 심장은 이제 아시아에서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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