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026년 스페셜 301조 보고서에서 베트남을 지식재산권 분야 최고 수준 경고 등급인 '우선협상대상국(Priority Foreign Country·PFC)'으로 지정하자 베트남이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는 무려 13년 만에 꺼내 든 최강 카드로, 향후 관세를 포함한 불리한 무역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10일 베트남 언론사 VOV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2026년 스페셜 301조 보고서에서 베트남은 '우선협상대상국'으로 분류됐다. 이는 2013년 우크라이나 이후 13년 만에 특정 교역 상대국에 부여된 최고 등급의 조치다.
USTR는 베트남을 PFC로 지정한 근거로 5가지를 들었다. 구체적으로는 ▲디지털 환경에서 벌어지는 저작권 침해에 대한 집행이 비효율적 ▲위조상품과 상표권 침해 단속의 불충분 ▲국경 단계의 집행 메커니즘의 한계 ▲기업 내부에서 이뤄지는 무단 소프트웨어 사용에 대한 실질적 조치 부족 ▲암호화된 케이블과 위성 방송 신호를 몰래 빼내 쓰는 행위에 대한 형사 규정이 빈약하다는 점 등이다.
이에 대해 베트남상공회의소(VCCI) 산하 WTO 및 통합부는 이번 사안을 한층 면밀히 들여다봐야 할 문제로 평가했다. 해당 부서는 미국 측의 협의와 평가 결과에 따라 정식 조사가 개시될 경우 그 절차가 길어질 수 있고 관세 조치를 포함한 불리한 무역 조치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1기 행정부 시절, 미국은 2017년 중국을 상대로 지식재산권과 기술 이전, 혁신과 관련해 스페셜 301조 조사를 개시했고, 이를 발판 삼아 추가 관세를 매기는 근거로 활용한 바 있다. 그 가운데 상당수 조치는 그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됐다. 스페셜 301조는 미국이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마련한 특별조항으로, 무역상대국이 이를 침해했다고 판단할 경우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다만 WTO 부서는 최근 몇 년간 베트남이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손질하고, 집행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지식재산법 개정, 위반 처리 과정에서 부처 간 협력 강화, 디지털 환경과 상품 유통 단계에 대한 점검·검사 조치 등이 그 사례로 꼽힌다. 베트남 정부도 공식 입장을 통해, 미국이 자국이 그동안 기울여 온 보호와 집행 노력을 보다 객관적이고 폭넓게 평가해 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베트남 기업들의 대응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WTO 부서는 기업들이 생산과 영업, 수출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지식재산 법규 준수 여부를 다시 한 번 짚어봐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미국 시장이나 미국 파트너, 미국 공급망과 깊이 얽혀 있는 기업이라면, 내부 컴플라이언스(준법) 체계를 시급히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현재 회사가 쓰고 있는 소프트웨어가 합법인지, 이미지와 상표, 포장, 디자인, 홍보 콘텐츠를 적법하게 사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데이터와 설계도, 기술 문서, 디지털 저작물, 마케팅 자료의 출처와 사용 권리가 확실히 확보돼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짚었다. 또 관련 지식재산 자산의 소유권 또는 사용 권리를 입증할 수 있는 내부 문서들을 잘 정비해 두는 일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플랫폼이나 전자상거래, 데이터센터, 소셜네트워크처럼 중개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한층 엄격한 잣대가 제시됐다. 콘텐츠와 판매자 관리 절차를 강화하고, 침해 신고 접수와 처리 체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며, 명백한 위반 정황이 있는 상품과 상점, 콘텐츠는 신속하게 삭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용품과 식품, 건강보조식품, 대규모 저작권 콘텐츠를 다루는 웹사이트 같은 고위험 영역에서는 조기 예방과 당국과의 긴밀한 협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기업이라면 지식재산 준수 점검에 더해, 공급망 전반의 정보 투명성과 자료 디지털화, 추적 가능성 강화까지 함께 챙겨야 한다는 권고가 따른다. WTO 부서는 "이는 단지 미국 측의 불리한 조치 가능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차원을 넘어, 국제 시장에서 요구하는 컴플라이언스와 원산지, 품질, 투명성 기준에 부합하기 위한 핵심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USTR이 공식적으로 조사에 착수할 경우 관련 기업과 업계 단체들은 적절한 채널을 통해 정보와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기업이 어떻게 준법 경영을 다듬어 왔는지, 그리고 베트남의 법 개혁과 집행 노력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미국 측 평가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WTO 부서는 이번 2026년 스페셜 301 보고서가 단순한 법률 문제 차원을 넘어, 지식재산을 현대적 거버넌스와 장기적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인식해야 한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결국 컴플라이언스 투자와 리스크 통제, 공급망 디지털화, 내부 프로세스 표준화, 시장 다변화가 변화하는 국제 통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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