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콘서트장에서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있었다. 미국 대통령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를 맞이한 사람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었다. 둘은 밝게 웃으며 인사를 나눴고, 현장에서는 ‘MAGA’라고 적힌 빨간 모자까지 등장했다. 겉으로 보면 단순한 공연 관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이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고 “이건 비즈니스다”라고 느꼈다.
요즘 기업들은 예전과 다르게 움직인다. 과거에는 물건만 잘 만들면 성공할 수 있었다. 가격이 싸거나 품질이 좋으면 고객이 알아서 찾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경쟁이 훨씬 치열해졌고, 기술도 빠르게 변한다. 그래서 기업들은 이제 “누구를 아느냐”도 중요한 경쟁력이 됐다. 쉽게 말해 인맥도 하나의 무기가 된 것이다.
세계적으로 이런 사례는 많다. 예를 들어 엘론 머스크는 정치권과의 관계를 통해 전기차 사업에서 큰 기회를 잡았다. 정부의 지원 정책이나 규제 완화가 사업 성장에 큰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또 월마트 같은 기업도 지역 정치인들과 협력하면서 시장을 빠르게 넓혔다. 이런 기업들은 ‘관계’를 잘 활용해 성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차이가 있다. 이 기업들은 모두 자기 나라 안에서 정치와 연결됐다. 즉, 자신이 속한 환경 안에서 관계를 만든 것이다. 반면 신세계그룹은 한국 기업이다. 그런데 미국 정치 인맥과 연결을 시도하고 있다.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다.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불안정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다른 나라의 정치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신세계의 사업 방향이다. 원래 신세계는 백화점, 마트 같은 유통 사업이 중심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 같은 첨단 산업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유통 회사가 왜 이런 걸 하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사실 유통은 이미 크게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물건을 팔면 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고객 데이터를 얼마나 잘 모으고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사람들이 무엇을 사는지, 언제 사는지,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는지를 분석하면 더 잘 팔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AI다. AI는 데이터를 분석해서 고객에게 맞는 상품을 추천하고, 물류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게 도와준다.
이렇게 보면 유통에서 AI로 확장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문제는 그 속도와 방식이다. 내부에서 천천히 준비하면서 키워갈 수도 있고, 외부 네트워크를 활용해 빠르게 진입할 수도 있다. 지금 신세계의 선택은 후자에 가깝다. 빠르게 움직이는 대신 위험도 함께 커지는 전략이다.
이번 장면에서 가장 논란이 된 것은 ‘MAGA 모자’였다. 이 모자는 단순한 패션 아이템이 아니다. 미국 정치에서 특정 진영을 상징하는 강한 의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 기업 입장에서는 조심해야 할 요소다. 기업은 보통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려 한다. 그래야 다양한 고객을 모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전략이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장점도 분명하다. 우선 기회를 얻는 속도가 빨라진다. 중요한 사람을 통해 투자나 협력 기회를 빠르게 연결할 수 있다. 또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크게 높일 수도 있다. 기업 이름이 더 많이 알려지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리스크도 크다. 정치 상황이 바뀌면 관계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특정 정치 이미지 때문에 소비자 반응이 나빠질 수도 있다. 또 본업과 연결이 약하면 새로운 사업이 방향을 잃을 수도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인맥 활용’이 아니라 ‘전략 설계’다. 첫째, 본업과의 연결을 분명히 해야 한다. AI 투자가 유통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 둘째, 한쪽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양한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셋째, 기업 이미지를 잘 관리해야 한다. 정치적 관계와 브랜드 이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넷째, 어떤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용진 회장의 이번 행보는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보여준다. 이제는 국내 시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기회를 찾으려는 움직임이다. 이런 시도 자체는 의미가 있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다. 인맥은 문을 열어줄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성공하는 것은 결국 실력이다. 사업이 실제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관계도 오래 가지 않는다.
이번 일이 단순한 이벤트로 끝날지, 아니면 신세계의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하나다. 지금의 선택은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앞으로의 실행에 달려 있다.
결국 기업은 관계로 출발할 수는 있어도,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화제성이 아니라, 그 다음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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