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대신 59㎡"…분양가 폭등에 청약 '소형 쏠림'

  • 규제·공급 절벽에…서울 청약자 10명 중 6명 '소형' 선택

서울 서초구 구룡산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서초구 구룡산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3.3㎡(평)당 서울 아파트 분양가가 5000만원대 중반을 기록한 가운데 청약 시장의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공사비 폭등과 대출 규제가 맞물려 자금 조달 문턱이 높아지자, 국민평형(전용 84㎡) 대신 소형 평형으로 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동작구에서 분양한 ‘라클라체자이드파인’의 전용 84㎡ 당첨 가점 커트라인은 62점에 그치며 시장의 예상을 하회했다. 분양가가 25억원대에 달해 충분한 현금을 보유한 자산가가 아니면 진입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수요층이 얇아진 결과다.
 
반면 소형인 전용 59㎡는 평균 39.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체 평균 청약 경쟁률(26.9대 1)을 압도했다. 당첨 가점 커트라인도 최고 74점으로 84㎡보다 높게 형성됐다. 자금 부담이 덜한 소형 평형에 고가점자와 실수요자가 동시에 몰리며 소형 평형 당첨이 더 어려워진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최근 서울에서 분양한 주요 단지들에서는 자금 부담이 적은 소형 평형의 당첨 가점이 국민평형(84㎡)을 크게 앞지르는 역전 현상이 뚜렷하다. 강서구 방화동 ‘래미안 엘라비네’ 전용 59㎡B는 228.8대 1의 경쟁률 속에 당첨 가점 69점(4인 가구 만점)을 기록한 반면, 전용 84㎡B는 16.1대 1의 경쟁률에 최저 가점이 50점까지 하락하며 20점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영등포구 문래동 ‘더샵 프리엘라’ 역시 전용 59㎡ 전 타입의 커트라인이 69점인 데 반해, 84㎡B는 최저 62점으로 당첨권이 형성되며 소형의 진입 장벽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초고가 단지인 서초구 ‘오티에르 반포’에서도 이 같은 추세는 이어져 전용 44㎡ 타입은 622.8대 1의 경쟁률과 함께 당첨 가점 평균 76.5점을 기록했다. 이는 전용 84㎡A(평균 70.67점)나 97.6㎡(평균 69.5점) 등 중대형 타입보다 6점 이상 높은 수치다. 분양가와 대출 규제 장벽이 높아지자 고가점자들이 상급지 입성을 위해 면적을 포기하고 소형으로 하향 지원하면서 평형 간 가점 양극화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청약에서 전용 60㎡ 이하 소형 면적 청약자 수는 총 21만8047명으로, 전용 60~85㎡ 중형 청약자 수(21만7322명)를 사상 처음으로 추월했다. 특히 서울은 청약자 10명 중 6명(59.7%)이 소형을 선택했다.
 
급격한 분양가 상승과 고강도 대출규제가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올 초 기준 서울 전용 84㎡ 평균 분양가는 18억9000여만원인 반면, 59㎡는 14억원 수준으로 약 4억9000만원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취득세와 대출 이자 비용까지 고려하면 체감 자금 격차는 5억원을 훌쩍 넘는다.
 
분양가 상승의 구조적 원인인 공사비 상승 문제 해소도 요원하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에 따르면 올해 2월 건설공사비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04% 상승한 133.69로 6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전문가들은 고금리와 대출 규제가 지속되는 한, 실수요자들이 당첨 가능한 집으로 눈높이를 낮추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특히 자재 수급 불안으로 인한 착공 지연이 공급 축소 우려를 키우고 있어,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소형 평형의 몸값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통계를 보면, 지난달 자재수급지수 74.3로 전월 대비 16.7포인트나 떨어졌다. 해당 지수가 기준선인 100 밑을 밑돌면 수급 여건을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1인 가구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고 가구 분화가 빨라지는 와중에 분양가까지 높아지다 보니, 애초 전용 84㎡를 고려하던 수요자들이 눈높이를 낮춰 가격 수준에 맞춰 선택지를 변경하는 경향이 있다”며 “인구학적 측면에서 가구원 수가 줄어드는 데다 자금 부담까지 맞물려 있어, 소형 면적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추세는 앞으로도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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