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섭의 Fin포인트] 안 썼는데 빚이 수천만원?…'빚투' 이끈 마이너스통장의 역설

  • 중동 전쟁에 신용대출 급증…마이너스통장이 견인

  • 마통 DSR 규제 적용…'한도 전체' 대출 심사에 반영

사진챗GPT
[사진=챗GPT]
직장인 A씨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들었다. 몇 년 전 개설해 놓은 마이너스통장(마통) 때문에 예상했던 금액만큼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잘 쓰지도 않은 통장이고 대출 한도에 포함된다는 것을 몰라서 당황했다"며 "향후에 또 문제가 될 것 같아 통장을 해지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 이후 주식시장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마통 등을 활용해 신용대출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만 '급전'이 필요해 무작정 마통을 개설할 경우 오히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등 주요 대출 실행 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16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04조875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104조6595억원)보다 2164억원 증가한 규모다.

신용대출 증가세는 마이너스 통장이 주도하고 있다. 5대 은행의 마통 잔액은 전쟁이 발발한 2월 말 39조1185억원에서 이달 16일 40조955억원으로 늘었다. 전쟁 이후 증시 변동성이 커지며 개인투자자들의 빚투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증시 부양을 주요 정책 기조로 삼고 있고,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마통 등 신용대출 쏠림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마통은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쓰고 갚을 수 있는 대출 상품인 만큼 급전이 필요하거나 당장 쓰지 않더라도 비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개설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빚투나 급전을 위해 만들어 놓은 마통이 향후 대출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신용대출의 일종인 마통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에 들어간다. 실제 사용 여부나 금액과 무관하게 약정된 한도 전체가 고스란히 부채로 잡힌다. 예를 들어 5000만원 한도로 통장을 열어두고 2000만원을 사용해도 대출 심사 시에는 5000만원 전체가 빚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7월부터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되면서 실제 금리에 1.5% 포인트를 더한 가상의 금리가 적용된다. 실제 금리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심사상 금리'가 높아져 그만큼 대출 한도가 더 축소되는 셈이다. 

서민 급전 창구로 꼽히는 '카드론'도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 과거 카드론은 '일반대출'로 분류돼 DSR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작년 6·27 대책에서 정부가 카드론을 신용대출로 간주하면서 DSR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2조994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42조 9021억원)보다 920억원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대 규모다.

금융권 관계자는 "마이너스통장은 편의성이 높지만 주담대나 다른 대출을 고려하는 상황이라면 사전에 대출 한도 등을 필수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며 "짧게 쓰고 바로 갚을 계획이라면 마통을 활용하되 자금이 장기간 필요하고 금액이 명확하다면 다른 대출을 살펴보는 등 전략을 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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