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여목성' 8만가구 입찰 카운트다운… "서울 정비사업 '빅매치' 분위기는 다르다"

  • 서울 주택시장 상징성 큰 지역… 브랜드 경쟁력 주목

  • 단독입찰 후 유찰 반복… 조합 협상력 확보 난항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사진우주성 기자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사진=우주성 기자]

서울 핵심 정비사업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업계에서 이른바 ‘압여목성’으로 불리는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일대 대형 정비사업이 본격적인 시공사 선정 국면에 접어들면서다. 이들 지역은 서울 주택시장 내 상징성이 큰 데다 향후 공급 규모만 8만가구 이상으로 거론되는 대표 정비사업지다. 사업비 역시 수십조원대로 추산된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브랜드 경쟁력과 수주 실적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고 조합으로서는 사업 속도와 사업 조건을 끌어올릴 수 있는 분기점이다. 다만 빅매치가 기대되는 서울 정비사업판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경쟁을 벌이는 수주전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여목성으로 묶이는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은 최근 들어 입찰 공고와 재입찰, 시공자 선정 총회 일정이 잇따라 가시화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압구정과 여의도, 목동, 성수 일대 전체 공급 잠재력은 8만가구를 웃도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가장 주목도가 높은 곳은 단연 압구정이다. 압구정은 강남권 재건축의 상징성과 한강변 입지 프리미엄을 동시에 갖춘 곳이다. 조합원들의 기대 수준도 높고 건설사들이 얻을 수 있는 브랜드 효과도 막대하다. 재건축 수주 시장에서 압구정은 ‘상징 자산’에 가깝다. 대형 건설사들이 압구정 수주 실적을 확보하면 향후 다른 한강변 재건축이나 강남권 정비사업에서 브랜드 우위를 내세우기 훨씬 수월해진다.
 
반대로 조합 입장에서는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건설사 간 경쟁이 붙을수록 설계와 금융 조건, 공사 조건을 유리하게 끌고 갈 여지가 생긴다. 다만 앞서 압구정2·3구역은 현대건설이, 압구정 4구역은 삼성물산이 단독 입찰했다. 압구정3구역의 경우 현대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 10일 압구정3구역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재건축 사업은 동일한 업체가 2회 이상 단독 입찰시 조합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압구정 일대는 단순한 개별 사업장 수주를 넘어 향후 강남권 초대형 정비사업 수주전의 전초전이라는 성격이 짙다”며 “어느 건설사가 먼저 깃발을 꽂느냐에 따라 후속 사업장 분위기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목동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목동은 14개 단지 재건축이 순차적으로 추진되는 구조여서 한 단지의 움직임이 전체 사업 속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현재로선 목동6단지가 가장 앞서 있다. 이미 시공자 선정 입찰 공고를 냈고 1차 입찰은 DL이앤씨 단독 응찰로 유찰됐지만 곧바로 재입찰 절차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목동6단지의 결과를 사실상 목동 재건축 수주전의 ‘신호탄’으로 본다.
 
이곳에서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사업이 속도를 내면 다른 단지들도 시공사 선정 절차를 서두를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단독 입찰 흐름이 이어질 경우 목동 전체 재건축 일정도 예상보다 완만하게 흘러갈 수 있다.
 
목동의 강점은 대규모 주거지 재편 가능성이다. 학군과 생활 인프라, 교통 여건을 두루 갖춘 서남권 대표 주거지라는 점에서 수요층이 두텁다. 재건축이 본격화되면 목동은 단순히 노후 단지 정비를 넘어 서울 서부권 공급 확대의 핵심축으로 떠오를 수 있다. 다만 사업장별 속도 차가 크고 공사비 부담도 만만치 않아 모든 단지가 같은 속도로 움직이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성수는 또 다른 의미에서 시장의 시선을 끄는 지역이다. 압구정이 전통적인 강남 재건축의 대표 선수라면 성수는 한강변 신흥 정비사업의 중심축으로 꼽힌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지구별 사업 단계가 서로 다르지만 올해 들어 시공사 선정과 관련한 일정이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성수1지구는 시공사 선정 총회 일정이 잡히며 마무리 수순에 가까워졌다. 현재 GS건설이 단독 입찰한 상황이다. 성수4지구는 재입찰 공고를 통해 다시 경쟁 구도 형성을 시도하고 있다. 성수2지구 역시 새 집행부 출범 이후 시공사 선정 일정을 재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성수가 주목받는 이유는 입지와 도시 이미지 변화 때문이다. 과거 공장지대 이미지에서 벗어나 서울 동북권 핵심 주거·상업 복합 지역으로 빠르게 재평가되고 있다. 젊은 수요층과 고급 주거 수요가 동시에 유입되면서 정비사업의 상징성도 커졌다. 대형 건설사 입장에서도 성수 수주는 압구정 못지않게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카드다. 특히 성수전략정비구역은 한강 조망과 초고층 설계 가능성, 복합개발 기대감이 맞물려 있어 설계 경쟁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여의도는 아직 압구정이나 목동, 성수처럼 본입찰이 본격화된 단계는 아니지만 상징성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중심으로 재건축 기대감이 다시 커지는 분위기다. 여의도는 서울의 대표 업무지구이자 한강변 핵심 입지를 가진 지역이다. 재건축이 본격 궤도에 오르면 단순한 노후 주거지 정비를 넘어 도심 고급 주거지 재편이라는 의미를 갖게 된다. 특히 여의도 시범은 현재 단계와 향후 사업 규모 면에서 상징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이 사업장이 본격적인 시공사 선정 단계로 접어드는 순간 여의도 전체 재건축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은 다소 조용해 보이지만 판을 뒤흔들 ‘후발 주자’가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서울 정비사업 시장은 단독 입찰 건수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겉으로는 대어 사업장이 많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사비 상승과 금융 비용 부담, 보증금 부담, 미분양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만큼 건설사들이 예전처럼 공격적으로 뛰어들기 쉽지 않다. 수주 자체보다 수익성을 더 따지는 선별 수주 기조가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대형 건설사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브랜드 홍보 효과가 큰 사업장이라고 해도 무리한 조건을 제시하며 수주전을 벌이기는 부담스럽다. 한 사업장에 인력과 금융 지원, 설계 역량을 집중하면 다른 사업장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상징성이 큰 지역을 놓치면 도시정비 시장 내 존재감이 약해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서울 정비사업 수주전이 ‘선택과 집중’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경쟁이 붙더라도 모든 지역에서 동시에 치열한 승부가 벌어지기보다는 압구정5구역이나 성수4지구, 향후 여의도 주요 사업장처럼 파급력이 큰 곳에 승부가 집중될 것이란 관측이다.
 
조합들의 고민도 적지 않다. 사업 속도를 높이려면 우량 건설사를 끌어들여야 하지만 경쟁이 약해지면 협상력 확보가 쉽지 않다. 반대로 무리한 조건을 요구하다가는 응찰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 최근 일부 사업장에서 단독 입찰 후 유찰이 반복되는 것도 이런 구조와 맞닿아 있다. 이에 사업성, 공사 조건, 브랜드, 공사 기간, 금융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현실적인 발주 전략을 짜야 한다.
 
시장에서는 올해 압여목성 수주전을 바라보는 포인트를 장기 공급량, 단기 수주전 등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일대가 계획대로 정비되면 서울 도심과 핵심 주거지의 새 공급 기반이 형성된다”며 “8만가구 이상으로 거론되는 잠재 물량이 현실화될 경우 서울 주택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입찰 일정이 잡힌 사업장들에서 어떤 건설사가 먼저 존재감을 드러내느냐가 중요하다”며 “단순한 한 건의 수주 실적을 넘어 후속 수주전의 심리전과 판세를 좌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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