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인의 헌법정치] 헌법 위에 계엄 없다 …역사 앞에 겸허하게 계엄과 내란을 마무리하자

  • 비상계엄 발령은 통치행위로 폭넓은 판단 재량

  • 통치행위도 헌법상 비상계엄 발동요건 충족해야

  • 계엄 이후 내려진 포고령 등 엄격한 사법심사

  • 실패한 계엄에 대한 사법적 응징은 불가피

  • 내란·외환·반란 범죄 특례법은 위헌적 소급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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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26대 서울대 총장]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발령한 비상계엄은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에 치욕을 남긴 채 아직도 긴 터널을 벗어나지 못한다. 국회의 계엄해제요구와 탄핵소추의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인용으로 대통령 파면, 새 대통령 선거, 3특검, 1심법원 내란판결로 연결된다. 여전히 2차 종합특검, 2심 내란전담재판부 재판이 진행된다.

1심 법원의 한덕수 재판부로부터 윤석열 재판부에 이르기까지 비상계엄 발령과 그 이후 내려진 일련의 행위를 내란으로 간주한다. 헌법 제77조에 따른 비상계엄 발령행위 그 자체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다. 하지만 오늘날 민주법치국가에서 통치행위의 범주는 축소된다. 예컨대 선거구획정은 과거에 정치문제(political questions)라고 하여 사법적 통제의 대상이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엄격한 사법심사의 대상이다. 그런데 국가원수의 국가긴급권 발령은 여전히 통치행위로 인정된다. 다만, 통치행위도 헌법상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정권 시절 긴급조치 남발에 대한 반성적 성찰로 헌법에서 대통령의 국가긴급권 발령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한다. 2026년 4월 국회에서 발의한 개헌안도 계엄 발동과 그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다. 이에 국가긴급권 발령 그 자체는 사법적 통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행위라는 특성과 헌법상 국가긴급권 발동요건 구비와의 조화로운 해석과 적용이 요망된다.

1987년 헌법 체제에서 두 번 국가긴급권이 발동되었다.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을 위한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발령하였다. 헌법에서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경제상의”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제76조 제1항)라고 규정한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은 국가긴급권의 일종으로서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하여 발동되는 행위이고 그 결단을 존중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는 행위라는 의미에서 이른바 통치행위에 속한다고 할 수 있으나, 통치행위를 포함하여 모든 국가작용은 국민의 기본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한계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고,”(헌재 1996.2.29. 93헌마186, 긴급재정명령 등 위헌확인)라고 판시한 바 있다. 다만, 이 결정에서 기본권 기속성만 강조할 뿐 통치행위와 헌법상 국가긴급권 발령요건과의 조화에 관한 설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 즉 기본권은 헌법을 관통하는 기본 가치이지만, 이 사안에서는 통치행위에 기초한 국가긴급권 발동이 헌법상 요건을 갖추었느냐의 문제가 쟁점이다.

위 사안에서 헌재는 헌법상 요건 구비 여부에 관하여 엄격한 심사가 아니라 비교적 느슨하고 완화된 심사를 통하여 ‘재정·경제상의 위기’를 인정했다. 금융실명제라는 시대적 과제를 구현하기 위해 극비로 진행된 긴급권 발령에 대하여 엄격한 심사를 하면 과연 헌법 제76조의 요건 중 핵심인 그 시점에 과연 ‘재정·경제상의 위기’가 현존하였느냐에 관하여 논쟁적일 수 있다: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발할 수 있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 상황의 유무에 관한 제1차적 판단은 대통령의 재량에 속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자유재량이라거나 객관적으로 긴급한 상황이 아닌 경우라도 주관적 확신만으로 좋다는 의미는 아니므로 객관적으로 대통령의 판단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위기상황이 존재하여야 한다.”(93헌마186).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령 및 일련의 행위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계속된다. 첫째, 계엄 발령 그 자체는 통치행위이지만,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는 헌법상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는 점에 관하여는 이론이 없다: “이러한 상황이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는지에 관하여는 피청구인에게 일정 정도의 판단재량이 인정되나, 객관적으로 피청구인의 판단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위기상황이 존재하여야 하고, 그 판단이 현저히 비합리적이거나 자의적인 경우에는 헌법 제77조 제1항 및 계엄법 제2조 제2항을 위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특히 “비상계엄은 위기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전적·예방적으로 선포할 수는 없고, 공공복리의 증진과 같은 적극적 목적을 위하여 선포할 수도 없다.”(헌재 2025.4.4. 2024헌나8,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

다만, 통치행위이지만 헌법상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고 적시하면 될 것을 계엄법 위반 여부까지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비상계엄의 실체적 요건을 판단하면서 “헌법 및 계엄법에 따르면”이라는 표현도 적절하지 않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헌법상 계엄의 요건은 구비하였지만, 헌법구체화법인 계엄법의 요건은 구비하지 못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통치행위에 대한 사법심사에서는 엄격히 헌법상 요건만 요구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계엄발령 후 내려지는 모든 법적 행위는 법률 또는 명령으로서의 효력만 가지기 때문에 사법적 통제의 대상이다. 헌법에서 비상계엄 시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라고만 규정하기 때문에, 국회의 권한에 대한 조치는 불가능하다는 점은 헌법학 이론·판례에서 이론이 없다. 그런데 계엄 포고령에서는 국회의 권한에 대한 제약을 명시할 뿐만 아니라 중무장한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하였다는 점에서 위헌·위법한 공권력 행위이다.(성낙인, 87년 체제의 종언과 제7공화국, 나남, 2025, 51면 이하).

셋째, 비상계엄 그 자체와 내란죄를 구별해서 논의하여야 한다. 1심 법원은 비상계엄을 형법상 내란죄로 연결하는 고리로 계엄군의 국회 진입을 적시한다. 비상계엄은 헌법상 요건을 갖추었느냐 여부에 관한 판단이 필요하지만, 내란은 형법 ‘제2편 각칙 제1장 내란의 죄’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내란죄는 국가의 존립·안전과 직결되는 국가적 법익에 관한 죄이기 때문에 미수범뿐만 아니라 예비·음모·선동·선전범까지 처벌한다. 이와 반대로 예컨대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재물손괴죄는 미수범도 처벌하지 않는 것과 구별된다. 형법에서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처벌한다(제87조 제1항). 여기서 ‘국헌을 문란할 목적이라 함은’ “1.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2.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다(제91조). 형법이 명시한 국헌문란 규정에 비추어 보면 비상계엄 이후 작동한 일련의 행위는 국헌문란임이 분명하다.

넷째, 1심법원의 판결문도 국헌문란 목적의 정의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런데 내란죄의 기수 여부에 관하여는 판시가 없다. 즉 윤석열 내란이 기수범이라는 전제 아래 판단하는 것 같다. 국회와 중앙선관위를 불법적으로 침범함으로써 내란의 기수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단이 필요하다. 형법에서 “①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여 행위를 종료하지 못하였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한 때에는 미수범으로 처벌한다. ② 미수범의 형은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다.”(제25조). 즉 실행에 착수하여 행위의 종료 또는 결과 발생이 있었다면 기수범이지만 그렇지 아니한 경우에는 미수범이 된다.

그런데 1심법원은 내란죄의 성립 그 자체만 논의할 뿐이다. 비상계엄 이후 국회와 중앙선관위에 대한 불법·폭력적 진입에 대하여 기수범임을 전제로 판단하는 것 같다. 계엄군의 국회 진입에도 불구하고 국회 본회의장까지는 침입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회가 헌법에 따라 대통령에 계엄 해제를 요구하였고, 이에 따라 대통령도 계엄을 해제하였다. 결과적으로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 소멸” 또는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하는 데 실패하였다. 즉 헌법기관의 기능 소멸 또는 권능행사 불가능을 시도하였지만 실패하였다는 점에서 ‘실패한 쿠데타’로 보아야 한다. 실패한 쿠데타에 대하여 이를 기수범으로 볼 것이냐에 대한 논의는 향후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윤석열의 작량감경 사유에서도 미수범에 대한 판시가 없었다는 점에서 기수범을 전제로 한 판결임이 분명하다.

다섯째, ‘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절차에 관한 특례법’은 과거 사건에 대해 적용하는 소급입법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특례법 사건은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의 전속 관할로 한다(제5조). 다만 “이 법 시행 당시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해당 심급에 한정하여” 위 전속관할을 적용하지 않는다(부칙 제2조). 그런데 이미 서울고법 형사재판부 중에서 무작위로 추첨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특별재판부를 설치할 필요가 없었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일찍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이제 법원이 사법개혁에 앞장서야’, 아주경제 2025.10.24.). 대법원도 부정적인 견해를 제기하였지만, 부득이 위헌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 대법원 예규를 제정하였다. 결국 이 특례법에 따라 서울고법에 2개의 특별재판부가 1심법원이 내린 내란 사건을 담당한다.

여섯째, 1심 판결이 내려지고 2심 특별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 2차 종합특검이 가동된다. 모든 수사는 완결적일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3특검의 수사에 미진함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새삼 3특검이 이미 수사한 사안을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동일한 내란 사안을 놓고 3특검이 제기한 재판 따로 종합특검의 수사 따로 진행되는 것은 적절하고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상식과 공정’을 일탈한 계엄으로 온 나라가 갈기갈기 찢어졌다. 더 이상 계엄의 강, 내란의 강에 빠져서는 안 된다. 잘못된 과거에 안주하여서도 안 된다. 세계사적인 대격변의 시대에 일탈과 왜곡에 휩싸인 상황은 이제 극복하여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국민대통합의 새 시대를 열어가야 할 때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은 역사적 단죄다: “헌법·법률 위반 행위로 국민주권주의 및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헌법이 정한 통치구조를 무시하였으며 국민의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하였다. 이는 법치국가원리와 민주국가원리의 기본원칙들을 위반한 것으로서, 헌법질서를 침해하고 민주공화정의 안정성에 심각한 위해를 끼쳤으므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 “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로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에 해당한다. ··· 국민으로부터 직접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2024헌나8).

헌재의 탄핵소추 인용에 따른 대통령 파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결론 제목으로 “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헌법 제1조 제1항).”를 적시하면서 헌법재판소가 이미 판시한 민주주의의 의미에 관한 재인용에 그칠 뿐, 민주공화국의 헌법적 가치에 관한 논증과 설시가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그리고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라는 용례는 정치헌법적 수사(rethoric)로는 적절할지라도 최고법원인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에서 대통령의 파면 사유로 적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문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문에서 다시 등장하는 이 용례는 헌법재판 또는 헌법학적 용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다시는 비상계엄과 같은 국가긴급권이 남용되고 재발되어서는 아니 된다. 이제 역사적 사실 앞에 겸허하게 마무리하는 작업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파리2대학교 대학원 법학 박사 ▷한국공법학회 회장(2005~2007년) ▷한국법학교수회 회장(2009년 1월~2012년 12월)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2010~2013년) ▷동아시아연구중심대학협의회 의장 ▷제26대 서울대 총장(2014년 7월~2018년 7월)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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