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은 12년 동안 끊임없이 최순화 씨의 삶을 지배해왔다.
정신 건강에서 ‘종결(closure)’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종결이 없으면 우리는 쉽게 반추의 고리에 갇힌다. 과거를 반복해서 되짚고,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이라는 가정 속을 맴돈다. 이 같은 정신적 루프는 불안과 우울을 키우고, 삶이 멈춰 선 듯한 감각을 남긴다.
모호함과 답 없는 질문 속에서, 최순화 씨는 12년 전 그날 이후 평온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친구한테 ‘야, 나 지금 배 침몰하고 있어. 나 죽으면 너 장례식에 와 줄 거지?’ 이런 문자도 보냈더라고요.”
“전화가 터졌으면, 그래서 누구라도 아이들의 전화를 받아 줬으면, 그래서 너무 무섭고 외로웠을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 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종결은 감정의 ‘마침표’를 찍는 역할을 한다. 경험을 이해와 수용의 틀 안에 놓이게 한다. 반대로 종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과거의 감정과 기억이 계속해서 현재를 침범한다.
창현 군은 중학교 친구들과 같은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단원고를 선택했다.
“친구들이랑 같이 하늘나라에 갔으니까, 거기서도 잘 놀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최 씨는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인다.
중학교 2학년 때 시작된 사춘기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절정을 맞았다.
“고2 올라가자마자 이해봉 선생님이라는 좋은 담임선생님을 만나면서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어요. 2014년 3월부터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인생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하더라고요.”
“창현이 장래희망이 콩나물국밥집 사장이었어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던 아들은 4300원으로 먹을 수 있는 콩나물국밥을 자주 먹었다. 최 씨는 아들의 방에서 메모를 발견했다.
“10대, 20대, 30대, 40대 이렇게 나눠서 30대에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회사도 들어가고… 그런 꿈을 꿨더라고요.”
“2014년 이후 아이들이 엄마, 아빠가 SNS 하는 걸 싫어하더라고요. 세월호 유가족을 향한 비난과 폄하가 너무 많으니까,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말라고 해요.”
누나와 동생은 지금도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
“형제자매나 생존 학생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트라우마가 더 깊어지는 경우도 많아요. 부모들도 생업을 내려놓고 12년째 거리에서 싸우면서 정작 자신의 몸은 돌보지 못하고 있고요.”
“기간을 없애서 형제자매, 생존 학생, 화물 기사님들까지 전국 어디서든 제한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최 씨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20년 넘게 피해자를 대상으로 3~4년 주기의 장기 추적조사를 이어오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들며 장기적인 피해자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행 세월호 피해지원법은 피해자의 신체적·정신적 후유증 치료를 위한 의료지원금 지급 기한을 2029년 4월 15일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이 법은 2014년 참사 이후 피해자와 유가족의 생활 안정과 치유를 지원하기 위해 제정됐다.
최 씨는 또한 생명안전기본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해당 법안에는 참사 피해자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전문 상담 인력을 양성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처럼 개별 특별법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사고 발생 3년 이후 의료 지원이 중단되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3월 발의된 이 법안은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최 씨는 세월호 이후 이어진 참사들을 하나씩 짚었다. 제천 화재 참사(2017), 이태원 참사(2022), 오송 지하차도 참사(2023), 화성 아리셀 참사(2024), 무안공항 참사(2024).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에는 깊은 절망감을 느꼈다고 했다.
“아이고, 너무 똑같아요. 하나도 변한 게 없어요. 우리가 8년 동안 싸웠는데 변한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는 참사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희생자와 가족들도 똑같은 시민이고 사람입니다. 저희도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고, 저희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종결에 도달한 사람은 과거를 ‘해석된 기억’으로 바라본다. 종결이란 단순히 끝내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견딜 수 있는 형태로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세월호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크지 않다.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 이해와 수용의 과정을 거쳐, 과거를 견딜 수 있는 상태에 이르는 것.
그래서, 한껏 그리운 이들을 온전히 그리워할 수 있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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