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러운 애도를 기꺼이 감당하겠다는 각오… 영화 '힌드의 목소리' [프리뷰]

  •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 속 6세 소녀의 목소리 담긴 다큐드라마

  • 베네치아국제영화제서 영화제 최장인 23분 기립박수 받아

사진영화사 찬란
[사진=영화사 찬란]

대한민국에 살면서 세계 어디에선가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소셜미디어 X에 갑자기 증가하는 포스트들로 체감한다. 이때 많이 볼 수 있는 포스트의 내용은 주로, 아이들이 다치거나 죽는 영상·사진들이다.
 
처음 몇 번은 안타까운 마음에 이 포스트들을 집중해서 본다. 하지만 포탄이 떨어진 터전에서 분진을 뒤집어 쓴 채 울고 있는 아이들을 계속 보는 것은 사실 매우 고통스러운지라 어느새 이 포스트들을 빨리 빨리 넘겨버린다.
 
어쩌다 뉴스를 통해 지구 반대편 어디에서 어느 나라가 다른 나라의 군사 거점에, 학교에, 병원에 폭격을 가했다라는 소식을 들으면 맥 없이 희생된 그 아이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그 이상의 애도는 견딜 수 없다.
 
어떻게 하면 내 미약한 힘이 그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을지 알아보지 않는다. 그 전쟁의 참상을 대면하는 것은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그리고 죄책감을 남긴다. 남겨진 죄책감이 내면에 쌓이고 쌓여도 별 도리가 없다.
 
영화 ‘힌드의 목소리’는 오늘도 어디에선가 죽어가는 아이의 목소리를 내내 들려주는 잔혹한 다큐드라마다. 2024년 1월 29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대피명령을 내렸을 때 피난하던 한 가족이 탄 차에 총격이 가해졌고 여섯 살 아이 힌드만 살아남아 구조대와 통화를 한다.
 
영화는 실제 콜센터 직원과 힌드가 주고받은 통화 녹음 파일이 그대로 사용됐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콜센터 직원 역할의 배우들은 실제 그 통화 음성을 들으며 연기했다.
 
구조대와 힌드와의 거리는 불과 8분 거리였지만 이스라엘군에게 안전한 이동을 허락 받아야 했기 때문에 구조대가 출발하기까지 무려 5시간이 걸렸다. 이 사건은 실제 사건이므로 검색만 해보면 이 영화의 결말도 알 수 있다. 아무도 바라지 않았으나 누구나 예상했던 대로 사건의 결과는 참혹하다.
 
사진영화사 찬란
[사진=영화사 찬란]
 
감독은 다큐멘터리와 드라마와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실험적인 연출을 감행하며 ‘힌드의 사건’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관객에게 전달할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관객의 입장에서 ‘힌드의 목소리’는 죄책감을 정면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시간이다. 내가 일으킨 전쟁도 아닌데 힌드를 포함해서 전쟁으로 희생당한 죄 없는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애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언젠가 내 머리 위 하늘에서도 포탄이 날아올 수도 있는 날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영화의 내용을 알고도 ‘힌드의 목소리’를 선택한 관객이라면 영화를 통해 그 애도가 설사 강요된 것일지라도 기꺼이 감당할 용의가 있을 테다. 그리고 각오가 돼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내 안에 쌓인 죄책감의 아주 일부를 덜 수 있을지도 모르니.
 
영화 ‘힌드의 목소리’는 오는 4월 1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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