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봄을 씻다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세척 사진유대길 기자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세척. [사진=유대길 기자]

  서울의 심장 광화문 광장이 다시 숨을 고른다.
 13일 오전,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 안전모를 쓴 작업자가 고압 세척기를 들어 올리자, 겨우내 쌓였던 미세먼지와 묵은 때가 물줄기를 따라 흘러내린다. 거대한 동상은 잠시 '왕'이 아니라, 시간을 견뎌온 하나의 존재로서 인간의 손길을 받아들이고 있다.
 동상의 표면을 타고 흐르는 물은 단순한 세척수가 아니다. 황사와 매연, 수많은 발걸음이 남긴 도시의 흔적을 씻어내는 과정이자, 서울이라는 공간이 스스로를 정비하는 의식에 가깝다. 세종의 용안 아래에서 작업자는 몸을 낮추고, 조심스럽게 물줄기를 조절한다. 거대한 역사와 현재의 노동이 한 화면 안에서 교차하는 순간이다.
 광장 뒤편으로는 경복궁과 차량 행렬, 그리고 일상의 속도를 잃지 않은 도시가 그대로 흐른다. 누군가는 출근길에 이 장면을 스쳐 지나고, 누군가는 발걸음을 멈춰 사진을 남긴다. 그러나 이 짧은 정지 화면 속에는 서울이 '살아 있는 도시'라는 사실이 선명하게 담겨 있다.
 세종대왕 동상은 높이 10.4m. 그 거대한 상징을 지탱하는 것은 결국 이렇게 보이지 않는 손들이다. 매년 반복되는 세척 작업이지만, 이 장면이 주는 의미는 결코 반복되지 않는다. 오늘, 서울은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닦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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