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장기금리, 2.49% 달해 29년래 최고치…98년 '운용부 쇼크' 넘었다

  • 중동발 원유 공급 불안에 물가 상승 우려… 기업들은 자금 조달 방식 변경 등 비상

일본 엔화 지폐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엔화 지폐[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장기금리가 약 3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13일 도쿄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 지표인 신규 발행 10년물 국채 금리는 한때 2.49%까지 상승했다. 이는 전 거래일 대비 0.06% 포인트 오른 수치로, 1997년 이후 29년래 최고 수준이다. 특히 1998~1999년 당시 금리가 급등했던 이른바 '운용부 쇼크' 시기의 정점인 2.44%마저 27년 만에 갈아치웠다.

이번 금리 급등의 도화선은 긴박해진 중동 정세다. 미국과 이란의 정전 협상 결렬 후,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출입을 봉쇄하는 조치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해협은 글로벌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로, 봉쇄 가능성은 곧바로 원유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일본은 원유 수입의 9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유가 상승은 곧 수입물가 상승 →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로 연결된다. 이에 따라 일본 시간 13일 오전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됐다. 시장에서는 물가 상승률이 채권 금리를 상회할 경우 실질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국채를 매도하는 움직임이 강화됐다.

일본은행(BOJ)이 물가 억제를 위해 조기에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과 다카이치 정권의 적극 재정 방침에 따른 재정 악화 우려도 금리 상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과거 1998년 가을 대장성(현 재무성) 자금운용부가 국채 매입 중단을 발표하며 발생했던 '운용부 쇼크' 당시에는 금융기관의 투매가 이어지며 금리가 1% 미만에서 2.44%까지 급등한 바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현재의 상황이 당시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어섰다는 점에 주목하며,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금리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리 상승폭이 커지자 일본 기업들은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재무 전략 수정에 나섰다. 마쓰야푸즈홀딩스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변동금리 차입 비중을 확대했으며, 히타치제작소는 국내 금리 상승에 대응해 외화 조달을 검토 중이다. 오츠카홀딩스는 그룹사 간 여유 자금을 융통해 차입 의존도를 낮추기로 했으며, 미쓰이부동산은 회사채를 활용한 선제적 자금 조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교환하는 '금리 스와프' 거래도 급증해, 지난해 거래 건수가 전년 대비 4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실적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미즈호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장기금리가 2.4% 수준을 이어갈 경우, 2026년 국내 기업(금융·보험 제외)의 경상이익은 전년 대비 1.4조 엔(약 13조원) 하락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자산 규모가 큰 부동산(6.8% 감소)과 전력·가스(6.6% 감소) 업종을 비롯해 숙박, 음식, 운수 분야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 기업들은 지난 수십 년간 부채를 축소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해온 만큼, 금리 상승 국면에서도 일정 수준 대응 가능한 체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현재는 고유가와 인력 부족,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 위기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낙관론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향후 시장의 관건은 추가 금리 상승 여부다. 중동 리스크의 장기화 가능성과 원유 가격의 고공 행진,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가 이어질 경우 장기금리는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즈호종합연구소의 핫토리 나오키 수석 일본경제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기업들이 그간 부채를 줄이며 금리 상승을 견딜 수 있는 체질을 개선해 왔으나, 원유 가격 고공행진과 인력난이라는 추가 악재까지 겹치고 있다"며 기업들이 유연한 재무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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