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해협 통과 선박을 하루 10여 척 수준으로 제한하고, 사전 승인과 통행료 부과를 요구하고 있다. 결제 방식도 암호화폐나 위안화 등으로 제시되고 있다. 전쟁 이전 하루 100척 이상이 오가던 흐름과 비교하면 사실상 ‘선별 통과 체제’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일시적 대응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에 가깝다는 점이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통항을 사실상 관리하는 형태가 굳어지면서, 해협은 단순한 국제 수로가 아니라 ‘통제되는 에너지 게이트’로 변하고 있다. 자연 해협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은 국제 해양법 질서와 충돌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사실상의 규칙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의 약 20%, LNG의 약 19%가 지나는 통로다. 그러나 이제 의미는 물량을 넘어선다. ‘언제, 얼마나, 어떤 조건으로 통과할 수 있는가’가 가격을 좌우한다. 공급의 양이 아니라 접근의 조건이 시장을 움직이는 국면이다.
이란은 이번 전쟁을 통해 해협의 전략적 가치를 재확인했다. 이는 핵 프로그램 못지않은, 아니 그 이상으로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압박 수단이다. 통행료 체계, 선별 통과 기준, 결제 방식까지 구체화되면서 통제는 이미 ‘준(準)제도화’ 단계에 들어섰다.
이는 글로벌 에너지 질서의 변화를 예고한다. 그동안 호르무즈는 분쟁 속에서도 결국 ‘열리는 통로’였다. 이제는 열리더라도 조건부이며, 그 조건은 정치·군사 변수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과거의 충격이 일시적 공급 감소였다면, 지금의 변화는 ‘접근 권한의 재편’이다.
에너지 시장은 수급의 문제가 아니라 통제와 협상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외부 충격이 아니라 구조 전환의 계기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 1차 전체회의에서 그는 “단기적으로는 중동 전쟁이 우리 경제에 상당한 위협을 가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 체제가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할 시점”이라며 “위기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정책 논의도 구체화되고 있다. 원전 가동률을 높이기 위한 정비 일정 조정과 설계수명 종료 원전의 한시적 운전 검토, 정유 설비 유연화 등이 거론된다. 동시에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호주 등 호르무즈를 우회하는 공급망 다변화와 해외 자원 개발의 고부가가치화 전략도 제시된다. 에너지 자립도와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인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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