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외면받은 기업이 의외의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가치투자의 창시자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이 제시한 ‘담배꽁초 투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담배꽁초 투자는 길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에 아직 한 모금 정도는 남아 있듯, 시장에서 외면받은 기업에도 회수 가능한 가치가 남아 있을 수 있다는 비유에서 나온 투자 전략이다. 성장성이 높은 기업을 찾기보다 현재 주가가 기업의 장부가치보다 크게 낮은 저평가 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방식이다.
이 전략은 그의 제자인 워런 버핏이 투자 초기 적극 활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버핏이 1960년대 인수한 버크셔 해서웨이도 당시에는 경쟁력이 약해진 섬유회사로 시장에서는 사실상 사양 기업으로 평가받던 상태였다. 버핏은 이 회사의 자산 가치 대비 주가가 지나치게 낮다는 점에 주목해 투자를 결정했다.
담배꽁초 투자를 위해 투자자가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기업을 청산했을 때 남는 가치보다 현재 주가가 낮은지 여부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 핵심적으로 살펴보는 항목이 재무상태표다.
그레이엄이 강조한 대표적인 지표는 ‘순유동자산가치(NCAV)’다. 이는 유동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금액을 의미한다. 기업이 보유한 현금, 매출채권, 재고자산 등 유동자산에서 모든 부채를 상환하고도 남는 금액이 시가총액보다 크다면 시장이 기업 가치를 과도하게 할인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유동자산이 100억원이고 총부채가 60억원이라면 순유동자산은 40억원이 된다. 만약 이 회사의 시가총액이 30억원에 불과하다면, 이론적으로 회사 자산을 정리해도 주가보다 더 큰 가치가 남는 구조가 된다. 이런 기업이 담배꽁초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쉽게 볼 수 있는 핵심 지표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다. PBR은 기업의 순자산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1배 미만이면 장부가치보다 주가가 낮다는 의미다. 담배꽁초 투자에서는 이 수치가 크게 낮은 기업을 찾는 경우가 많다.
기업의 현금 보유 규모와 부채 구조도 중요하다. 아무리 주가가 낮아 보이더라도 부채가 과도하게 많거나 현금이 부족하면 기업 존속 자체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현금 및 단기 금융자산, 부채비율, 단기 차입금 등을 함께 확인해 재무 안정성을 판단한다.
담배꽁초 투자가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가치 대비 주가가 낮아 보이는 기업에 투자했더라도 사업과 무관한 외부 요인으로 주가가 장기간 눌리는 경우도 있다. 코스닥 상장사 대원산업 사례는 저평가 종목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보여준다. 이 회사는 기아 주요 차종에 자동차 시트를 공급하는 협력사로 지난해 매출 1조589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은 안정적이다. 그러나 주가순자산비율은 0.53배, 주가수익비율은 3.7배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만 약 4214억원으로 시가총액보다 많지만 주가에는 오랫동안 반영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대주주 승계 과정에서 주주환원에 소극적인 경영이 이어지며 주가가 장기간 눌려 있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 속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해당 법안은 기업 승계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추는 관행을 막기 위해 상속·증여 과세 방식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PBR 0.8배 미만 상장사의 경우 상속·증여 시 ‘주가’ 대신 자산과 수익을 반영한 공정가치 평가를 적용하는 방안이 담겼다.
현행 제도에서는 주가가 낮을수록 상속세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여서 기업이 배당 축소나 투자 지연 등을 통해 주가를 억제할 유인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런 제도 변화가 저평가 기업의 기업가치 제고를 유도해, 한동안 힘을 잃었던 담배꽁초 투자 전략이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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