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개전투' 서울 집값… "성북·강서 등 중저가 지역은 상승세"

  • 강남권, 세금 부담 우려에 매도 가격 약세

  • 중저가 지역 3040 실수요자 매수세 떠받쳐

 
서울 남산 N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지역 사진연합뉴스
서울 남산 N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지역. [사진=연합뉴스]

서울 주택시장에서 이른바 ‘강남이 오르면 서울이 오르고, 강남이 내리면 서울도 식는다’는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강남3구를 중심으로 가격 조정이 나타나는 가운데서도 서울 내 기존 중하위권 지역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며 시장의 ‘탈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2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넷째 주 기준 서울 동남권, 즉 강남3구와 강동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이 확인된 1월 넷째 주 이후 8주간 누적 0.07% 하락했다. 구별로는 강남구가 0.46% 내렸고 송파구도 0.19% 하락했다. 서초구는 같은 기간 0.04% 오르는 데 그쳐 사실상 보합권 흐름을 나타냈다. 이들 지역은 2월 넷째 주 하락 전환 이후 5주째 약세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반면 서울 다른 지역은 강남권과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 누적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은 성북구로 2.12% 올랐다. 이어 강서구 2.00%, 영등포구 1.86%, 관악구 1.80%, 구로구 1.72%, 중구 1.71%, 동대문구 1.70%, 서대문구 1.69%, 노원구 1.56% 순으로 집계됐다. 한강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중저가 매물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진 셈이다.
 
이는 과거 서울 집값 흐름과는 다른 장면이다. 주로 상승기에는 강남3구 가격이 먼저 오르고, 이후 가격 부담을 느낀 수요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과 서울 외곽, 경기 인접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상승세가 확산하는 구조가 반복됐다. 반대로 하락기에는 강남권 약세가 매수 관망세를 키우고 거래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주변 지역으로 냉기가 번졌다.
 
하지만 올해는 강남3구와 용산구, 강동구, 동작구, 성동구 등 일부 한강벨트 지역에 조정 흐름이 나타나는 반면 성북구, 노원구 등 중하위권 지역은 매수세가 유지되며 거래도 비교적 활발한 모습이다. 시장 참여자의 성격과 판단 기준이 지역별로 분화되면서 서울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서울 주택시장의 매도·매수 주체가 이원화된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우선 강남권에서는 세금 부담을 우려한 고가주택 보유자, 특히 고령층의 매도세가 가격 약세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5월 9일 종료하기로 하면서 다주택자의 급매물이 시장에 풀리고 있는 데다,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부담 우려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양도세는 매도 시점에 발생하지만 보유세는 집을 보유하는 동안 매년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체감 압박이 더 크다. 특히 강남3구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자산가치 상승과 별개로 실제 세금을 낼 현금 여력이 부족한 고령 보유자들은 매도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더 작은 주택이나 세 부담이 낮은 지역으로 옮기는 이른바 ‘다운사이징’ 수요가 강남권 매도 물량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중저가 지역에서는 30·40대 실수요자의 매수세가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이들은 맞벌이 가구를 중심으로 일정 수준의 소득을 갖췄지만 충분한 현금 자산을 쌓기 어려워 대출 활용이 불가피한 계층으로 분류된다. 그렇다고 공공주택 청약을 노리기에는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우가 많다. 결국 주택담보대출 한도 안에서 서울에 진입할 수 있는 지역을 찾다 보니 성북구나 동대문구, 노원구 등 상대적으로 가격 접근성이 높은 지역으로 수요가 몰린다는 설명이다.
 
이들 지역은 여전히 10억원 이하 매물 비중이 적지 않아 보유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고, 서울 내 입지를 고려할 때 향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도 작지 않다. 실거주와 자산 형성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고려하는 30·40대에게는 현실적인 선택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셈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기존 서울 부동산 시장은 강남을 중심으로 거대한 동조화를 보이는 공간이었지만 최근에는 이런 문법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젊은 세대와 고령 세대가 세금과 자금 여건에 따라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2월 소유권 이전등기를 신청한 매수인은 현재까지 1만1346명으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 1만741명보다 늘었다. 이 가운데 30·40대 비중은 54.7%, 6205명으로 지난해 2월 51.5%, 5530명보다 확대됐다. 서울 집값이 지역별로 엇갈린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실수요 중심의 젊은 매수층이 중저가 지역 거래를 떠받치고 있는 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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