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주가치 훼손 등을 이유로 이른바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키로 한 가운데, 이에 따른 예외 조항과 조건들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26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거래소의 중복상장 관련 세부기준이 2분기에 의견수렴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앞으로 중복상장을 금지한다는 향후 원칙을 공개했다.
구체적으로 중복상장의 범위는 △상장회사의 외부감사법상 종속회사 △상장회사의 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로 수직적 지배관계에 있는 회사(손자회사 등 포함)를 상장하는 경우 등이 될 전망이다.
중복상장 금지의 가장 큰 기대 효과는 투자자 보호 강화다. 현재 구조에서는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가 보유한 기업가치가 희석되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핵심 사업부를 물적분할한 뒤 자회사를 상장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주가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비판이 컸다.
중복상장이 제한될 경우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다. 기업의 핵심 가치가 모회사에 집중되면서 지배구조가 보다 단순해지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쉬워진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내 증시의 신뢰도를 높이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기업들이 무분별한 물적분할과 상장을 추진하기 어려워지면서,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 전략에 집중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단기적인 자금 조달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경영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뒤따른다.
다만, 시장에서는 중복상장 금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시장 위축을 우려해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춘 한국상장사협의회 정책1본부장은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코리아프리미엄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중복상장 쟁점과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종복상장이 원칙적으로 금지까지 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안상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은 "인수합병(M&A)도 중복상장이라고 다 막으면 결국 모기업의 자금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임홍택 한국거래소 유가시장본부 본부장보는 "지난 18일 내용을 보고 기본적으로 (중복상장 범위를 시장이) 인지했을 것"이라며 "중복상장 여부 심사는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주주 가치 훼손 여부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거래소 규정 개정을 먼저 시장에 적용하고 자본시장법에서 관련 내용을 개정할 예정이다. 공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만, 법 개정을 통해 공시를 법적 의무사항으로 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적용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어떤 경우를 중복상장으로 볼 것인지, 기존 상장사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예외는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등에 대한 세부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중장기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투자자 역시 정책 리스크를 반영해 투자 판단을 유보하는 분위기다. 특히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들의 일정 조정이나 구조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기형 K-자본시장 특위 위원장은 "중복상장의 효율적인 측면도 있다.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예외를 인정하는 게 서로가 납득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내용이어야 한다. 하지만 중복상장은 줄이긴 해야 한다"며 "6월 전까지 많은 토론회를 거쳐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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