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치는 본질적으로 이해관계의 영역이다. 어떤 국가도 타국의 이익을 대신 고려해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외신의 논조를 사실의 전부인 양 받아들이고, 그 프레임 속에서 사안을 재단하려 한다. 이는 정보의 부족에서 비롯된 과거의 습관일 수는 있으나, 오늘의 대한민국이 취해야 할 태도는 결코 아니다.
서방 언론은 분명 세계적 영향력과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 보도 역시 특정한 정치적, 사회적 맥락 속에서 생산된다. 각 매체는 자국의 이익과 독자층의 성향, 그리고 이념적 위치에 따라 사건을 해석하고 재구성한다.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그러한 해석을 보편적 진실로 오인하는 데 있다.
이란 전쟁을 둘러싼 최근의 보도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일부 매체는 군사적 대응을 무모한 충돌로 규정하고, 또 다른 매체는 이를 불가피한 억지력의 행사로 해석한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전혀 다른 서사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처럼 상반된 보도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특정 시각만을 선택해 따르는 것은 곧 판단의 포기와 다르지 않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이란 전쟁을 바라보는 기준을 외부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국익에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첫째, 에너지 안보의 관점이다. 중동 지역의 불안정은 곧바로 국제 유가와 공급망에 영향을 미친다. 원유와 가스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로서는 전쟁의 장기화가 가져올 파장을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감정이나 이념이 아니라 수급과 가격, 산업 구조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둘째, 안보 환경의 변화다. 중동에서의 군사적 긴장은 단순히 지역적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군사 질서와 동맹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변화는 동북아 안보 환경에도 직간접적으로 파급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를 한반도 안보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에 대해 주체적인 판단을 가져야 한다.
셋째, 외교의 균형이다. 특정 진영의 시각에 과도하게 기울어질 경우, 외교적 선택지는 그만큼 좁아진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위치에 있다. 따라서 어느 한쪽의 논리에 편승하기보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자율성이 중요하다.
이러한 기준 위에서 볼 때, 최근 국내 일부 보도에서 나타나는 단편적이고 감정적인 접근은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특정 정치 지도자에 대한 호불호가 국제 정세에 대한 평가로 그대로 이어지는 경향은 경계해야 한다.
트럼프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길 수 있다. 그러나 한 국가의 정책과 전략을 개인의 언행에만 의존해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정치 지도자의 발언은 때로 과장되고, 때로는 협상 전략의 일환으로 사용된다. 중요한 것은 그 이면에 존재하는 국가의 장기적 목표와 구조적 이해관계다.
국제정치는 감정이 아니라 계산의 영역이다. 호감과 반감으로 정책을 해석하는 순간, 우리는 본질을 놓치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냉정한 거리두기다. 외신의 보도를 참고하되, 그것을 절대화하지 말아야 한다. 다양한 정보원을 교차 검증하고, 그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의미를 재구성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것이 성숙한 국가의 언론이 갖추어야 할 기본 자세다.
공정한 보도란 모든 시각을 동일하게 나열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서로 다른 시각을 분별하고, 그 가운데 무엇이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서 비롯된다. 언론이 이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때, 사회는 타인의 시선에 의해 움직이게 된다.
결국 이란 전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하나의 원칙으로 수렴된다. 국익이 최우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익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다. 그것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 구체적 기준이다. 에너지 가격, 경제 안정, 안보 환경, 외교적 선택지 등 모든 요소가 여기에 포함된다. 이 기준 없이 이루어지는 모든 논의는 공허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를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에 무엇이 유리한가 하는 질문이다.
이 단순한 질문을 놓치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국제 정세를 제대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언론은 여론의 추종자가 아니라, 국가의 방향을 밝히는 등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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