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위축된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외곽 지역이 주목받고 있다. 중저가 매물을 중심으로 실수요 매수세가 빠르게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인상 등으로 인한 세제 부담이 전·월세 시장으로 전가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외곽 지역에서 30·40세대 무주택자들의 매수 러쉬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23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외곽 자치구에서 30대의 주택 매입 비중이 크게 늘었다. 통계를 보면 올해(1~2월) 들어 성북구 내 집합건물을 매입한 매수인 중 30대 비중은 36.1%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9월과 10월의 30.8%보다 5.3%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신청 건수도 258건에서 310건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30대 매입 비중이 4%포인트 가까이 상승한 강북구(23.5%)에 이어, 구로구로 30대 월평균 매입 건수가 같은 기간 224건에서 322건으로 100건 가까이 늘었다. 비중도 30.2%에서 33.6%로 3.4%포인트 올랐다. 금천구와 도봉구(2.8%포인트)도 나란히 비중과 건수가 동반 상승했다. 강서구는 같은 기간 330건에서 411건으로 81건 늘며, 외곽 자치구 가운데 30대 절대 매입 건수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이름을 올렸다. 비중 역시 28.6%에서 30.2%로 상승했다.
거래량도 증가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자치구 중 노원구의 매매 거래가 777건으로 가장 많았다. 노원구 월별 아파트 거래량이 700건을 넘긴 것은 지난해 6월(802건) 후 처음이다. 이어 성북구(392건), 구로구(355건), 은평구(322건) 등 외곽 지역에서 거래량이 강세를 보였다.
외곽 지역의 매수세 강화 배경에는 전·월세 시장의 급격한 수급 악화가 자리 잡고 있다. 전·월세 물량 감소로 인한 가격 상승에, 중저가 아파트 매입에 나서는 수요가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생애최초주택구입자의 경우 담보인정비율(LTV) 70%까지 대출이 가능해, 15억원 이하 중저가 단지를 겨냥한 30대의 매수세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전세 매물은 1만6911가구로 3개월 전(2만3263가구) 대비 24.7% 줄었다. 특히 30대 매수세가 집중된 지역의 전세 물량 감소가 심각한 상황이다. 같은 기간 노원구는 전세 물량이 65% 줄었고, 강북구(-60.2%), 구로구(-58.3%)도 전세 물량이 60%나 증발한 상태다.
전세 매물 실종으로 월세 부담도 임계점에 근접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51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1년 전(135만원) 대비 11.9% 오른 수준이다. 지난해 4월 140만원을 넘어선 후 단 한 차례도 하락하지 않고 상승세를 이어왔다. 월평균 근로자 임금의 36%에 해당하는 소득이 주거비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공시가격 인상이 기름을 부을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8.67% 오르며 2021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보유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이 세금 인상분을 임대료에 반영하는 조세 전가 현상이 본격화할 경우, 올해 서울 전·월세 가격은 추가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최근 전세 물량 부족과 임대료 인상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존처럼 보유세 등 세제 부담으로 인한 손실을 월세 가격으로 충당하는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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