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부 리그제 도입...코스닥 화양연화 이끌까, 양극화만 키울까?

코스닥 승강제 도입 내용
코스닥 승강제 도입 내용

코스닥의 황금기는 IT 버블 시기인 2000년대 초반이었다. 2000년 3월 코스닥 지수는 장중 2900선을 넘기도 했다. 그로부터 25년간 코스닥은 지지부진을 거듭했다. 코스피가 6000선에 육박한 최근에도 1100선을 오르내린다. 벤처·스타트업 등 유망 신생기업의 성장 발판이란 시장 개설 취지도 퇴색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코스닥 승강제'를 들고 나왔다. 유럽 프로축구처럼 1·2부 리그제를 도입, 악화가 양화를 구축(驅逐)하는 코스닥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장에선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코스닥의 '화양연화(花樣年華)'를 이끌 것이란 기대가 있는 반면 ‘코스닥 150’과 같은 지수 도입과 다른 게 뭐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나스닥'처럼 승강제 도입한다는데...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코스닥 시장을 가칭 ‘프리미엄’과 ‘스탠다드’라는 2개의 승강형 세그먼트로 나누는 개편안을 추진 중이다. 각 세그먼트에 차별화된 진입·유지요건을 설정하고 상위 세그먼트 요건을 충족할 경우 승격하고, 미달하면 강등된다. 상장폐지 우려, 거래 위험기업 등 부실기업은 별도 관리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내년 초, 이르면 연내 가동이 목표다.

이는 미국의 나스닥이 글로벌 셀렉트 마켓·글로벌 마켓·캐피털 마켓 등 세 등급으로 나눠 시장을 운영하는 것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은 애플, 구글 등이 포함된 핵심 시장으로 가장 엄격한 재무 및 유동성 기준을 요구한다. 우량 기업군을 별도 시장으로 구분해 투자자 신뢰를 높이고 자금 유입을 촉진하겠다는 의도다.
 
이미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상장사 소속부를 우량기업부·벤처기업부·중견기업부·기술성장기업부 5부제로 구별해 관리하고 있고, 2021년에는 코스닥 상장사 중 재무실적, 지배구조가 우수한 50여개 우량 혁신 기업을 선별한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를 도입한 바 있다.
 
금융위, "세그먼트별 지원 차등화할 것"
금융당국은 이번 ‘코스닥 2부제’는 이전과 현격한 차이가 있을 거라는 입장이다. 세그먼트별로 적용되는 기준과 정책을 전반적으로 차별화함으로써 단순히 상장사 구별이나 새로운 지수 개발에 그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관련 백브리핑에서 “각 세그먼트의 진입 유지 조건을 세게 정하고 분기마다 평가를 실시해서 시장 분리에 준하는 수준으로 세그먼트를 유지할 것”이라며 “공시 기준을 다르게 할 뿐만 아니라 지수, ETF 관련해서도 정책적으로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스탠다드 세그먼트의 자금 위축을 방지하기 위한 보완책도 함께 추진된다. 금융위는 “BDC 등 기관투자자들이 들어와서 선별 기능을 수행하고 세제지원 확대를 통해 코스닥 소형주에도 투자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기관투자자 확대와 리서치 활성화를 포함한 전방위적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
시장에서는 이번 제도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긍정적으로는 부실기업 정리와 우량기업 선별을 통해 시장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승강제 도입과 상장폐지 요건 강화는 시장 경쟁 체제를 강화하려는 시도”라며 “실효성 논란과 별개로 시장 활성화 의지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도 “코스닥 내 부실 우려 기업이 상당한 상황에서 일정 기준으로 걸러내는 것만으로도 세그먼트별 차별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향후 일부 기업군이 벤치마크로 활용된다면 제도의 실효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다. 시장 분리 자체가 실익보다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 자체가 아직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시장을 나누는 것이 큰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두 시장 간 위화감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일부 우량 종목만 프리미엄에 편입하고 나머지를 스탠다드에 두는 구조라면 기존 지수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승강제라는 개념도 지수 리밸런싱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프리미엄 시장에 어떤 실질적 혜택이 주어지는지가 핵심인데, 단순히 공시 의무만 강화된다면 기업들이 오히려 진입을 꺼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2부 리그 저평가 삼화될수도" 부작용 우려
세그먼트 기준의 불명확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시가총액 중심으로 구분할 경우 산업별 특성과 성장성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가총액은 시장 상황에 따라 크게 변동하는 지표”라며 “반도체와 바이오처럼 산업별 사이클이 다른 상황에서 시가총액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한다면 테마주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투자 업계에서도 유사한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량 기업이 코스피로 이전상장하는 구조를 막기 위해서는 시장 분리보다 근본적인 유인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며 “자칫 2부 시장 기업이 저평가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시총 기준으로 나눌 경우 성장성이 낮은 기업이 상위 시장에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며 “제약·바이오처럼 이익이 늦게 나는 산업이 불리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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