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퇴직연금 제도 전반이 대대적으로 손질될 전망이다. 새로 도입되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와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뿐 아니라 디폴트옵션,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의 적립금운용계획서(IPS) 등 기존 제도까지 전반적으로 점검·개선하는 방향이다. 정부는 특히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에 정책의 방점을 찍고 제도 개편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와 금융당국,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11일 금융감독원 연금 분야 업무설명회 이후 퇴직연금 사업자 업권별 실무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고용노동부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과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 추진과 함께 기존 퇴직연금 제도 전반을 재점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노동부는 우선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재 기금형 제도는 구체적인 설계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상반기 동안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제도 설계안을 마련하고 오는 7월 구체적인 도입 방안을 발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공동 기금을 통해 자산을 운용하는 방식으로 기존 계약형 중심 구조에 더해 가입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 6일 발표된 노사정 공동선언에 따르면 향후 기금형은 △금융기관이 운용하는 금융기관 개방형 △여러 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연합형 △공공기관 중심의 공공기관 개방형 등 세 가지 형태로 도입되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다. 노동부는 이 같은 큰 틀을 유지하되 수탁법인의 구성 방식과 자산운용 위탁 기준 등 세부 요건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퇴직연금 의무 도입 역시 올해 핵심 추진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이를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라는 표현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상당수 사업장이 여전히 퇴직금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퇴직연금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해 사외 적립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중소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의무화 방식은 단계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진행해 제도 도입 시기와 지원 방안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국회에서도 해당 정책에 대한 반대 기류가 크지 않아 추진 속도가 비교적 빠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제도 개편에서는 기존 퇴직연금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디폴트옵션과 DB형 퇴직연금의 적립금운용계획서(IPS) 등 최근 도입된 제도들이 기대했던 성과를 충분히 내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디폴트옵션은 제도 도입 이후 적립금 규모는 빠르게 증가했지만 원리금보장형 상품 비중이 여전히 높아 수익률 개선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또 DB형 퇴직연금의 적립금운용위원회나 IPS 제도 역시 도입 취지에 비해 실제 운영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부는 이러한 제도들이 기대 효과를 충분히 거두지 못한 이유를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법 개정까지 포함해 제도를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위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근퇴법) 개정이 불가피한 만큼, 이번 법 개정 과정에서 그동안 미뤄졌던 제도 개선 과제들이 함께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노동부는 향후 법 개정 과정에서도 퇴직연금 전체 사업자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계획이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퇴직연금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낮은 수익률과 연금 수령률 등 구조적인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과 제도 전반의 정비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수익률 제고를 핵심 목표로 제도 설계를 추진하면서 퇴직연금 시장 구조에도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기금형 도입을 계기로 퇴직연금 제도를 한 번에 정비하려는 분위기”라며 “상반기 동안 제도 설계를 마무리하고 7월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면 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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