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신속 추경' 지시에 따라 정부가 민생 추가경정예산 편성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정치권과 시장에서는 이번 추경 규모가 10조~20조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예산처와 주요 부처는 ‘주말과 휴일을 반납하고 초고속 예산 편성에 나선다’는 방침 아래 각 부처의 예산 요구서를 취합한 뒤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추경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재정당국은 최근 중동 사태가 촉발한 국제유가 급등 상황이 국가재정법상 추경 편성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국가재정법 89조는 경기 침체나 대량 실업, 남북 관계 변화, 경제협력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추경을 편성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추경은 에너지 비용 부담 완화와 소상공인·취약계층 지원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고유가로 부담이 커진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에너지 바우처를 확대하고 화물·택배 등 운송업계의 유류비 지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전기요금 및 대출이자 부담 완화 등이 주요 사업으로 거론된다.
정부는 또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 재원을 추경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국제유가 급등 상황에서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정 기간 휘발유·경유 등의 판매 가격 상한을 설정하는 제도로, 13일부터 시행됐다. 이번 추경을 통해 가격 통제로 발생하는 정유사의 손실 일부를 정부가 보전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추경 재원은 국채 발행 없이 추가 세수를 활용하는 방안이 우선 검토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회복에 힘입어 세수 여건이 개선된 점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만 따져도 합계 90조원에 달하고 근로소득세나 증권거래세 징수 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10조~20조원을 적정 추경 규모로 제시했다.
고유가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추경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한국은행은 추경의 물가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15일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서 "추경 편성이 수요 측 압력을 통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추경이 수요를 늘려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추경 규모와 형태, 집행 시기 등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현재 GDP 갭이 마이너스(-) 상태라는 점도 물가 영향이 제한적인 이유로 제시됐다.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잠재 GDP를 밑도는 상황에서는 재정을 투입하더라도 소비나 투자가 급격히 늘어 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한은은 또 IT(정보기술)와 비(非) IT 부문 간 성장 격차가 확대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등 일부 산업 중심의 성장세가 이어지는 반면 내수 산업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만큼 재정 지출이 전체 물가를 크게 자극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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