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 칼럼]광화문을 밝히는 중국 팬들…BTS가 여는 문화외교의 길

서울 광화문 한복판의 초대형 전광판에 한 K팝 스타의 얼굴이 등장한다.  광고를 준비한 것은 한국 기업이 아니라 중국 팬들이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의 컴백을 축하하기 위해 중국 팬클럽이 준비한 대형 프로젝트다.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 외벽에 설치된 디지털 광고판 ‘룩스(LUUX)’에 컴백 축하 영상이 송출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빅히트뮤직]


초대형 스크린으로 광화문 광장과 서울시청, 청계천 일대에서도 선명하게 보인다. 도심 한복판의 거대한 스크린에 등장한 K팝 스타의 모습은 오늘날 세계 문화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이벤트의 중심이 중국 팬덤이라는 사실이다.



중국의 BTS 팬덤은 세계적으로도 규모가 큰 팬 커뮤니티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다양한 응원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스타의 생일이나 앨범 발매 시기에 맞춰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광고나 이벤트를 기획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다. 세계 최고층 건물 외벽에 뷔의 생일을 축하하는 라이트 쇼가 진행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대형 전광판에서도 팬들이 준비한 축하 영상이 등장해 글로벌 팬덤의 영향력을 보여줬다.



국내에서도 팬들의 응원 프로젝트는 이어졌다. 서울 청계천 행사에서 팬들이 마련한 테마 공간이 설치됐고, 뷔의 고향 대구에서는 대형 벽화 프로젝트가 진행되기도 했다. 팬들이 직접 기획하고 자금을 모아 만들어낸 문화 이벤트였다.



이런 팬 프로젝트는 단순한 스타 응원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평가된다. 팬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도시 공간을 활용해 이벤트를 진행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문화 산업의 중심이 더 이상 기업과 방송사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 거대한 팬덤의 움직임이 다시 서울로 모이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3월 20일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을 발표하고, 다음 날인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BTS 컴백 라이브: ARIRANG’ 공연을 연다. 이 공연은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세계 각국의 팬들과 함께 공유될 예정이다.



한 나라의 광장에서 열리는 공연이 동시에 지구 전체의 이벤트가 되는 시대다.



컴백 티저 영상 역시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경복궁을 배경으로 촬영된 영상에서 뷔는 절제된 블랙 슈트를 입고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팬들 사이에서는 “경복궁에 황태자가 나타났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화제가 됐다.



영상 공개 이후 글로벌 온라인 공간에서도 관심이 빠르게 확산됐다. 검색어 순위와 SNS 트렌드에서 관련 키워드가 상위권에 오르며 BTS의 영향력을 다시 확인시켰다.



이 장면은 단순한 스타의 인기를 넘어선다. 문화가 국경을 어떻게 넘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그래픽노브북LM
[그래픽=노브북LM]



오늘날 음악 산업의 중심은 특정 국가에만 있지 않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등장으로 음악과 영상 콘텐츠는 동시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간다. 한 도시에서 열리는 공연이 수많은 국가의 팬들과 동시에 연결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BTS 공연 역시 그런 변화의 상징적인 장면이 될 가능성이 크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문화 흐름이 정치적 긴장과 별개로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오랫동안 ‘한한령(限韓令)’으로 불리는 문화 규제를 유지해 왔다.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K팝 공연이 중국 본토에서 제한되면서 양국 문화 교류는 크게 위축됐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정책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중국 젊은 세대 사이에서 K팝의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 중국 팬들이 서울 도심의 대형 광고판을 장식하고 세계 여러 도시에서 팬 이벤트를 여는 장면은 문화가 정치적 장벽을 넘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역사를 돌아보면 문화는 언제나 정치보다 먼저 국경을 넘어왔다.

냉전 시대에도 미국의 재즈 음악은 철의 장막을 넘어 동유럽과 소련으로 퍼져 나갔다. 정치적으로는 대립하던 시기였지만 음악은 사람들의 마음을 연결했다.

사진냇플릭스
[사진=냇플릭스]



오늘날 K팝이 보여주는 장면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광화문에서 열리는 BTS 공연은 단순한 콘서트가 아니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팬들과 온라인으로 연결된 수많은 시청자들이 동시에 같은 무대를 바라보는 장면이다.



그 무대는 한국의 공연장이 아니라 세계의 광장이 된다.

문화는 국경을 넘는다.



그리고 때로는 정치보다 먼저 사람들의 마음을 연결한다.


광화문 광장에서 울려 퍼질 BTS의 노래가 단순한 공연을 넘어 세계 팬들이 함께하는 축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그 장면이 언젠가 한중 문화 교류의 새로운 문을 여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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