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유가·운임·환율 충격, 한국경제 이란 사태 장기화 대비해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일주일로 향하고 있지만 사태는 쉽게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란은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이어가며 전선을 확장하고 있고, 미국 역시 중동 해상에서 유조선 보호를 위해 해군 투입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국제 유가와 해상 운임, 환율이 동시에 흔들리며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난 국내 물가 흐름은 아직 안정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8.40(2020=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해 1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중앙은행의 물가 목표 수준인 2%대 흐름이 여섯 달째 이어진 셈이다. 

그러나 이 안정이 구조적으로 견고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2월 물가 안정에는 에너지 가격 하락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석유류 가격은 전년 대비 2.4% 하락해 전체 물가 상승률을 0.09%포인트 낮추는 역할을 했다. 

물가의 내부 구조를 보면 설 연휴 영향이 서비스 부문에 뚜렷하게 나타난다. 서비스 물가는 전년 대비 2.6% 상승했고 개인서비스는 3.5% 올라 2024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여행·숙박 수요 증가로 해외 단체여행비와 호텔 숙박료 등이 크게 오른 영향이다.

반면 농산물 가격은 공급 증가와 기저효과로 하락했다. 채소 가격은 전년 대비 5.9% 떨어졌고 신선식품 지수도 2.7% 하락했다. 내수가 여전히 약한 상황에서 식품 가격 상승 압력이 제한된 측면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물가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느냐다. 중동 전쟁이 확산되면서 국제 유가가 다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고, 실제로 전쟁 발발 이후 휘발유 가격은 단기간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쟁이 장기화하거나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해상 운송로의 긴장이 높아질 경우 유가 상승뿐 아니라 해상 운임과 보험료까지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경제는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구조다. 유가 상승이 환율 상승과 결합하면 수입물가를 통해 국내 물가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금의 2%대 안정 흐름이 향후 몇 달 사이 다시 압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더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내수 부진 속 비용 상승이다. 소비와 투자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와 물류비가 동시에 오르면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이는 가격 상승 또는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지금 단계에서 과도한 공포를 조장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정책 당국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에너지 공급 차질과 운임 급등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다시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와 정책 당국은 에너지 수급과 물가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시장 불안을 최소화할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동시에 취약한 내수와 민생 부담을 고려한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하다. 

중동 전쟁은 한국 경제에 결코 먼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물가가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전쟁이 길어질수록 유가·운임·환율이라는 세 가지 변수는 언제든 국내 경제를 흔들 수 있다. 불안은 과장하지 않되, 대비는 결코 늦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국제유가 상승 국면을 틈탄 가격 담합이나 매점매석 등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서울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1천900원대를 넘어섰다 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천8563원으로 전날보다 220원 상승했다2026년 35 사진AJP 유나현
정부가 국제유가 상승 국면을 틈탄 가격 담합이나 매점매석 등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서울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1천900원대를 넘어섰다. 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천856.3원으로 전날보다 22.0원 상승했다.2026년 3.5 (사진=AJP 유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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