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우의 중기직설] 14년 규제의 역설...대형마트 새벽배송, '공정 경쟁'과 '상생'의 갈림길

  • 온라인 플랫폼 대항마...공정경쟁 기대

  • 벼랑 끝 소상공인...상생안은 감감무소식

대형마트 매대 사진연합뉴스
대형마트 매대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14년 만에 대형 마트의 '새벽 배송'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내놓자 유통가에 전운이 돌고 있다.

이 법안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과 심야 영업 제한 시간에도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게 핵심이다. 당정은 쿠팡 등 특정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이 비대해진 상황에서, 전국에 촘촘한 물류망을 가진 대형마트를 '대항마'로 키워 시장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소상공인연합회 등 관련 단체들은 법안 통과시 헌법소원을 거론하며 배수친을 쳤다. 상생안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주무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아직 뚜렷한 지원방안이나 보호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쿠팡 '대항마' 카드 제시...유통업계, 공정경쟁 복원 기대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지난달 8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대형마트 새벽 배송 금지를 14년 만에 해제하기로 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월 2회 의무휴업, 심야 영업(0시~오전 10시) 규제를 받고 있던 대형마트 측은 유통 경쟁력을 끌어올릴 기회로 보고 환영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도입된 유통산업발전법은 당시에는 골목상권을 살릴 '묘수'로 통했지만, 지금 유통 시장의 패권은 온라인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대형마트가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셔터를 내린 사이, 쿠팡과 마켓컬리는 '새벽배송'으로 안방을 점령했다. 오프라인 점포는 영업 제한을 받지만, 온라인 물류센터는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대형마트 새벽배송을 허용해 온라인 플랫폼을 견제하기 위한 '대항마'로 투입하고, 시장의 공정 경쟁 체제를 복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 측은 '전통시장 골목상권 죽이기'라며 즉각 반발했다. 소상공인연합회·전국상인연합회·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공동성명을 통해 대형마트 새벽배송이 허용될 경우 헌법 소원 청구 등으로 강력히 저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신선식품을 두고 대형마트와 경쟁해야 하는 수퍼마켓은 생존에 비상이 걸렸다. 대형자본이 새벽배송 시장까지 장악하면 설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를 중심으로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재벌기업 온라인·새벽 배송 허용 논의 중단 △공정한 시장 질서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 도입 △슈퍼마켓·전통시장 등이 함께하는 공식 협의체에서 사안 재검토 등 3가지 요구사항을 정부 측에 제시했다.
신선식품 두고 갈등 양상...정부 상생안은 '감감무소식'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와 46개 수퍼마켓협동조합이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 상생룸에서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와 46개 수퍼마켓협동조합이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 상생룸에서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발을 의식한 중기부가 소상공인 달래기용으로 새벽배송 품목에 신선식품을 제외하는 허용안을 검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새벽배송에서 신선식품의 비중이 장바구니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이유에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1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대형마트 상품군별 매출에서 식품은 무려 74.2%를 차지한다.

이에 중기부는 즉각 해명에 나섰다.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정부는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 품목에서 신선식품을 제외하는 등의 방안을 외부에 보고하거나 논의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대·중소 유통업계 상생협력방안은 현장 및 업계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향후 구체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을 사이에 두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당정은 상생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전했지만, 아직 명확한 해결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중기부 역시 관망하는 모양새다. 양측의 견해 차를 좁히지 못한 채 논의는 장기화된 국면으로 가고 있다. 대형마트와 소상공인이 윈-윈할 수 있는 정교한 상생 모델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지만, 여전히 원론적인 대답만 반복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당정청에서) 진행 결과를 투명하게 공유를 해주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결론이 나기까지는 해답을 알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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