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 사막의 모래바람이 거세게 몰아친 포크란 야전 사격장. K9 바지라-T 자주포는 잠시 멈춰 서더니 곧바로 포탑을 돌렸다. 차체는 그대로 둔 채 360도로 회전하는 포탑이 사격 제원을 받아들였고, 정지 후 30초도 채 되지 않아 초탄이 날아갔다. 기동 중에도 1분을 넘기지 않았다.
이어 포대는 곧바로 진지를 이탈했다. 엔진 굉음과 함께 모래 위에 궤적이 남았지만, 대포병 대응이 이뤄질 시점에는 이미 다른 위치로 이동한 뒤였다.
인도 육군 남부사령부가 실시한 통합 기동·화력훈련 ‘아그니 바르샤’ 현장에서 확인한 장면이다. 25개국 국방 전문기자단이 참관한 이번 훈련에는 T-90 전차, 기계화보병, 보포스·샤랑 포병, 다연장로켓, 아파치 공격헬기, 국산 ALH 무장헬기, 무인기 전력이 입체적으로 투입됐다.
K9 바지라-T는 한국의 K9 자주포를 기반으로 개발된 인도형 모델이다. K9은 한국 지상무기체계를 대표하는 플랫폼이자, 국내 방산 수출을 상징하는 핵심 품목으로 꼽힌다.
인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라센앤토브로(L&T)가 협력해 현지 생산을 맡고 있다. 구자라트주 하자리라(Hazira) 공장에서 부품의 절반 이상을 조달하며, 1차 100문은 예정보다 앞서 인도됐다. 이후 100문이 추가 발주됐고, 현지화율은 60% 이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단순 조립을 넘어 기술 이전과 부품 생태계 구축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인도 내 평가도 높다.
"K9 바지라는 360도 포탑 회전 능력을 갖춘 것이 또 다른 강점이다. 차체의 방향과 무관하게 전방위 사격이 가능해 적이 정확한 발사 원점을 특정하기 매우 어렵다"고 인도 육군 관계자는 밝혔다.
K9의 위상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전 세계 궤도형 155㎜ 자주포 수출 시장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11개국에서 1,700문 이상이 운용 중이다.
경쟁력의 핵심은 ‘사거리·속도·생존성’을 하나로 묶은 설계에 있다.
155㎜ 52구경장 주포는 40㎞ 이상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분당 6~8발의 급속 사격이 가능하고, 지속 사격도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정지 상태에서는 30초 이내, 기동 중에도 1분 이내 초탄 발사가 가능하다.
1,000마력 엔진은 사막과 산악, 고지대 환경을 가리지 않는다. 실제로 라자스탄 사막과 라다크 고지대에서 모두 운용 경험을 축적했다.
차체를 움직이지 않고도 사격이 가능한 360도 회전 포탑은 대포병 위협이 상시 존재하는 환경에서 노출 시간을 줄여준다.
여기에 K10 탄약운반장갑차가 결합되면 분당 12발씩 자동으로 탄약을 보급하며, 최대 104발을 적재해 고강도 작전을 지속할 수 있다. 정비·교육·기술 이전을 포함한 패키지 수출 방식은 반복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체계형 수출 모델’이 K9을 단순한 무기 체계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최상위 지상 방산 수출품으로 끌어올린 배경이다.
노르웨이 도입 사업을 비롯한 유럽 경쟁에서도 K9은 독일 PzH2000을 제치고 선정됐다.
18~24개월의 빠른 납기, 가격 대비 성능 균형, 극한 환경에서의 운용 실적,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 의지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인도에서 축적된 현지화 경험 역시 이러한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인도 서부 파키스탄 접경지대에서 포병은 단순 지원 전력이 아니다. 억제력의 중심축이다.
은폐가 제한된 사막과 평야 지형에서는 ‘먼저 쏘고, 빨리 이동하는’ 능력이 생존성을 좌우한다. K9은 40㎞ 이상 장거리 타격 능력으로 종심 목표를 공격하면서도, 보호 범위 안에서 운용이 가능하다.
사격 후 즉각 진지를 바꾸는 기동 능력과 빠른 반응 속도는 대포병 대응 시간을 최소화한다. 고온 사막 환경에서도 출력 저하 없이 기동을 유지하는 점도 중요한 요소다.
인도 군은 K9을 전략적 위치에 배치해 운용하고 있다. 전방 기동 타격층을 형성하며 기존 포병 전력과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포크란 사격장의 마지막 포성이 멎자 K9 포대는 일사불란하게 이동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모래바람이 궤적을 지웠다.
이번 훈련은 왜 K9이 한국을 대표하는 방산 수출 품목으로 자리 잡았는지를 현장에서 분명히 보여줬다. 속도와 적응력, 통합 운용 능력.
인도의 진화하는 포병 교리 속에서 K9 바지라-T는 더 이상 ‘도입 장비’가 아니다.
최전선 화력을 지탱하는 기반 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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