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워싱턴DC 연방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지금이 바로 미국의 황금시대"라며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고, 더 나아지고, 더 부유해지고, 강해졌다"며 자신의 경제 성과를 나열했다.
이어 "12개월 전 이 의회에서 연설했을 때, 나는 위기에 처한 국가를 막 물려받았다. 침체한 경제와 사상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 통제되지 않는 국경, 군과 경찰의 심각한 인력난, 국내에 만연한 범죄, 전 세계의 전쟁과 혼란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오늘 밤, 불과 1년 만에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말씀드린다"며 "우리는 누구도 본 적 없는 변혁을 이뤘고 역사적 대전환을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지표를 제시하며 물가 안정을 핵심 성과로 내세웠다. 그는 "오늘날 우리의 국경은 안전하고, 우리의 정신은 되살아났다. 인플레이션은 크게 꺾였고, 소득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호황의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돌아가고 있고, 우리의 적들은 두려워하고 있다. 우리 군과 경찰은 충분히 강화됐고 미국은 다시 존중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물가와 관련해 "지난 12개월 동안 우리 정부는 근원 물가 상승률(core inflation)을 5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낮췄고, 2025년 마지막 3개월에는 1.7%까지 떨어졌다"며 물가 문제가 해결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법원 판결로 무효가 된 관세를 대체할 "검증된 대안"이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나라들이 내는 관세가 과거처럼 지금의 소득세 제도를 상당히 대체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요 기술기업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자체적으로 충당하도록 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는 '전기요금 납부자 보호 서약'(rate payer protection pledges)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는 주요 기술 기업들에 자신들의 전력 수요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의무가 있다고 통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공장 부지 내에 자체 발전소를 건설하면 누구의 요금도 오르지 않을 것이고, 많은 경우 지역사회 전기 요금이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자립과 생산 확대 성과도 함께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베네수엘라로부터 80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확보했다고 밝히며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하루 60만 배럴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란 문제와 관련해서는 협상이 진행 중이라면서도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재차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들과 협상하고 있다. 그들은 합의를 타결하기를 원하지만 우리는 아직 '우리는 절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는 비밀 단어(secret words)를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이 문제를 외교로 해결하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 하나는 분명하다. 난 결코 세계의 최대 테러 후원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 어느 국가도 미국의 결의를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중 민주당을 향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표하기도 했다. 연설 과정에서 그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를 비판하며 사회적 문제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고 "이 사람들은 미쳤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부분 자리에 앉은 채 침묵으로 항의의 뜻을 드러냈다. 일부는 팔짱을 낀 채 트럼프 대통령을 응시했고, 때로는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며 야유의 표시를 보였다. 다만 과거 의회 연설에서 고성과 공개적 항의가 이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비교적 절제된 대응이었다.
짐 맥거번 하원의원(민주·매사추세츠)은 엑스(옛 트위터)에 "그의 연설은 그야말로 하나의 거대한 거짓말"이라며 "김정은도 민망해할 수준이다. 그리고 의회의 공화당원들은 마치 하나의 컬트(광신 집단) 같다. 경제는 엉망인데 그는 모두에게 훌륭하다고 말하고 있고, 그들은 일어나 박수를 친다. 정말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애비게일 스팬버거 버지니아 주지사는 국정연설 후 관례에 따라 이어진 야당 반박 연설에서 "대통령이 오늘 밤 자신이 이뤘다고 여기는 성과들을 언급하는 동안, 그는 계속해서 경제적 힘과 기술적 우위를 러시아에 넘겨주고 있으며, 중국에 굴복하고, 러시아의 독재자에게 머리를 숙이고, 이란과의 전쟁을 계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 밤 연설에서 대통령은 늘 하던 일을 했다. 그는 거짓말을 했고, 희생양을 만들었으며, 논점을 흐렸다. 그리고 그가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는 우리 국가의 시급한 과제들에 대해 어떠한 실질적인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측에서도 일부 비판이 제기됐다. 공화당 전략가 매튜 바렛은 “아무리 이상적인 연설이라도 전기요금이나 식료품비, 등록금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실생활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신들도 이번 연설의 형식과 내용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연설이 독립전쟁과 건국 250주년을 전면에 내세우며 영웅주의적 분위기를 강조했지만, 실제 정책 측면에서는 대담한 신규 국내 프로그램이나 굵직한 외교 구상이 제시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반면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이례적으로 준비된 원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비교적 구조화된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짚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이 "길 것"이라고 예고한 가운데 실제로 약 1시간 48분이나 이어졌다. 이는 2000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세운 1시간 28분 49초 기록을 넘어선 역대 최장 국정연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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