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낭기의 관점]민주당 강경 노선, 검찰 개혁을 '개악' 만들라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검찰 개혁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핵심 쟁점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신설하는 공소청에 보완 수사권을 줄 것이냐이다. 민주당은 보완수사권을 주지 말자는 입장이다. 반면에 이재명 대통령과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보완수사권을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러 가지 ‘개혁 입법’에 뜻을 같이 해온 민주당과 정부가 보완수사권에 대해선 이례적으로 의견을 달리 하고 있다. 보완수사권 문제는 단순히 공소청 권한을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아니다. 무엇이 진정 바람직한 형사사법 제도냐 하는  차원에서 다뤄야 할 문제다.
 

민주당과 정부는 작년 9월 검찰청 폐지 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기소는 공소청, 수사는  중수청이 맡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와 여당의 검찰 개혁 방침이다. 중수청은 범죄 사건을 수사한 뒤 공소청으로 넘긴다. 이때 중수청 사건 수사가 미흡할 경우 공소청에 보완 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줄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공소청 보완 수사권 불허키로
 

정부·여당 방침대로 하면 검찰청은 오는 10월 2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946년  설치된 지 78년 만이다.  민주당은 김대중 정부 이전부터 검찰이 정치 편향 수사를 한다고 비판해 왔다. 그러던 중  민주당의 검찰 개혁론에  불을 붙이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다. 민주당은 검찰이 수사권을 남용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그때부터 검찰 개혁을 소리쳐 왔다. 검찰 힘 빼기가 개혁의 핵심이었다. 
 

민주당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마침내 본격적인 검찰 힘 빼기에 착수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그것이다. 검수완박은 두 가지 경로로 진행됐다. 검찰 수사권을 대폭 축소하고 대부분을 경찰로 넘겼다. 이와 동시에 공수처를 신설해 검찰 특수부가 담당해온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를 전담하게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검찰은 일부나마 수사권을  가졌다. 말 그대로의 검수 '완박’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 들어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나선 것이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다. 민주당은 검찰 힘 빼기에 개혁이라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검찰에 대한 사무친 원한도 큰 요인이 됐을 것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민주당 주장대로 검찰이 막강한 권한을 사용해 정치 편향 수사를 하고 제 식구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은 사실이다. 막강한 권한이란 수사권과 기소권이다.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사용해 정치적 잣대에 따라 표적 수사, 보복 수사, 별건 수사를 한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현 정권 인물 수사는 대충 넘어가고 전 정권 인물 수사는 탈탈 털 듯이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점에서 검찰권 남용을 막는 제도적 방안 마련은 필요하다.  


'검찰 힘 빼기' 는 좋지만
 

그러나 검찰청 폐지가 최선의 방안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검찰이 권한을 남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이유는 특수부 때문이다. 특수부는 국회의원, 장·차관, 청와대 비서관, 판·검사 등 고위공직자들의 비리 수사를 전담해 왔다. 공수처가 신설됨에 따라 특수부 기능은 공수처로 넘어갔다. 공수처가 수사하면 검찰은 기소 여부만 결정한다. 공수처와 검찰 간에 이미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 특수부가 권한을 남용해 정치적 편향 수사를 할 여지는 사라졌다. 그럼에도 굳이 검찰청을 폐지하려 한다.   


특수부 검사는 전국 검사 2000여 명 중 10% 정도에 불과하다. 대다수 검사는 형사부에서 일한다. 형사부는 일반 국민들이 관련된 사건을 다룬다. 그중에서도 대부분을 차지하는 업무는 경찰이 보내온 사건을 검토해 보완 수사를 거쳐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일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무고한 사람이 억울하게 누명을 쓰거나 진짜 범죄자가 법망을 벗어나는 일을 막는 게 검찰의 주요 기능이었다.  법을 통한 정의 실현이라고 할 수 있다. 검찰청이 폐지되면 이런 기능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제 검찰청 폐지는 되돌리기 어렵게 됐다. 남은 과제는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신설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공소청 검사는 기존 검찰 형사부가 하던 기능을 한다. 범죄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있으면 재판에 넘겨 벌을 받게 하고,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것으로 인정되면 무혐의 방면한다. 공소청이 이 기능을 제대로 해야 법의 정의가 세워질 수 있다. 안 그러면 진짜 범죄자가 법망을 빠져 나가거나, 무고한 사람이 억울하게 누명을 쓰게 될 수 있다. 


공소청이 진짜 범죄자와 무고한 시민을 제대로 가려내는 데 필요한 기능이 보완 수사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완 수사를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보완 수사가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했다.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지난 6일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보완 수사 필요성을 이렇게 역설했다. “경찰 등 1차 수사 기관의 수사가 완벽할 수 없다. 수사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도 경찰에서 검찰로 넘어온 사건 중 검찰이 추가로 보완하는 사건이 50%가 넘는다. 억울한 피해자가 많아지고, 사건 처리 지연으로 비용이 많이 들고, 피해자의 권리 구제와 인권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검찰 개혁은 실패하게 될 것이다.”

사법 정의 실현 장치는 둬야 
 

그러나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정 장관 인터뷰가 보도된 지난 6일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에 대한 시대적 소명을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정 장관의 인터뷰 내용과 정면 충돌하는 말이다. 민주당은 그 하루 전인 지난 5일에는 의원총회를 열고 공소청에 보완수사요구권만 주기로 결의했다. 정 대표는 “보완수사요구권을 준다는 것은 보완수사권을 주지 않겠다는 뜻,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한발 더 나아가 보완수사요구권도 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14일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수사권을 여전히 붙잡고 있으려는 검찰과 또 검찰의 수사 역량을 높이 평가하는 쪽에서는 보완수사권 내지는 보완수사요구권이라는 이름으로 어떻게든 관철해 보려는 입장이 있었다”면서 “수사와 기소는 분리돼야 한다는 철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보완수사권이나 보완수사요구권 등 어떤 명분으로도 수사권을 다시 검찰에 쥐어 주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복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주면 결국 과거 검찰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보완수사 요건과 범위를  기소 여부 판단과 공소 유지(재판에서 유죄를 입증하는 일)에 필요한 경우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면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무엇보다 무소불위 수사권을 행사하는 특수부가 없어진 마당에 일정한 요건과 범위 내의 보완수사권을 준다고 해서 과거 검찰로 되돌아가기는 불가능하다.

이재명 대통령 결단 주목

민주당은 보완수사요구권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김한규 의원은 “(보완수사권 폐지로 인해) 피해자들이 억울하게 수사 미진이나 지연으로 피해받지 않도록 공소청에서 수사기관에 충분히 의견을 개진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사실상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시절 검수완박 이후 도입된 검찰의 보완수사요구권은 이미 유명무실하다고 말하는 법조인들이 많다.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도 경찰이 적극 협조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설사 경찰이 보완수사를 하더라도 검찰이 보기에 여전히 미흡할 수 있다. 공소청 검사에게  필요 시 직접 보완 수사를 하는 권한을 주면 이런 문제들이 모두 해결될 수 있다.


검찰은 78년의 역사를 통해 수사 경험과 전문성을 쌓았다. 특히 뇌물 등 공직자 비리, 선거 사범, 횡령·주가 조작·탈세·불공정 거래 같은 경제 사건, 마약 사건 수사에서 그렇다. 마약 사건의 경우 검찰은 일찍이 1989년 2월 대검찰청에 마약과를 신설하고 마약 사범 수사를 전담해 왔다. 이미 마약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문제가 됐다. 최근 들어서는  온라인에서 1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신종 마약류 유통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앞으로 마약 사건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이 없으면 기존 검찰이 쌓아온 수사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하기 어렵다. 법의 정의를 바로 세울 가능성이 작아진다. 그 피해는 국가와 국민에게 돌아온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의 뜻에도 불구하고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주지 않기로 한 이유는 당내 강경파와 강성 지지층의 반발 때문으로 보인다. 정청래 대표와 추미애 법사위원장 등이 보완수사권 불허를 주도하고 있다. 민주당 강경 흐름이 끝까지 계속되면 검찰 개혁은 ‘개악’으로 끌날지 모른다. 이 흐름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이재명 대통령뿐이다.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정치학과ㆍ대학원 정치학 석사 ▶조선일보 논설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본부장 ▶원주 한라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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