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학개론] 공시는 무슨 기준으로 작성될까… 실무자 되어보기

사진챗GPT
[사진=챗GPT]

“공시는 그냥 회사가 알아서 쓰는 거 아닌가요?”
 
공시는 겉으로 보면 단순한 보고서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올라오는 한 줄, 한 문장 뒤에는 촘촘한 법과 서식 기준이 깔려 있습니다. 공시는 기업의 ‘자율 문서’가 아니라 법에 의해 설계된 결과물인 셈이죠.
 
기업 공시는 자본시장의 신뢰를 떠받치는 인프라입니다. 무엇을, 어디까지, 어떤 형식으로 공개할지에 따라 투자자의 판단이 달라지죠. 그렇다면 공시는 어떤 기준으로 작성될까요.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간한 ‘기업공시 실무안내’를 들여다보면 그 구조가 보입니다.
 
정기공시와 주요사항보고서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기업공시서식작성기준에 근거해 작성됩니다. 법이 큰 틀을 정하고, 서식이 세부 항목을 구체화하는 이중 구조죠. 기업은 그 틀 안에서 움직입니다.

◇ 공시 실무의 출발점…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 ”
 
“우리 회사도 제출 대상인가요?”
 
공시 실무자가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입니다.
 
정기공시는 사업보고서와 분·반기보고서가 핵심입니다. 제출 대상은 주권상장법인, 일정 증권을 상장하거나 모집·매출한 발행인, 외부감사대상 법인 중 증권별 소유자가 500인 이상인 법인 등이죠.
 
단순히 상장 여부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어떤 증권을 발행했는지, 소유자 수는 몇 명인지, 면제 요건에 해당하는지 따져봐야 하죠. 코넥스 상장법인은 분·반기보고서 제출 의무가 면제되는 특례도 있습니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공시도 마찬가집니다. 금융당국은 과정과 이행 상황까지 쓰도록 서식 개정을 고쳤습니다. 때문에 공시 담당자는 결과만 달랑 적으면 안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자기주식 공시가 있죠. 취득·처분을 결정했다고 끝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기업은 자기주식 처리계획을 단기(6개월)와 장기로 구분하고, 직전 계획 대비 실제 이행 현황을 명시해야 합니다. 계획과 이행이 30% 이상 차이 나면 그 사유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합병 공시도 한층 촘촘해졌습니다. 비상장법인의 주식가치가 상장법인보다 큰 경우 우회상장 심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존속회사와 소멸회사의 기업가치를 주요사항보고서에 기재하도록 했죠.
 
아울러 이사회 결의 이전 경영진이 어떤 설명을 했는지, 이사회가 무엇을 논의했는지도 담아야 합니다. 단순히 “합병을 결의했다”는 문장으로는 부족하고, 의사결정의 맥락을 공개하라는 주문입니다.
 
◇ “기한·정확성이 생명”… 실질적 가치 담아야
 
공시는 더 이상 숫자 중심 문서가 아닙니다.
 
사업보고서에는 소수주주권 행사 현황을 유형별로 구체화해 기재해야 하고, 각하·취하된 경우도 포함됩니다. 중대재해 발생 사실과 대응 조치도 새롭게 공시 항목에 포함됐죠. 회사나 종속회사가 중대재해를 보고했다면 발생 개요, 피해 상황, 조치 내용, 향후 전망까지 적어야 합니다.
 
이사의 경영진단 및 분석의견(MD&A) 역시 필수 기재 항목별 목차가 추가된 것도 주목할 사안입니다. 단순히 매출과 영업이익 수치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왜 이런 실적이 나왔는지, 어떤 위험과 변수가 있는지 설명해주기 때문이죠.
 
이제 투자자는 숫자만 보지 않고, 맥락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공시는 그 맥락을 구조화해 보여주는 문서로 진화하고 있고요.
 
또 한 가지 중요한 건 공시는 ‘기한’과 ‘정확성’이 생명이라는 점입니다. 허위기재나 중요사항 누락은 행정조치, 과징금, 형사처벌, 손해배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자는 제출대상 여부, 최신 서식 반영 여부, 공시 내용 간 상충 여부, 이사회 의사록 등 근거자료 확보 여부를 항상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자기주식, 합병, 제3자배정 증자 같은 자본거래는 서식이 수시로 개정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합니다.
 
공시는 형식보다는 책임의 문제입니다. 법령과 서식을 충족하는 것은 출발점일 뿐이고, 그 위에 기업의 실질을 얼마나 충실히 담아내느냐가 중요하죠. 결국 공시를 쓴다는 건 문서를 작성한다기보다 시장의 신뢰를 기록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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