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건과 관련해 군·경 지휘부 8명에 대한 1심 선고 결과가 크게 엇갈렸다. 재판부는 계엄 실행 과정에서의 역할과 국헌문란 목적 인식 정도, 구체적 행위 가담 범위를 기준으로 최고 징역 30년부터 무죄까지 폭넓은 형량을 선고하며 책임 범위를 세분화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징역 30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징역 18년을 각각 선고했다. 반면 김용군 전 헌병대장과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관에 대해서는 내란 목적 인식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가장 중형이 선고된 김용현 전 장관은 계엄 실행 과정 전반을 총괄한 핵심 인물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계엄 선포 이전부터 군 투입 계획과 체포조 운영, 국회 통제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실행 지시를 내린 점을 인정했다. 특히 군 병력 이동과 주요 인사 체포 계획 수립 등 적극적 실행 행위가 확인됐고, 국헌문란 목적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평가됐다. 재판부는 이러한 점을 들어 “계엄 실행 과정의 실질적 설계자이자 지휘 책임자”라고 판단했다.
노상원 전 사령관 역시 중형이 선고된 핵심 실행 라인으로 분류됐다. 재판부는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조직을 활용해 선거관리위원회 등 주요 기관 대응 계획을 마련하고 병력 준비 과정에 관여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김 전 장관과 비교해 지휘 범위와 결정 권한이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해 형량을 차등화했다.
경찰 지휘부에 대해서도 유죄 판단이 내려졌다.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징역 12년,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징역 10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이 국회 출입 통제와 체포조 지원 과정에서 경찰력을 동원해 계엄 실행을 실질적으로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회 기능 제한이라는 결과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통제 조치를 유지한 점이 책임 사유로 반영됐다. 다만 군 지휘부에 비해 계엄 계획 수립 단계 관여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은 감경 요소로 고려됐다.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에게는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목 전 대장이 국회 출입 통제 유지 등 현장 실행에 관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상급 지휘에 따른 수동적 수행 성격이 강했다고 판단했다. 국헌문란 목적을 주도적으로 공유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위법성을 인식하면서도 조치를 지속한 점이 유죄 판단 근거가 됐다.
반면 김용군 전 헌병대장과 윤승영 전 수사기획관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계엄 실행 과정 일부 업무에 관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내란죄 성립의 핵심 요소인 국헌문란 목적 인식과 실행 공모 관계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단순 지시 수행이나 제한적 협조만으로는 내란 공동정범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번 선고는 동일한 계엄 실행 체계 내에서도 책임 범위에 따라 형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재판부는 폭동 행위 관여 여부만으로 내란죄 성립을 인정하기 어렵고, 국헌문란 목적 인식과 실행 공모 관계가 결합돼야 한다는 기준을 적용했다. 이에 따라 계획 수립·지휘·실행 역할이 명확했던 군·경 핵심 인물에게는 중형이, 목적 인식 입증이 부족한 인물에게는 무죄가 선고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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