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호의 모시모시] 왜 지금, 구자열인가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이 한일 경제 교류단체인 한일경제협회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다.
 
구 의장의 한일경제협회장 취임은 단순한 재계 인사가 아니다. 지금 한일 관계의 무게 중심이 산업과 공급망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래서 협회를 이끌 인물은 분명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 일본을 알고, 산업을 알고, 국제 감각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그 기준에서 보면 이번 인선은 전략적 선택에 가깝다고 본다.
 
구 의장은 1978년 LG상사에 입사해 뉴욕·싱가포르·일본 등에서 약 15년간 국제 비즈니스에 종사했다. 1990년대 초 LG상사 일본지역본부장을 맡아 현지 사업을 진두지휘했고, LG투자증권 국제부문 총괄을 거치며 일본 재계와의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일본 시장을 전략 공간으로 경험한 이력이 있다.
 
또, 2001년 이후 LG전선(현 LS전선)에서 부사장·CEO·회장을 역임하며 북미 최대 전선회사 슈페리어에식스(SPSX)를 인수, 회사를 세계 3대 전선기업 반열로 성장시켰다. 2013년부터 9년간 LS그룹 회장으로 재직하며 그룹을 25개국 100여 개 거점의 글로벌 기업으로 확장시켰다. 선언이 아니라 실행으로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린 경영인이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무역협회 회장을 맡아 ‘무역 현장 중심 경영’을 내세웠고, 한일교류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켜 기업 간 대화 창구 복원에도 나섰다. 2022년 한일경제인회의에서는 △기업인 무비자 입국 재개, △차세대 산업 협력 강화, △정부·기업 상설 협의체 구성 등을 제안하며 구체적 협력안을 제시했다.
 
구 의장의 비전은 지난달 열린 서울도쿄포럼 기조강연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는 한일 경제협력의 역사적 흐름을 짚은 뒤, 앞으로 협력을 심화해야 할 분야로 △에너지와 전력 인프라 △중요 광물 및 자원 공급망 △수소·암모니아 등 차세대 에너지, △제조업의 피지컬 AI 활용, △한일 기업의 제3국 공동 진출, △인구 감소에 대한 공동 대응을 제시했다. 산업, 기술, 인구 구조까지 포괄하는 장기 협력 과제들이다. 단순한 교류 확대가 아니라 구조적 협력을 설계한 제안이라고 볼 수 있다.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가운데이 와세다대 다나카 아이지 총장으로부터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있다사진최지희 일본 통신원
구자열 LS 이사회 의장(가운데)이 와세다대 다나카 아이지 총장으로부터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있다. [사진=최지희 일본 통신원]
 
이 같은 행보는 일본 학계에서도 공식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일본 사학 명문 와세다대학은 그에게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수여하며, 정치적 긴장 국면에서도 경제 협력과 인적 교류를 심화시켜 상호 이해와 발전을 선도한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일본 명문대가 외국 기업인에게 보내는 이 메시지는 단순한 예우가 아니라 신뢰의 표현이다.
 
한일경제협회는 이제 형식적 교류 단체로 머물 수 없다. 반도체 장비, 첨단 소재, 에너지 전환, 경제안보 협력은 이미 고도화된 산업 의제다. 일본 산업의 의사결정 구조와 네트워크 문법을 이해하고, 동시에 글로벌 산업 전략을 읽을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구자열 의장은 일본 현지 경영 경험, 글로벌 제조업 확장 경험, 민간과 정부를 잇는 조정 경험, 그리고 일본 학계가 인정한 국제적 신뢰 자산을 동시에 갖췄다. 여기에 서울도쿄포럼에서 제시한 구체적 협력 로드맵까지 더하면, 그는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에 가깝다.
 
한일경제협회는 이제 인맥의 공간이 아니라 전략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공급망과 에너지, 차세대 산업과 제3국 진출까지 협력 의제가 구조화된 지금, 협회는 상징이 아니라 설계 능력을 요구받는다.
 
구 의장은 일본 산업의 문법을 알고, 글로벌 제조업의 현장을 경험했고, 이미 구체적 협력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번 인선의 의미는 단순하다. 한일 경제협력이 선언의 단계에서 실행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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