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시끄러워지는 한국거래소의 '거래시간 연장'… 증권사도, 노조도 "싫다"

  • 논란 포인트 5가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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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의 거래시간 연장 추진을 둘러싼 잡음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시장 경쟁력 제고라는 명분과 달리 실제로는 시장 감시라는 거래소의 본질적인 역할마저 증권사 실무진과 투자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6월 29일이라는 도입 시점을 사실상 통보한 이후에도 현장에서 요구하는 구체적인 운영 방안과 감시 체계는 여전히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는 회원사들에게 공문을 보내 이날까지 거래 시간 연장에 대한 찬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노조는 회원사의 의견을 수렴해 한국거래소에 전달하며 반대 투쟁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규모에 관계 없이 모든 증권사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거래시간 연장 관련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증권사와 노조는 크게 다섯 가지 문제를 지적한다.   

① "시장감시를 왜 우리가?"
논란의 중심에는 시장 감시 문제가 있다. 거래소는 지난달 26일 회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명회에서 연장 거래시간에 적용될 SMP(자전거래방지) 장치를 오는 6월 29일까지 자체적으로 개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대신 증권사들이 각자 시스템을 구축해 적용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가 담당해야 할 핵심 시장 인프라 구축 책임을 회원사에 사실상 떠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SMP뿐 아니라 공시 등 시장감시 전반에 대한 운영 기준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며 "이 경우 투자자 보호와 사후 대응 부담이 고스란히 증권사로 넘어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② "자율 참여? 가격형성 못해"
거래 참여를 ‘자율’로 하겠다는 거래소의 설명 역시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거래소는 연장 시간에 참여할 수 있는 증권사만 우선 참여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이 경우 시간외 단일가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시간외 단일가는 모든 증권사가 동일한 가격으로 체결하는 구조인데 일부 증권사만 참여할 경우 제도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거래소가 ‘정규거래소’로서 담보한다고 내세우는 ‘가격의 신뢰성’ 문제가 결부된다.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의 프리마켓에서 형성되는 가격과는 무게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거래시간 연장은 개별 증권사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시장 전체의 가격 형성과 직결된 사안이라는 얘기다.

③ 전산 영역 혼란 유발 우려도
더 큰 혼란은 전산 영역에서 예상된다. 거래소는 연장 거래시간 도입과 함께 주문시 증권사와 거래소 간에 오가는 전문의 형식을 변경하겠다는 방침을 설명회에서 밝혔다. 연장 거래에 참여하지 않는 증권사라 하더라도 전문 구조가 바뀌면 정규장 주문 처리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형식상 선택권을 준다고 하지만 실무진 입장에서는 정규장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연장 거래에 불참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④ 투자자 보호는 어떻게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허점이 드러난다. 거래소는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 시간에는 지점 전화 주문을 받지 않고 MTS·HTS를 통한 온라인 주문만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노무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지만, 고령층 투자자나 전화 주문에 익숙한 투자자들은 사실상 연장 거래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점 창구에서는 고객 불편과 민원 증가 가능성에 대한 걱정도 나온다. 

⑤ IT인프라 구축도 만만찮아
IT 실무 부담 역시 만만치 않다. 만약 대체거래소(NXT)가 한국거래소와 같은 시간인 오전 7시 프리마켓을 도입할 경우 증권사들은 최선집행의무를 충족하기 위해 SOR(스마트주문전송) 시스템을 다시 구축해야 한다. 정규시장과 다른 보드를 사용하는 만큼 별도의 전산 개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기다. 이미 RIA(국내시장 복귀계좌) 구축 등 기존 과제로 과부하 상태인 IT 부서에 거래시간 연장까지 더해지면 실무 부담은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한국거래소가 거래시간 연장을 시행하기로 한 시점은 오는 6월29일이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지만 증권사와 노조의 불만이 커서, 조율 과정이 순조롭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창욱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장은 "설명회에서 거래시간 구현 과정에 필요한 시스템과 감시 기능을 어떻게 갖출지 거래소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며 "발전적인 금융 환경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에 공감하나 지금처럼 일방적 통보로 이뤄진 독선적인 추진과 회원사에 책임 떠넘기는 것은 안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는 이에 대해 "(거래시간 연장은) 6월 29일을 목표로 준비 중이지만 일괄적으로 강제하는 형태는 아니"라며 "협의를 거쳐 증권사에 선택권을 주고 순차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MP 알고리즘 개발과 관련해서도 "그 시점까지 적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아니다"며 "회원사와 함께 최대한 신속하게 개발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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