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압박에 통상·외교 총출동...대미 협상 총력전

미국 측과 통상 현안 논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2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측과 통상 현안 논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2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 압박으로 한·미 통상 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외교·통상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는 물론 연방 의회와 미국 업계 관계자 등을 두루 접촉하며 범정부 차원에서 전방위 설득전에 돌입한 모습이다.

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와 연방 의회, 미국 업계 관계자들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여 본부장은 전날 새벽 워싱턴DC에 도착하자마자 미국 관계자들과 접촉하기 시작했으며 주말에도 아웃리치(대외 접촉)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오는 5일까지 현지에 머물며 미국 측 카운터파트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관세 문제를 비롯한 한·미 통상 현안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다. 한국 입법 절차와 정치 환경 등이 미국과 다름을 설명하며 미국 측 오해를 불식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는 앞서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지난달 29~30일 카운터파트인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두 차례 회동했지만 뚜렷한 절충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접촉 범위를 넓혀 보다 다방면으로 설득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김 장관은 전날 귀국 직후 취재진과 만나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는 깊어졌지만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며 "향후 화상 협의 등을 통해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의 연이은 방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지연을 문제 삼은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목재·의약품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에 기타 상호관세(국가별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정부는 통상 분야를 넘어 외교·안보 라인까지 아우르는 범정부적 협의 채널 가동에 나섰다. 특히 미국이 추진하는 공급망 협력에 우리 정부의 기여도를 지렛대 삼아 미국의 통상압박 완화를 시도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해 조현 외교부 장관은 오는 4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해 미국 국무부가 주최하는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는 주요 7개국(G7)과 한국·호주·인도 등이 초청됐다. 회의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주재할 예정이며,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 이후 핵심광물 공급망 다변화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조 장관과 루비오 장관과 약식 회담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공식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다자회의를 계기로 한 풀어사이드(약식회담) 방식으로 접촉할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약식회담이 성사되면 조 장관은 상호관세 인상 압박 국면에서 한국의 입장을 직접 설명하는 한편 지난해 11월 한·미가 합의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 이행을 위해 한국 정부가 속도감 있게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처럼 총공세에 나선 것은 이번 관세 압박이 단순한 협상용 카드를 넘어 구조적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자신의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 회복과 투자 유치에 성과를 냈다고 자평하며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 사례까지 직접 거론했다.

또 그는 최근 개인 SNS를 통해서도 "내가 펜만 한번 놀리면 수십억 달러(수조원)가 미국으로 들어올 것"이라며 관세를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미국이 각국에 물리는 관세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관세를 협상 카드가 아닌 '성과가 입증된 정책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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